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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졸업을 앞두고, 2010년 계획을 세웠다. 이제부터 무엇을 하면 좋을까. 어떤 일을 하면서 살면 좋을까. 고민하던 끝에 늘 품고 있던 '꿈'을 현실로 풀어보자는 결론을 냈다. 그 결론을 내는 데에는 대학생활의 경험들이 크게 작용했다.

저소득가정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인연공부방'

예비특수교육교사로 예비교사모임을 꾸려보기도 하고, 주말마다 장애 아이들을 만나는 인연맺기학교도 햇수로만 5년을 했다. 대학생사람연대의 부문위원회인 예비교사회 활동을 하기도 하면서 '참교육', '대안교육'을 실현하는 꿈을 늘 꾸고 있었다.

실제로 각 캠프 등 이곳저곳에서 만났던 아이들은 학교, 집(여력이 된다면 학원)이 아니면 놀러 갈 곳이 없었다. 부모님이 맞벌이하시는 가정이면 아이는 늘 혼자 있어야 했고, 부모님이 새벽에 일하러 가시기라도 하면 아침을 굶기 일쑤였다. 물론 저녁을 굶는 아이들도 예사로 많았고, 놀러갈 곳이나 함께 놀 친구들이 없어서 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는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소외당하는 아이들, 학교가 끝나도 집이 아니면 갈 곳이 없는 아이들, 사회 관계를 전혀 맺을 수 없는 아이들이 보고 싶었고 그래서 직접 만났다. 하여 이제는 지역에서 가장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곳에 아이들의 놀이터, 사회적 관계의 나눔터, 공부방을 만들자! 결심하게 된 것이다.

두근두근 첫 만남, '인연공부방' 문을 열다

생각했던 것보다 빠른 시일 안에 공부방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주변에서 공간도 마련해주셨다.(부산의 동래 무궁화야학의 공간을 함께 이용하고 있다.) 열두 명의 부산대학교 재학생 자원활동가와 4명의 초등학생 친구들이 함께 하게 됐다.

2010년 3월 27일, 드디어 고대하던 개교식을 진행했다. 두근두근. 모두가 처음 만나는 사람들. 아이들 그리고 부모님, 대학생 자원활동가까지. 각자 어떠한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든, 아이들과 함께 하게 될 시간들을 그려보았다. 그래, 이제 진짜 시작이다!

우리는 '지금' 행복하고 싶어요!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그리고 주변 친구들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 하고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받고 싶어 한다. 그것이 어떤 상처였고 누구로 인한 상처였든 지금 우리 아이들은 충분히 상처 받았고 상처 받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지 모른다.

아이들의 개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즐겁게 키워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단지 '성적 1등'이 아니어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는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주어야 한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행복을 이유로 당장의 아이들 행복을 저당 잡을 수는 없다. 사실 아이들에게 '공부 잘 못해도 괜찮아. 꼭 대학가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현실에서 제대로 책임질 수 없는 말이니까. 하지만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마음이 건강하고 주체적인 사람으로 커가고,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힘을 기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연공부방의 자원교사들도 아이들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혹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동정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단지 교육봉사를 하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아이들과의 사회적 관계 맺기를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아이들도 대학생 선생님을 만나면서 거절 받은 것과 상처 받은 것 때문에 사람에 대한 마음의 문을 닫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들을 만나고 또 그 속에서 자신의 틀을 깨고 서로가 서로의 삶에 개입하면서 그런 것들을 불안해하거나 어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싶다. 이는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대학생 선생님, 함께 하는 아이들, 그리고 부모님이 힘을 합쳐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할 '오늘'이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인연공부방은 인연맺기운동본부의 자원활동 중의 하나다. 부산지역 인연맺기운동본부 회원모임은 중증장애인 목욕보조활동인 '비누방울'과 위의 '인연공부방'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정유진 기자는 부산 인연공부방의 대표입니다.



#인연공부방#인연맺기운동본부#초등학생#대학생#부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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