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언론인들 앞에서 '눈물'을 보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여기자들 앞에서 한 '덕담'이 여성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18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 세미나 참석차 제주를 찾은 최시중 위원장이 같은 서귀포KAL호텔에서 열린 여기자포럼에 들른 건 오후 5시쯤.
기자협회 쪽 요청이 있긴 했지만 행사 시간이 겹쳐 공식 일정에선 빠진 상황이었다. 방통위에서도 만약에 대비해 사전 원고를 준비하긴 했지만 최 위원장은 이날 원고 없이 10여 분간 직접 인사말을 했다.
이날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나는 여성들이 직업을 가지기보다는 '현모양처'가 되기를 바란다", "가정의 행복을 위해 꼭 결혼해서 최소한 애 둘은 낳아 달라"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기자협회와 보건복지가족부가 주최한 여기자포럼 주제는 '국가 재앙 초래할 저출산 극복과 언론의 역할'이었고 전국 주요 언론사 여성 기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최 위원장 인사는 2부 순서인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과 여성 기자들의 대화 이후에 이뤄졌다.
이태희 방통위 대변인은 19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위원장도 격의 없이 편안하게 얘기하겠다고 사전에 밝혔고, 딸에게 얘기하듯 한 것이지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현모양처', '출산 당부' 등 일부 문제 발언에 대해선 "발언 취지는 '저출산 극복과 언론의 역할'이란 세미나 주제에 맞춰 덕담 차원에서 가볍게 한 것"이라며 "시대가 달라져 맞벌이할 때가 됐다는 발언도 했는데 일부만 부각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성단체 "황당하다"... "이명박 정부 여성 인식 수준 보여줘"하지만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나 여성단체에선 공인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란 반응이다.
나은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조선시대에나 할 법한 이야기들"이라면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해 직업이나 전망을 가지고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들은 집에만 있어라, 양육이나 보육이 일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성 역할을 고정시키는 발언들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탄탄한 남편을 만나야 한다는 얘기 자체도 여성을 약자이자 남성에게 의존적인 존재로 간주해 여성들을 비하하는 발언"이고 "여성들이 출산을 하는 건 자신의 선택인데 무조건 저출산 해결을 위해 여성들이 애를 낳아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여성을 출산 도구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경란 전국여성연대 사무국장도 예전 이명박 대통령의 '마사지 걸' 발언 파장을 들며, "이명박 사람답게 이명박 정부의 여성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격의 없이 얘기한 것'이란 해명에 대해서도 "격의가 없는 게 아니라 망언"이라면서 "그런 얘기들을 꺼내놓고도 스스로 비웃음거리가 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