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18일 오후 7시 55분]
MBC 사장 등의 인선에 권력의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한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장의 <신동아> 인터뷰 기사와 관련, 김재철 MBC 사장이 해당 기자에 대한 법정 대응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 그러나 김재철 사장은 정작 인터뷰를 한 김우룡 이사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신동아> 4월호는 '김우룡과 MBC, 8개월 전쟁'을 통해 김우룡 이사장이 지난 8일 MBC 임원 인사에 대해 "이번 인사는 김재철 사장 혼자 한 게 아니라, 큰집(청와대)이 김 사장을 불러다가 '조인트' 까고 (김 사장이)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라며 "이번 인사로 MBC 좌파 대청소는 70~80% 정도 정리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이사장은 또 "(내가) 청소부 역할을 해라(하니까). 그러니까 김재철은 청소부 역할을 한 거"라며 "대체적인 (인선) 그림은 만나서 그려줬다. 김 사장은 내 면전에서는 '걱정하지 마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MBC 노조는 18일 발행한 특보를 통해 "MBC 구성원들에게 참을 수 없는 모욕을 안겨 준 김재철 사장은 당장 석고대죄하고 물러나라"며 "MBC에 그런 수모를 안기며 그리도 사장이 하고 싶었냐"고 꼬집었다.
김우룡 이사장의 인터뷰 기사로 인한 김재철 사장은 순식간에 "청와대에 불려가 '조인트'를 까인 청소부"가 된 것이다. 김재철 사장은 곧바로 해당 기사를 쓴 <신동아> 기자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을 위한 민사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18일 MBC 홍보시청자부 명의의 보도자료를 내고 "관계회사 사장단 인사와 관련해 권력기관 어느 누구와도 협의한 적이 없으며, '큰집 사람을 한 명도 만난 적이 없다"면서 "특정 인사의 말만 듣고 본인에 대한 사실 확인도 없이 허위 사실을 보도한 기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정작 자신을 '청소부'로 만든 김우룡 이사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김 이사장의 <신동아> 인터뷰를 두고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공영방송 MBC와 사장인 나와 MBC 구성원들을 매도하고 자존심을 짓밟은 처사에 대해 심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어 "김우룡 이사장이 MBC 구성원은 물론 국민에게도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할 사안"이라며 "해명이 충분하지 않다면, 공영방송 MBC의 위상을 세우고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조처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계회사 사장단 인사가 비록 방문진과의 협의 사안이기는 하지만, 협의를 넘어 직접 관여하는 것은 방문진 권한 밖의 일"이라며 "공영방송 MBC의 독립과 중립성을 훼손할 경우에는 권력기관이든 방문진이든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우룡 이사장이 말한 "김재철 사장의 역할은 좌파 청소부"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들은 적도 없고 들을 이유도 없다"고 일축했다.
김재철 사장은 오는 19일 방문진 이사회에서 김우룡 이사장의 해명 내용을 본 뒤 향후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MBC 노조, "김재철 사장 뭘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고소는 김우룡 이사장을 해야지 왜 한상진 기자를 하나?"
김재철 MBC사장의 보도자료를 접한 MBC노조원들은 고개를 가우뚱했다. MBC에 모욕을 준 것은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인데 김재철 사장의 법적 대응의 화살은 김 이사장의 말을 보도한 한상진 <신동아> 기자에게 향해 있었기 때문이다.
연보흠 MBC노조 홍보국장은 "김재철 사장이 뭘하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 홍보국장은 "거짓말을 한 사람은 김 이사장이고 거짓말을 녹음해 기사화한 것이 한상진 기자인데 명예훼손 혐의로 한상진 기자를 고소한 것은 대상이 전도된 것"이라며 "김 사장이 김 이사장에 대한 보이콧에 나서야 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럴 의지조차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연 홍보국장은 "이 사태는 김 이사장이 천박한 단어를 써가며 MBC에 모욕을 준 것"이라며 "무엇이 잘못인지 하나하나 풀어서 따져도 부족할 판에 김 사장은 뭉뚱그려 '사실이 아니다'는 말만 하고 넘어가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MBC 노조는 이같은 김재철 사장의 조치가 "전형적인 시간끌기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연 홍보국장은 "김 사장과 김 이사장 모두 정확한 해명없이 사실을 뭉뚱그리며 넘어가려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이 더 이상 지체되지 않도록 MBC노조는 이번 주 중으로 '결단의 시기'를 가질 생각"이라고 밝혔다.
연 홍보국장은 "MBC 노조원들의 생각이 크게 두 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노조원들은 김 이사장에게 당한 모욕뿐만 아니라 '방문진에 함께 맞서겠다'던 김 사장의 약속이 허풍으로 들어난 것에 대해서도 분노하고 있다"며 "즉시 행동에 나서자는 노조원이 있는 한편, 김 이사장 발언의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한 후에 움직이자는 노조원들도 있다"고 밝혔다.
MBC 노조는 오는 19일 회의를 갖고 최종적인 투쟁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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