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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사'를 자주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아마도 없겠지. 그래도 살다보면 이사라는 것을 할 수밖에 없을 터. 이사하다 보면 이곳에서 필요했던 것이 새로 이사 가는 곳에서는 필요 없을 때가 있다. 나 역시 이사를 오기 전에 그랬다. 불필요한 물건들을 내어 놓으면, 쓸 만한 물건은 필요한 주민이 가져가서 '재활용'을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지난 달 몇 차례 이사가 있었다. 어느 날, 경비아저씨께서 짐을 정리하느라 분주하셨다. 작게는 화분받침부터 책상, 책꽂이까지.

"안녕하세요? 아저씨. 일이 많아 힘드시네요."
"이사를 가면서 내어 놓았네요."
"필요한 것 있으면 가져가도 될까요?"
"물론이죠."
"이건 거실에 테이블로 쓰면 괜찮겠네요."
"그럼요. 이 화분도 깨끗하게 씻으면 괜찮겠어요. 가져가세요."

아저씨는 이것, 저것 챙겨주신다. 한 물건이 용도가 다하면 어쩔 수 없지만, 아직 쓸 만한 물건이라면 누구라도 가져가서 잘 쓰는 것이 물건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필요가 없어서 버린 사람도 물건이 부서져 없어지는 것보다는 필요한 이가 가져가서 잘 쓰는 것을 바랄 것이다.

새 물건을 사는 것도 좋겠지만, 이렇게 버려진 물건을 들여와서 유용하게 쓰는 것도 참 좋다. "고맙게 잘 쓰겠다"는 인사를 드리고, 혼자서는 힘들어서 마침 주말이라 집에 있는 남편에게 도움을 청했다.

낡은 테이블이지만 이렇게 식탁보를 덮으니까 감쪽같다. 아이가 유리를 깨는 바람에 보기가 그렇지만 유리만 깨끗하면 아주 그만이다. 바퀴가 달려 있어서 아이 공부용으로, 우리 가족 식사용으로 아주 유용하다.

 재활용한 거실테이블
재활용한 거실테이블 ⓒ 양지영

이전에 주워 온 책꽂이는 모퉁이에 못을 치거나 본드를 붙여가며 손을 좀 봤는데, 이번 것은 제법 깨끗해서 크게 손 볼 곳은 없었다. 깨끗하게 닦아 놓으니까 아이 방에 새 책꽂이 하나가 추가된 듯하다. 아이가 신이 나서 책을 정리한다. 예전엔 발 디딜 틈도 없이 엉망이었는데 요즘은 정리에 재미가 들었다. 한 때의 바람이 아니라 쭉 가야 할 텐데. 

 왼쪽이 산 책꽂이, 오른쪽이 주워온 책꽂이
왼쪽이 산 책꽂이, 오른쪽이 주워온 책꽂이 ⓒ 양지영

봄이 되면 화초들이 예뻐서, 꽃가게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이런 저런 화초들을 구입했다. 화분들은 비싸서 엄두를 못 내내 허름한 화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싱그러운 화초가 '내용'이기에 화분이라는 '형식'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헌데, 뜻밖에 화분들이 생겨서 화분갈이도 되고 화초도 새 옷을 입었다. 새 옷을 입히고 보니 나름 '형식'도 중요하구나 싶다. 주워 온 화분들을 정리하면서 죽은 화초는 버리고 흙을 꺼내는데, 예쁜 화분 안쪽에 자잘한 스티로폼이 그렇게 많이 있는 줄 몰랐다. 흙으로만 하면 무거워서 일까? 그렇더라도 이건 아니다 싶다.

개인적으로 이 봄에 화초를 산다면 화초와 화분을 따로 구입해서 가게에서 직접 흙을 담아 오는 것이 어떨까 싶다. 만약, 화초를 선물로 받는다면 일정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화분갈이를 해 주는 것이 어떨까 싶다.

 재활용한 화분받침대
재활용한 화분받침대 ⓒ 양지영

 재활용한 장독항아리 2개와 재활용 예정인 책꽂이
재활용한 장독항아리 2개와 재활용 예정인 책꽂이 ⓒ 양지영

새 물건만 고집하며 '남이 쓰던 물건'이라고 눈길조차 주지 않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직 쓸 만한 물건이 그대로 쓰레기가 된다면 그 역시 낭비일터.

"이사가시면서 용도가 다했기에 내어 놓고 가셨지요? 잘 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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