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연아' 동영상을 의도적, 조직적으로 확산시키는 사람들 있다." "유포자가 영상에 '성추행을 하려 했다'는 설명을 붙여 명예훼손을 의도했다." "'회피연아' 동영상은 패러디를 넘어선 사실 왜곡." "불량 누리꾼들에게 경각심을 심고 품격있는 인터넷 문화 만들기 위한 것." 문화체육관광부(아래 문광부)가 '회피연아' 동영상 유포자 수사 의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누리꾼들은 문광부의 해명이 '엉뚱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문광부가 '회피연아' 동영상의 유포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지난 16일 알려지면서 누리꾼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샀다. 이에 문광부는 17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회피연아' 동영상은 악의적으로 프레임을 조작하고 속도를 변화시킨 왜곡 조작"이며 "잘못된 인터넷 문화를 바로 잡고, 보다 품격 있는 인터넷 문화로 변화시키고자 수사를 의뢰하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문광부는 특히 논란이 됐던 '회피 연아' 동영상과 KBS가 방송한 원본 자료를 보도자료에 함께 첨부해 유인촌 문광부 장관이 김연아 선수를 '성추행하려 했다'는 일부의 의혹을 일축하고자 했다.
"성추행이라고 생각 안했는데"... 누리꾼들 '황당'하지만 누리꾼들은 문광부의 해명이 도리어 '긁어 부스럼 만들기'라는 반응이다.
18일 문광부 홈페이지 '나도한마디' 게시판에 글을 올린 김아무개씨는 "김연아 선수가 유 장관의 포옹을 피한 것 정도로만 알았는데 문광부가 자체적으로 '성추행'이라고 인식한 듯하다"며 "원본 영상에서도 포옹을 낯설어하는 김연아 선수의 모습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회피 연아' 동영상이 패러디를 넘어섰다"는 문광부의 입장에 대해서도 반발이 크다.
하아무개씨는 "이번 일이 고소감이라면 미국에서 있었던 오바마 대통령의 조커(영화 <배트맨>의 캐릭터) 패러디는 사형감"이라며 "고위직에 있는 유 장관인 만큼 패러디가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아무개씨는 "이런 방식의 패러디는 이미 '돌발영상'이나 '팝콘영상'같은 방송사 프로그램에서도 사용되었던 방식"이라며 "유머를 유머로 알고 넘어가야 대인배"라고 지적했다.
"문광부가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단면을 보여 주는 것 같아 등골이 오싹하다." 같은 게시판에 남겨진 누리꾼 전아무개씨는 문광부가 인터넷 공간에서 자유롭게 의사를 표출하는 누리꾼을 '불량 누리꾼'과 '품격없는 누리꾼'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전씨는 "문광부에게 국민은 섬김의 대상이 아니라 통치의 대상일 뿐"이라며 "이러한 문광부의 행위에 국민들은 두려움과 함께 분노도 느낀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모기보고 칼을 뽑은 '견문발검', 형사처벌은 최후의 수단" 김창룡 인제대 교수도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통화에서 "유 장관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는 일이지만 고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사실을 날조한 것도 아니고 있는 것을 편집한 것을 두고 형사 처벌을 주문한 것은 견문발검(모기를 보고 칼을 뺀다는 뜻)"이라며 "사회적으로 우월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 형사처벌이라는 최후의 수단에 의지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회를 살벌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이번 고소가 인터넷 상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게 될 조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김 교수는 "'성추행'이라는 표현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동영상에 대해 고소한 것은 '행위의 결과'가 아닌 '행위에 대한 해석'에 대해 처벌하겠다는 것"이라며 "법리적, 행정적으로 우월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소송을 할 때는 다각의 검토를 선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