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현안이 있으면 당연히 국회를 열고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문제를 따지고 밝혀 보고하는 게 국회의원의 의무다. 김우룡 이사장의 '큰집 발언'이나 안상수 원내대표의 종교 장악 발언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맹목적 충성심에서 나온 것 아닌가 우려된다. 국회에서 진상을 규명하지 않으면 이 같은 맹목적 충성파가 양산될 것이다." (장세환 민주당 의원)
"줄줄이 꿰어진 '방송 장악', '종교 장악', '예술 탄압' 등의 현안은 모두 헌법과 관련된 사안이다. 이런 헌법 파괴 행위에 대해 소관 상임위가 침묵하고 눈을 감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금은 때가 아니다, 기다려달라'고 하는 게 지금 한나라당의 방침이 된 것인가." (전병헌 민주당 의원)
공전을 거듭하던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문방위)가 24일 여당이 집단적으로 불참한 가운데 '반쪽 회의'로 열렸다.
문방위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이 <요미우리신문>의 '이명박 대통령 독도 발언'까지 인용해 '보이콧'으로 일관하고 있는 여당을 비판했지만 반응은 없었다.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을 제외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도 야당의 소집 요구에 불응했다.
야당 의원들은 각종 현안이 쌓여 있음에도 상임위 보이콧으로 일관하고 있는 여당을 입을 모아 비판했다.
이들은 ▲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전 이사장의 '큰집 발언' ▲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좌파 스님' 발언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회피 연아 동영상' 고소·고발 ▲ 김인규 KBS 사장의 '<개그콘서트> 동혁이형' 발언 ▲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현모양처' 발언 등을 당장 문방위가 다뤄야 할 현안으로 지목했다.
민주당, "현안이 이렇게 많은데 보이콧... 의회주의 부정하는 것"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김우룡 이사장이 자진 사퇴하고 청와대가 그를 그대로 수용한 것은 <신동아> 인터뷰 내용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한나라당이 지금 상임위의 정상적 개최를 거부하는 것도 이를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여당을 '압박'했다.
그는 안상수 원내대표의 '좌파 스님' 발언과 관련해, 한나라당과 조계종 총무원 간의 '거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변 의원은 "안 원내대표가 불교계 예산 지원 요청으로 조계종 총무원장과 만났다고 하는데 2010년도 예산은 한나라당의 날치기로 통과됐다"며 "일부 지원 예산 등이 정치적 목적으로 편성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있는데, 그 대가로 특정 스님의 인사 조치를 요구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지금 다른 상임위에선 국정에 관한 여러 의혹을 다루고 있는데 왜 문방위는 열지 못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김우룡 (전) 이사장, 안상수 원내대표의 처사도 문제지만 이 문제를 무조건 은폐하려는 한나라당의 태도도 문제"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는 이어 "정략적인 태도도 한계가 있다, 상임위를 열지 않는 것은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처사"라며 "여당 간사는 간사 협의를 통해 야당의 소집 요구에 응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조영택 민주당 의원은 "고흥길 위원장도 논란이 되고 있는 자리에 배석한 당사자 중 한 명"이라며 "불교계 예산과 관련해선 소관 상임위의 위원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건의 받고 처리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굳이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 특정 단체의 로비로 비칠 수 있는 자리의 당사자가 됐다"고 고 위원장의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미리 '틀' 정해놓고 상임위 소집 요구... 응하기 힘들어"
그러나 고 위원장은 이에 대해 특별한 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회의가 끝난 뒤 "한 사람의 말만 듣고 그런 말은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제기된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은 "양당 간사 사이의 협의 없이 야당이 일방적으로 요구한 상임위 소집에 위원장님이 응한 것에 대해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야당의 소집 요구에 부정적으로 답했다.
그는 "현재 야당이 여당과 충분한 협상 없이 일방적으로 소집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미 방송 장악·언론 탄압·종교 장악 등의 틀을 규정해놓고 회의를 하자고 해 여당으로서 응하기 힘들다"며 "진상을 파악하기 전부터 사안을 규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한나라당 의원들과 상임위 소집을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야당의 '일방적인 정치 공세'가 계속되는 한 여당의 문방위 '보이콧' 방침이 당분간 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전병헌 의원은 "나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로 인해 간사 대행을 맡고 있는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과 여러 차례 협상을 했지만 3월 국회를 열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관련 당사자들을 출석시켜 따지고 추궁해 진상을 밝히자는 것인데 한나라당은 왜 그런 자리를 회피하냐"고 맞받았다.
그는 또 "민주당은 현안이 많아 매일 문방위를 열어야 하지만 현실을 감안해 방문진 및 방통위 하루, 문광부 하루, 문예위 등 산하기관 하루 등 단 3일만 열자고 제안했다"며 "사실이 아니라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지금은 한나라당이 하자고 나서야 정상"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무소속 유성엽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등 야 4당 의원 97명은 이날 오후 김우룡 방문진 전 이사장의 <신동아> 인터뷰 내용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방송정책의 최일선에 서 있는 자의 입에서 언론과 관련해 있을 수 없는 망발이 터져 나왔을 뿐 아니라 그 언급 내용에서 정권의 핵심과 관련된 공작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어 관련된 모든 사실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며 국정조사 요구 이유를 밝혔다.
또 ▲ 김 이사장이 언급한 '큰집'의 구체적 의미 ▲ 권력기관의 MBC 인사 개입 방법과 범위 ▲ 엄기영 사장의 사퇴와 김재철 사장의 선임 배경 ▲ 이른바 "MBC 좌빨 80%" 제거 방법 ▲ 공영방송 말살책동 전반 등을 조사 범위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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