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누리집에 들어가면 '나누는 문화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그리고 유인촌 장관은 인사말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민 누구나 문화를 찾고, 알고, 즐길 수 있도록 문화, 예술, 체육, 관광, 종교, 언론, 국정홍보 등의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시책을 펴나가고 있다"면서 "여러분이 주시는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소중하게 담은 다양한 정책을 통하여 '문화로 생동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는데 온 힘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문화로 생동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겠다고 한 문화체육관광부가 한 누리꾼을 경찰에 수사 의뢰를 했다.
문화부가 누리꾼을 수사의뢰한 것은 '회피연아'라는 이름 붙여진 동영상이다. '회피연아' 동영상은 지난 밴쿠버 겨울 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김연아 선수에게 유인촌 장관이 꽃다발을 걸어주면서 포옹하려는데 김연아 선수가 회피는 모습을 취했기 때문에 '회피연아'라고 이름 붙여져 인터넷에 퍼져나갔다.
그런데 이 동영상을 올린 유포자로 지목받은 닉네임을 '스프레이'으로 사용하는 누리꾼이 서울 종로경찰서로 출석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인터넷에 올린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문화부 자유게시판인 '나도 한마디'에는 누리꾼들의 비판글이 이어지고 있다.
'신00'는 "아침에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정말로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동영상때문에 누리꾼을 고소하는건가? 나도 그 동영상을 봤지만 악의적이라고 생각들지는 않았다"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이 정도의 표현의 자유도 없는 나라인가. 힘없는 누리꾼 한명 본보기로 잡아 족치고 너희들도 입만 뻥긋하면 잡혀간다고 협박하시는 건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이런 일이 생기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 우리나라의 세계적으로 언론 자유가 한참 내려간다는 게 이해가 간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00'은 "초등학생도 이러지는 않겠다. 고소라니. 장관님이 노발대발하면서 기분나빠 하였나? 참 그릇을 알 수 있는 처사"라며 "누구 생각인지 만약 그 네티즌이 처벌을 받는다해도 그 결과가 문화부를 비롯한 정부에 독이되면 독이 되었지 절대로 득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00'는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의 코미디 잘 보고있다. 연일 이런 저런 웃긴 일들이 벌어지고있으니. 한국생활에 간혹 생기는 실소와 함께 찾아오는 허탈한 즐거움. 제발 정신 좀 차리고, 제대로 정책이나 운영하라"고 탄식했다.
'이00'는 "홍보 한번 확실하게 하시네요. 역시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대단합니다. 이동영상을 모르고 있던 사람들이 더 많았을텐데, 경찰관들만 시간낭비하게 만드네요. 참 우리나라 재밌네요. 무료한 오후에 뻥~ 하고 터졌다"고 비꼬았다. 포털 다음 <VIEW>에도 회피연아 동영상 수사 의뢰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다음 블로거 '피앙새'는 <'회피연아' 동영상이 명예훼손일까?>라는 글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이다. 정치인을 상대로 촌철살인 비판을 할 수 있다. 문화부는 회피연아 동영상을 만든 네티즌을 고소하기 보다 왜 동영상이 나오게 되었는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면서 "좀더 열린 마음으로 국민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흑백테레비'는 <'회피연아' 네티즌 고소! 유인촌장관의 노이즈마케팅?>제목 글에서 "'회피연아' 동영상에 대해서 불쾌하다고 해도 국방부나 행정안전부가 아닌 문화부이 이렇게 네티즌을 쉽게 고소한다는 것은 의외"라며 "문화부라는 명칭답게 대한민국 문화 전반을 다루는 주무 부처 장관이 네티즌의 패러디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고소를 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경직된 사고방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회피연아 동영상이 문화부가 아닌 다른 부처와 관련되어 일어났어도 문화부는 네티즌들을 옹호하고 그 문화를 좋은 쪽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입장"이라고 따금하게 충고했다.
한편 유인촌 장관은 지난 3월 3일 경향신문 <김제동의 똑똑>-'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과 인터뷰에서 김제동씨가 "정부·정권·정치를 비판하는 코미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힘 있는 곳이 코미디의 소재가 되는 것은 정상이라고 봅니다"는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어느 사회든 풍자가 가능해요. 조선시대 남사당이 뭘 풍자했나요. 정치, 종교를 풍자했잖아요. 결국 해학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지. 예술의 역할이 그런 거죠. 예술가가 길거리 뛰지 말고 작품으로 말하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요."(경향신문 <김제동의 똑똑똑(2)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2010.03.03)
유인촌 장관이 어느 사회든 풍자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그가 장관으로 있는 문화부는 회피연아 동영상을 올렸다고 누리꾼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유 장관이 한 말이 진심이라면 회피 연아 동영상쯤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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