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장군 순국 100주년을 맞은 26일, 전국 각지에서 추념 행사가 개최되는 가운데 나비축제로 유명한 전남 함평에서도 안중근 장군 관련 단체 임원들과 각계 인사, 지역 주민, 학생 등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안중근 장군 동상 제막행사'가 열렸다.
이날 오후 2시 함평군 신광면 함정리 상해임시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제막식은 함평 예술인연합회 '나루다 예술 공연단'의 난타공연과 길놀이, 한풀이 등의 식전행사에 이어 안중근 장군 약전보고, 유언낭독, 경과 보고, 동상 제막, 순국 100주년 추념사, 동상제막비 기념사, 축사 순으로 진행되었다.
기단을 포함한 높이 4.3m에 폭 4.1m 규모의 청동으로 만들어진 동상 기단에는 안중근 장군이 1909년 '단지동맹회' 결성 후 왼손 무명지를 잘라 '대한독립'이라고 쓴 태극기와 손 모양이 '안중근 장군' 글자와 함께 새겨져 있다.
안중근 장군 동상은 이인희 육군대령(육사 39기)이 디자인하고, 양세창 중국 하얼빈 공대 교수가 조각했으며, 김영기 한국서도 협회 회장이 제자(題字)를, 이진학 안중근 동상건립위원회 회장이 설립했다.
특히 제막행사와 더불어 '안중근 의사' 신분을 '대한의군 참모중장'으로 복원하고 직위를 '대한의군 대장'으로 1계급 특진시키기 위한 국회청원 결과를 추인하는 '대한의군 대장 안중근 장군 추인식'도 열렸다.
행사 관계자는 처음엔 2010년 100주년 주기에 국회의원 100명을 목적으로 추인서를 받기로 시작했다고, 그러나 여·야 의원들의 호응이 좋아 행사 날(26일) 현재 152명의 국회의원이 서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은 다소 차가운 날씨에도 초·중·고등학교 학생들도 참석해서 순국 100주년을 추념했는데, 행사가 시작되기 1-2시간 전에 나와 임시정부 군무장, 재무장 등을 역임한 호남의 대표적 독립운동가 김 철 선생 기념관을 들러보기도 했다.
김 철 기념관 옆에 세워진 상해임시정부 청사를 관람하는 이들도 있었다. 청사 1전시실에는 김구 선생 집무실, 임시정부 회의실, 부엌, 침실과 이봉창, 윤봉길 등 독립운동 유인들의 자료가 진열되어 있고, 제2전시실에는 일제가 자행한 야만적인 고문 행위를 쉽게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사진과 기록 고문기구 등이 전시되어 있다.
조선 침략의 원흉 이등박문을 저격하고, 사형선고를 받은 안중근 장군은 1910년 3월 26일 오전 10시. 중국 뤼순 감옥에서 사형이 집행되었는데, 당시 안 장군이 남긴 유서는 "내가 죽거든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에 묻어두었다가 조국이 독립되거든 옮겨다오"였다.
그러나 순국 100년이 되는 지금까지 유해를 찾지 못하고,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삼 의사 묘역(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 한 편에 가묘(유골이 없는 묘)로 남아있다. 거기에 친일파 후손들은 자유와 국격을 논하며 선무당 칼춤 추듯 하고, 대통령은 일본의 독도 망언에도 기다려달라고만 했다니 나라의 앞날이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다.
목포 대성초등학교 5학년 한지윤 학생과 이로초등학교 4학년 나유리 학생은 안중근 장군을 잘 몰랐는데, 행사 때 부를 '안중근 노래'를 연습하며 가사를 보고 알게 되었다면서 장군님 어머니가 정말 훌륭하신 분 같다며 제법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함평고등학교 1학년 김준서 학생은 행사에 참석해보니까 중학교 3학년 도덕시간에 배웠던 안중근 의사와 다른 게 많다며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민족의 원수인 '이토'를 저격한 훌륭한 의사로만 알았는데, 동포에게 보내는 유언을 보고 느낀 게 많았다면서 안 장군이 우리 조상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제막식에 이어 안중근 동상 건립위원회 이진학 회장의 기념사, 이낙연 의원의 추념사, 함평군 의회 조용무 의장의 축사 등이 있었는데, 안중근 장군 국회청원에 첫 번째 서명한 김성곤 의원은 처음 들었을 때는 부끄럽게도 안중근 의사가 군인인 줄도 몰랐었다며 서명해준 152명 의원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안중근평화재단 청년아카데미' 정광일 대표는 '안중근 장군'이라는 호칭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에 대해 김구 선생의 공식직함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이 맞고, '김대중 선생'의 공식명칭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는 이치라고 설명했다.
"나는 개인 자격이 아닌 대한의군 참모중장의 자격으로 적장 이등을 사살했노라. 나를 만국법에 따라 포로로 대우하라!"는 안중근 어록에 우리가 '의사'로 불러야 할지, '장군'으로 불러야 할지 해답이 담겨 있다고.
동상 제막식에는 민주당 이낙연 의원, 김성곤 의원, 이석형 전 함평군수, 조용무 함평군 의회 의장, 양문택 목포보훈지청장, 일 강 김철 선생 장녀 김미경 여사, 안중근 평화재단 청년아카데미 지도위원장 이승희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날 제막식은 목포 역사 어린이 합창단(단장 이찬순)의 '안중근 노래' 합창으로 행사를 마쳤는데, 참석자들은 손자·손녀처럼 귀여운 어린이들의 감동 어린 합창에 뜨거운 함성과 우렁찬 박수로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