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행 시 가족이나 지인들을 위해 선물을 사기보다 현지의 사정이 담긴 엽서를 보내곤 합니다. 지난 4일, 케냐와 근접한 탄자니아의 국경 어딘가에서 부쳤던 엽서가 오늘(3월 23일) 집에 도착했습니다.
이 엽서는 2월 25일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마사이마라로 가는 중에 나록Narok의 토산품점에서 구입했습니다.
마사이마라(Masai Mara)의 아카시아캠프장(Acacia Camp)에서의 둘째 날 밤인 2월 26일에 마사이 댄스를 즐겼습니다. 그리고 그 짜릿한 기운으로 남포등 아래에서 8장의 엽서를 썼습니다.
하지만 우체국을 발견하지 못해 여행기간 동안 배낭 속에 있다가 탄자니아에서 케냐의 나망가(Namanga)로 넘어가는 국경에서, 탄자니아의 출입국사무소에서 출국도장을 받고 케냐 측 출입국사무소로 걸어가는 중에 우체국을 발견하고 마침내 엽서를 붙일 수 있었습니다.
탄자니아의 우체국 여직원이 엽서에 3월 4일 날짜로 소인 찍는 것까지 확인했지만 제가 입국하고도 여러 날이 지나도 가족들에게 보낸 엽서는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혹 도중에 분실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배달이 되었습니다. 엽서를 탄자니아의 우체국에 맡긴 지 19일 만입니다.
동부와 중앙아프리카 일대에서 자주 듣는 말이 '뽈레뽈레(Pole pole)'입니다. 스와힐리어로 '천천히'라는 말입니다.
항공우편은 '하라카(Haraka 빨리)'배달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은 발송지가 아프리카라면 뽈레뽈레 기다릴 일입니다.
Jambo! 당신과 영대 그리고 나리, |
잠보는 아프리카 남동부일대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스와힐리어(Swahili language)어로 '안녕(Hello)'라는 뜻이란다.
아빠가 집을 떠나온 지도 꼭 열흘이 지났구나. 아빠는 아프리카에서의 이 모든 시간들이 헛되지 않도록 치열하게 보고, 듣고, 느끼고 있단다.
이틀에 한 끼밖에 못 먹는다는 수단의 어린이에 대해 듣고 가슴 아프고, 누더기를 걸치고도 흰 이를 드러내놓고 웃는 이들을 보면 더불어 행복해지고, 지구의 반대편까지 와서 온 몸으로 봉사하고 있는 이들을 보면 진정 '사랑'이 가슴에 고이는 구나.
이 세상에 행복과 사랑에 열외 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때까지 우리는 그들을 한순간도 머리와 가슴에서 놓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엄마와 영대와 나리, 주리가 이곳 마사이마라의 남포등아래에서 더욱 사무치게 그립구나!
2010. 2. 26. 마사이마라에서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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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bo! 헤이리의 이웃들과 사무국 식구들! |
제가 헤이리를 떠나 아프리카로 온지도 꼭 열흘입니다.
여기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를, 도시와 초원 사이를, 눈물과 웃음 사이를 쉼 없이 누비고 있답니다.
이곳 사람들은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와 뽈레뽈레(Pole pole)를 입에 달고 있습니다. 동남부아프리카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는 스와힐리어로 'No problem(괜찮아)'와 'Slow 천천히'라는 뜻이지요.
이곳 사람들은 '뽈레뽈레'속에 행복이 서려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저의 그리움을 전해주세요.
마사이마라의 초원 남포등아래에서 2010. 2. 26. 이안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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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