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출현과 행적은 보수우익 진영에 깊은 상처와 정신적 내상을 남겼나보다. 보수우익 진영은 오는 6월 2일 교육감선거를 앞두고 '제2의 김상곤' 출현을 막기 위한 교육감 후보 단일화 작업에 돌입했다.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 후보군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보수우익 성향의 시민사회단체와 인사들은 보수우익 진영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위한 '바른교육국민연합'(이하 국민연합)을 결성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후보 단일화 작업을 하고 있는 진보 진영에 맞서 보수 우익도 단일 후보를 내겠다는 것이다.
김진홍 목사, 조용기 여의도 순복음교회 원로목사,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소설가 복거일씨 등이 주요 인사로 참여한 국민연합은 16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출범식을 열고 "보수우파 진영이 총 단결해 반전교조 단일 후보를 내세워 교육감 선거에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보수우익 "전교조 교육감 막아야 한다"... 후보단일화 기구 출범
이 자리에는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신지호 의원도 참석해 보수우익의 '반전교조 후보 단일화' 움직임에 힘을 보탰다. 또 현장에는 보수우익 단체 관계자 약 500여 명이 참석했다.
보수우익 진영이 이렇게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위한 기구를 만든 건 과거 '분열의 아픔'을 겪어봤고, 또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보수우익은 지난 2008년 서울교육감 선거, 2009년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모두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다.
2008년 서울교육감 선거에서는 단일화에 실패했음에도 당시 공정택 후보가 강남-서초-송파의 몰표를 받아 진보 진영의 주경복 후보를 꺾었다. 하지만 이듬해 열린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 진영 단일 후보였던 현 김상곤 교육감에게 패했다.
당시 김상곤 후보는 40.81% 지지를 받았다. 반면 보수우익을 대표했던 김진춘 후보는 33.63%의 지지를 얻었다. 만약 김 후보가 또 다른 보수우익 성향의 강원춘 후보(12.88%)와 단일화를 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또 상징성이 큰 서울에서 보수우익 성향의 교육감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도 보수우익의 후보 단일화 움직임을 재촉하고 있다.
현재 보수우익 성향 후보로는 김경회 전 서울시부교육감, 이원희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이경복 전 서울고 교장, 김영숙 전 덕성여중 교장, 김성동 전 교육과정평가원장, 이상진·정채동 교육위원 등이 자천 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보수우익의 고민 "후보자 난립, 이러다 또 질 수 있다"
진보진영에서는 박명기·이부영·최홍이 교육위원, 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진보진영에선 이미 '2010 민주·진보 서울시교육감시민추대위원회'가 꾸려졌고, 이곳에서 단일 후보를 내세울 방침이다.
이런 진보의 움직임에 보수우익 진영은 "2008년처럼 또 보수 후보가 난립하면, 이번에는 진보 진영에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고 위기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국민연합은 후보 단일화 노력과 더불어 '전교조 vs. 반전교조' 구도를 만들어 교육감 선거를 치를 계획이다.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 낙인찍기로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는 자체 분석에 따른 것이다.
국민연합은 "교육감 선거는 정당 선거가 아니므로 조직과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전교조 성향 후보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며 "보수우파 성향 후보들이 조직과 자금 등이 취약한 상황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의 반전교조 움직임은 한나라당의 전략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정두언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은 "이번 지방선거는 전교조를 심판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진보 진영이 먼저 선점한 무상급식 이슈에 맞서 반전교조 카드를 내세운 셈이다.
하지만 국민연합은 아직 정확한 후보 단일화 방법과 절차를 만들지 않았다. 우선, 인터넷 사이트(www.win62.org)를 통해 회원을 모집하고 반전교조 후보 단일화를 위한 범국민 캠페인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김상곤 약발', 어느 쪽이 더 크게 받을까?
또 전국 16개 시·도에 지부를 결성하고, 4월부터 후보자 초청 토론회 등을 거쳐 5월에 여론조사와 모바일투표를 통해 후보단일화를 한다는 가안을 수립한 상태다. 하지만 국민연합의 단일화 방안이 확정된다 해도 난립하고 있는 보수우익 후보들이 이를 따를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이상훈 애국단체총협의회 상임의장은 "친북좌파 전교조 교사들의 편향된 이념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촛불 집회를 하고, 젊은 판사들이 '묻지 마 판결'을 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개인 욕심에 사로잡혀 보수인사들이 너도나도 교육감 선거에 뛰어들고 있어 심히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 상임의장은 "우파의 단일화 계획에 역행하는 후보자는 교육계에서 영원히 퇴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설가 복거일씨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지금처럼 절실한 때는 없었다"며 "여기서 흩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작년 경기도교육감 선거에서 더없이 아프게 경험했다"고 말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축사를 통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단체가 정확한 시점에 나타났다"며 "10년 좌파편향 교육을 바로잡는 애국적 모임과 움직임에 머리가 숙여진다"고 이들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신지호 의원은 "경기도처럼 제2, 제3의 전교조 후보들이 만들어지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며 "법에 위반되지 않는 선에서 돕겠다, 반드시 승리하자"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이날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우리는 '김상곤 예방주사'를 맞아봤다"며 필승을 다짐했다. '김상곤 예방주사'는 진보 진영 역시 맞았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 이후 진보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보수는 "분열은 패배"라는 반성을 했다.
'김상곤 약발'이 어느 쪽에 강력한 내성을 갖게 했는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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