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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화산 폭발, 폭풍 등 자연의 큰 재앙이 닥칠 기미를 보이면, 쥐떼를 포함하여 수많은 짐승들이 무리 지어 움직인다. 그 움직임에서 재앙의 징후를 보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 그런 재앙을 경고하는 징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재앙이라고 하여, 지자체 선거를 앞둔 한나라당 처지에서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또는 집권 3년차 정권에 타격을 주는,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공동체 전체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퇴영적 행태와 모순이 누적되어 분출되는 문제이기에 그 심각성은 자못 클 수밖에 없다.

 

언론의 침묵과 왜곡, 재앙을 키웠다

 

그런데 이런 징후들의 씨앗은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심었고, 그런 재앙을 키우는 일에는 정권의 홍보기구처럼 되어 버린 방송, 조중동, 경제지, 기타 정권 친화적인 언론 등 기존 언론의 90%가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정권에 불리한 것은 의도적으로 아예 무시하거나, 축소해 버리거나, 초점을 엉뚱한 데로 돌리는 수법을 통해, 그리고 정권에 유리한 것은 홍보전단지처럼 연일 홍보의 나팔을 부는 수법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외면함으로써, 사실과 진실을 외면, 왜곡하여, 재앙의 씨앗들을 키워왔다.

 

사실보도와 권력비판이라는 언론의 핵심적인 두 기능이 사라진 토양에서 권력 핵심부는 부패하고, 권력에 도취·중독되어 오만 방자하게 된다. 지금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사건의 주인공 이름만 보더라도 김우룡, 최시중, 안상수, 유인촌, 이동관, 김태영, 공정택 등 개인에다 '사건을 만드는' 정치 검찰 등 줄을 잇는다.

 

지금 이명박 정권 아래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아들 부시', 그러니까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몰락하게 된 과정과 흡사한 면이 많다.

 

종교적 다원성을 부인하고, 기독교인이 아닌 이슬람 교도들을 '사탄'으로 본, 그래서 이라크 침입을 하여 수많은 사람을 학살하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개신교 근본주의의 냉혈적 독선과 배타주의, 부자 감세와 이라크 전쟁 등을 위한 국방비 대규모 지출 등을 통해 미국 재정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방만한 재정정책(부자 감세와 4대강 등 대규모 토목공사 등으로 국가부채가 급증하는 한국 상황과 비슷), 자기와 생각이 같지 않으면 무조건 적으로 돌려버리는 단선적이고 이분법적인 독선과 옹졸함, 북한에 대한 강경책 일변도, 미국판 <조선일보> 방송인 <폭스> 방송의 일방적 부시 찬양과 지지에 눈이 멀어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든 언론 환경... 지금 이명박 정권 아래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거의 유사한 사건들이 누적되면서 부시 정권은 무너졌다. 부시 정권만 무너진 게 아니라 레이건 이후 견지되어 왔던 공화당 보수주의의 기반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주 이 '증언'을 통해 35년 전 동아일보에서 쫓겨난 이야기를 전하면서 그렇게까지 된 긴 사연을 이야기하고, 아울러 지금 언론이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의 뿌리를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그 뿌리를 이야기하기 앞서 먼저 증언해야 할 이야기들이 적지 않게 발생했다. 90% 언론의 절대적 지지와 보호, 홍보 아래 감춰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치부와 모순들이 용암처럼 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치부와 재앙의 징후를 복기하면서, 그런 일들을 미국 부시 행정부의 몰락과 비교하면서, 그런 과정에서 언론은 무슨 짓들을 해왔는지, 민주세력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전체 그림을 한번 보자.

 

[풍경 1] 김우룡씨의 직설적 고백

 

자신은 MBC 회장급이라며 연봉을 20% 인상해야 된다고 주장한 김우룡씨(전 방문진 이사장)는 '큰집 조인트' 발언을 통해 이 정권이 자행해온 방송장악의 적나라한 실체뿐 아니라 이 정권 핵심부 인사들의 천박한 지적 수준과 언어사용 수준, 인간적 품성까지 직설적으로 고백했다. 몇 구절만 보자.

 

- "(MBC 사장은) 쉽게 말해, 말귀 잘 알아듣고 말 잘 듣는 사람이냐는 게 첫 번째 기준이었다."

- "이번 인사는 김재철 사장 (혼자 한) 인사가 아니다. 처음에는 김 사장이 좌파들한테 얼마나 휘둘렸는데. 큰집도 (김 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 까고 매도 맞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다.)"

- (김 사장이 큰집에 갔다 왔는가 라는 질문에) "큰집에 들어갈 수 있어? 밖으로 불러내서…, (김 사장이) 좌파들 끌어안고 가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이번 인사로) MBC 좌파 대청소는 70~80% 정도 정리됐다."

- "김재철은 청소부 역할을 한 거야...(앞으로 MBC 어떻게 할 건지는) 대체적인 그림은 만나서 그려줬지."

- "엄 사장이 나가면서 이제 공영방송을 위한 8부 능선은 넘어섰다. MBC 내의 '좌빨' 80%는 척결했다(고 생각한다). 다행인 건 임기가 1년이라는 것이고, 본인(김재철 사장)이 재선을 위해서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다."

- "내가 사실 지난해 8월27일 엄 사장을 해임하려 했다. 하지만 정무적인 판단으로 미룬 거다...국정감사도 앞두고 있고, 또 정운찬 총리 임명문제도 있고 해서…."

- "(엄기영 사장이) 솔직히 2월 말까지는 버틸 줄 알았다. 그때까지도 안 나가면 해임하려고 했다."

 

[풍경 2] 대통령 멘토인 최시중씨의 '반여성적' 여성관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라는 최시중씨(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참 어이가 없는 인물이다. 지난 18일 제주도 서귀포 KAL 호텔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의 '2010 여기자 포럼'에서 희한한 말을 많이 했다. 그의 지적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어떻게 여기자 모임에서 현모양처론을 펴면서 여성취업이 저출산의 원인인 것처럼 이야기했는지...

 

탁아, 육아, 보육, 교육 문제 등 사회적 정책적 기반에 대한 이야기 없이 여성취업이 저출산의 원인이라도 되는 듯 아이 많이 낳고, 현모양처 되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여성취업은 자기실현의 문제일 뿐 아니라, 그렇지 않고는 경제적으로 생존하기도 쉽지 않은 절박한 상태인 점을, 그는 아는지 모르는지...

 

이 자리에 참석한 <시사인>의 김은남 기자의 글을 보니 최시중씨는 여기자 포럼에 정식으로 초청된 인물도 아니었다. 같은 호텔 바로 옆 장소에서 열린 신문방송편집인 세미나에 참석한 최시중씨가 "잠깐 인사를 하고 싶어 한다"며 들렀단다.

 

그런데 그가 오기 전 '여기자 포럼'이 열리는 호텔 입구에 "정장 입은 사내 십여 명이 서성대는 것"을 보았는데, 김은남 기자는 이날 '여기자 포럼'에서 발제를 한 전재희 장관이 '저 정도 의전을 받는 위치였나'고 갸웃해 했다. 나중 그 의문은 대통령 멘토였던 최시중씨의 등장으로 해소되었다. 그렇게 '여기자 포럼'에 참석한 최시중씨는 "준비해온 축사가 있지만 그건 관두고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하겠다"며 말문을 열었는데, 그 말의 내용이 참 어이가 없다.

 

"이렇게 지성적이고 아리따운 여성들 앞에 서 영광이다. 나이 차는 좀 많이 나지만 언론계 선배로 생각해 달라"

"최소한 애 둘은 낳아야 인간을 만든 조물주의 뜻에 합치한다. 여기자들도 최소한도 애 둘은 꼭 낳아 달라. 시집 안 간 분은 빨리 시집가고, 그래서 애 둘은 꼭 낳고, 여력이 되는 분들은 셋 넷 낳고…. 그래야 가정도 행복하고, 국가적인 저출산 문제도 극복할 수 있고, 우리가 걱정하는 경쟁력을 갖추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나 보고 보수꼴통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여성들이 직업을 가지기보다는 현모양처가 되기를 바란다. 내가 아들 하나, 딸 둘이 있는데 딸 둘을 모두 모대학 가정대에 보냈다. 그리고 재학 시절부터 졸업하면 일 년 안에 시집가야 한다고 다짐을 받았다. 다행히 아이들이 내 뜻을 잘 들어주었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이듬해 시집을 보냈다. 아이도 둘씩 낳았다." (이상 김은남 기자 글에서 인용).

"가정의 행복을 위해 꼭 결혼해서 최소한 애 둘은 낳아 달라. 살면서 몇 가지의 행복이 있다. 탄탄한 남편을 만나야 하고, 재물과 알맞은 일거리가 있어야 하고, 행복한 자녀를 둬야 한다" (<한겨레> 기사에서 인용).

 

그런데 이렇게 현모양처를 강조하고,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마치 여성 취업이 저출산의 원인인 것처럼 강조했던 최시중씨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현모양처의 좋은 모델처럼 예를 들었던, '모대학 가정대' 출신인 그의 딸이 서울 서초구 서초을 지역에서 한나라당 서울시의원 공천을 신청했다는 뉴스가 바로 나왔다. 최시중씨의 큰 딸은 <경향신문>과의 전화에서 "아버지께서 '잘 생각하고 결정해라. 너는 잘 할 수 있을 거다'라며 출마를 허락하셨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제주도에서 최시중씨는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면서 여기자들을 놀린 셈이다.  더 가관인 것은 지난 11일 최시중씨는 지상파 방송사 사장 셋을 비롯하여 케이블 방송 대표들을 모아 놓고 "막말과 막장 방송을 퇴출시키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최시중씨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산업발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민의식의 선진화가 필요하다"며 막말, 막장 방송 퇴출을 강조했다(<미디어오늘> 3월 11일).

 

최시중씨는 널리 알려진대로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인데, 이런 걸 보고 이명박 대통령도 많이 배웠는가, 이명박 대통령의 '막말'과 '설화'(舌禍)도 만만치 않다.

 

[풍경 3] MB의 설화, 그리고 종교 폭풍의 씨앗

 

"현지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선배는 마사지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더라,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얼굴이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남자들이…(편집자에 의해 일부 생략). 그러나 얼굴이 덜 예쁜 여자들은 서비스도 좋고…(<오마이뉴스> 2007년 9월 13일).

 

이에 대한 당시 한나라당 설명도 가관이었다.

 

"... 이 후보는 그 자리에서 여성을 비하하거나 특정 직업을 비하한 적이 없습니다. 특정한 직종과 그 종사자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비하라고 한다면 모르겠으나, 발언 자체에는 추호도 그런 취지가 없었음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발언의 전후 맥락도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기회가 주어져서 모두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였을 뿐, 일부 매체에서 암시하는 특정 직종을 언급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요즘 제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인터넷 금융회사를 창립을 했습니다. 해서 금년 1월 달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을 하고, 이제 그 투자자문회사가 필요한 업무를 위해서 사이버 증권회사를 설립을 하기로 생각을 해서 지금 정부에다 제출을 해서 이제 며칠 전에 예비허가가 나왔습니다... 미국에 1년 반 있는 동안에 많은 것을 생각해 봐서...이제 대한민국에 와서 인터넷 금융그룹을 만든 거죠... 제가 어제자 신문에 증권회사를 만든다 이렇게 났습니다... 그래서 증권회사는 금융감독원에다 승인을 맡아야 하는 데 그게 6개월 걸렸어요... 저가 하는 금융회사, 새로운 고도의 금융기술을 한국 금융계에 보여주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첫해에 흑자가 나는 증권회사를 보여 줄라고 하는 겁니다. 물론 BBK 투자자문회사는 금년에 시작했지만 이미 9월말로 28.8% 이익이 났습니다." (2000년 10월 17일 광운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강연에서).

 

"요즘 젊은 배우들이 뜨는데 그 영화는 '한물 살짝 간' 중견배우들을 모아 만든 영화, 돈 적게 들이고 돈 번 영화다. 돈은 요즘 젊은 배우 한 사람보다 적게 들였을 것이다. 역시 벤처 아이디어다" (2007년 5월 18일)

 

"요즘 (나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보면 70~80년대 빈둥빈둥 놀면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인데,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2007년 2월 27일)

 

"일해공원에 대해선 내용을 잘 몰라서 답변할 수 없을 것 같다. 일해는 횟집이름 아니냐?"(2007년 2월 1일)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 "나처럼 애를 낳아 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고, 고 3생을 4명은 키워봐야 교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 (2007년 1월 20일)

 

"지난 10년 동안 공부를 해 경부 대운하 건설을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1시간도 공부를 안 한 사람들이 이를 무조건 반대하고 있다" (2007년 7월 8일)

 

"서울 소망교회 이명박 장로입니다. 이번 집회에는 참석을 못하지만 영상으로나마 인사를 드리게 돼 기쁩니다다...부산 1500개 교회·선교단체가 이번 기도 집회를 통해 민족·부산 부흥의 물꼬를 트는 역사가 일어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부산을 축복합니다" (2007년 8월 23일. 부산서 열린 '모든 사찰이 무너지게 하소서' 모임에서 한 동영상 축사)

 

"한나라당이 정권을 잃은 지 10년이 돼도 한나라당 이름으로 뭉쳐있는 것을 보면 하나님이 한나라당을 사랑하는 것 같다. 정권을 뺏기고 그 당명을 그대로 유지한 당은 역사상 한나라당이 유일하다. 결국 10년 동안 정권을 못 잡게 한 것도 하나님의 뜻이다"(2007.09.20)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거룩한 도시이며, 서울의 시민들은 하나님의 백성이다. 서울의 회복과 부흥을 꿈꾸고 기도하는 서울 기독청년들의 마음과 정성을 담아 수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2004년 5월 30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국회 문화방송관광체육위원회 위원장인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 모임을 주선한 전 한나라당 부대변인과 의원 보좌관을 지낸 김영국 거사 등 네 명이 모인 자리에서, 안상수 원내대표가 했다는 '좌파 운동권 스님' 발언으로 터져 나온 거대한 종교 폭풍의 핵은 이처럼 이미 이명박 서울 시장,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형체화되기 시작했다. 그가 뿌린 씨앗이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태그:#정연주, #이명박, #최시중, #김우룡, #서울 봉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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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동아일보 기자, 한겨레 워싱턴 특파원, 논설주간, kbs 사장. 기록으로 역사에 증언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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