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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닷새가 지났지만 국민의 대표자를 자처하는 국회는 마치 절간처럼 조용한 모습이다.

국방위가 지난 27일과 29일 긴급 전체회의를 소집해 김태영 국방장관 등으로부터 보고를 받았을 뿐 국회 차원의 사고원인 규명과 진상조사는 착수도 못하고 있다. 30일 그나마 김형오 국회의장이 장수만 국방부 차관과 김중련 합참 차장을 불러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당부한게 전부다.

'지방선거에 불똥 튈까'... 조용한 한나라당

 천안함 침몰사고 대책마련을 위해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깜짝등장해 김학송 위원장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천안함 침몰사고 대책마련을 위해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깜짝등장해 김학송 위원장에게 귓속말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국회가 이처럼 조용한 이유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지금은 실종자 구조가 최우선"(안상수 원내대표)이라며 군과 정부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고 말하고 있다.

겉으로는 생존자 구조를 위해 합심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속은 복잡하다. 한나라당은 천안함 침몰이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는 중이다.

6·2 지방선거를 68일 앞두고 터진 천안함 침몰 사고는 여당에게 악재일 수밖에 없다. 벌써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0%(-8%p)로 하락했다는 여론조사(30일자 <리얼미터> 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는 "군 수색작업이 계속 난항을 보이면서 지지율은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내놨다. 같은 조사에서 한나라당 지지율도 39.9%(-5.2%p) 하락한 것으로 나왔다.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천안함 침몰'이 정치 쟁점화된다면 국정운영의 동반 책임을 지고 있는 여당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탓에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제안한 국회 정보위원회 소집과 진상조사특위 구성, 31일 본회의 긴급 현안질의를 모두 거부하는 중이다. 자칫 야당의 공세에 말려든다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계산에서다.

야권 "진상조사단 구성" 한목소리... 안상수 '묵묵부답'

하지만 여당의 이런 태도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불러 오고 있다. 해군 주력 전투함이 침몰하고 장병 46명이 실종됐는데도 여당은 '표 계산'만 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는 "즉각 정보위원회를 열어 군, 정부당국과 국정원으로부터 사고 원인과 북한 동향 부분을 정확히 알아내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뭐가 두려워 정보위원회 소집을 주저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정부와 군 당국이 뭔가 감추려는 것을 국회가 추궁하고 밝혀내는 데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국회의원들도 현장에 나가 상황 파악을 하고,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하자"고 거듭 제안했다.

지난 28일 천안함 침몰 진상조사특위(위원장 문희상 의원)를 구성한 민주당은 정부 당국에 질의서를 보내고 전문가 토론회를 준비하는 등 본격 진상규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보 부족으로 제대로 된 조사에 착수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간사를 맡은 안규백 의원은 "현재로선 어느 정도 사태 흐름을 봐서 활동 내용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자유선진당도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특위 구성을 요구하고 있다. 류근찬 원내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31일 본회의 긴급 현안질의를 통해 사고 경위를 밝히는 것이 최선"이라며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무엇이 두려워 현안질의조차 못한다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그는 "한나라당도 국회 차원의 의혹 해소에 동참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만약 이를 거부한다면 국민적 의혹만 증폭되고, 결국 정부 불신으로 비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도 "국정조사"(강기갑 대표), "국회 진상조사단 구성"(노회찬 대표) 등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안상수 원내대표는 여전히 '묵언수행'을 이어가는 중이다.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청와대 안보관계장관회의나 국방부 브리핑 등으로 만족하는 국민들은 없다"며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국방위를 열어 진상을 규명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함#침몰#국회#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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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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