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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실종자 무사귀환 '촛불' 끄는 경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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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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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와 있는 게 불법입니까? 천안함 실종자의 생존을 바라면서 마음을 모으겠다는데 왜 방해합니까." 31일 오후 7시 10분 대한문 앞. '천안함 실종자의 무사귀환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4명의 시민이 촛불을 들었다. 불을 켠 촛불이 3개, '아이폰 촛불'이 2개, 총 5개의 촛불이 켜졌다.
잠시 후, 이들을 둘러싼 남대문경찰서 소속 경찰 30여 명이 시민들이 든 촛불을 '후' 불어서 끄기 시작했다. 이날 4명의 촛불시민을 막기 위해 50여명의 경찰이 모였다.
"촛불을 왜 꺼요. 왜 꺼." 시민들이 저항하며 촛불에 불을 붙였지만, 그럴 때마다 경찰은 입김을 불어 재빠르게 촛불을 껐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한 시민이 경찰들에게 물었다.
"촛불이 무슨 무기예요?. 경찰이 이렇게 하는 법적 근거가 어디에 있어요?"스피커를 통해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4명 이상이 모여 의사를 발표하는 것은 집회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집시법을 위반하고 계십니다." 7시 20분경 경찰은 시민들이 든 촛불 3개를 '회수'했다. "아이폰 촛불은 어떻게 할까요?"라고 현장의 경찰이 무전기를 통해 윗선에 물었지만, 다행히(?) 아이폰은 회수되지 않았다.
'촛불모임' 제안자 최승국씨, "진상규명될 때까지 매일 나올 것" 이날의 '번개 촛불모임'은 녹색연합 사무처장인 최승국씨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다. 최씨는 30일 오후 11시경 자신의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긴급제안/천안함 실종자 구조염원과 사고원인 진상규명을 위한 촛불을 듭니다. 함께 하실 분 내일 오후 7시 대한문 앞으로 와주세요. 혼자라도 시작합니다. RT요청. 최씨의 글을 트위터에서 본 윤기동·김성균·박영선씨는 이날 최씨와 함께 촛불을 들었다. 경찰들에 둘러싸인 최씨는 "지난주 금요일 밤 침몰소식을 들은 지 6일이 흘러가고 있지만 아직도 조카 같고 아들 같은 46명의 장병들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현재 많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는데 어떤 것이 사실인지 국방부와 정부의 진상규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과 촛불시민의 '충돌'을 트위터로 생중계한 윤희숙씨는 "정부의 태도가 불불명하고 발표하는 내용이 믿음이 가지 않는다"면서 "가족들만큼은 아니겠지만 지켜보는 마음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윤씨는 "트위터에서 반응이 뜨겁다"며 트위터 이용자들의 반응을 기자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한편, 이날 모임을 제안한 최씨는 "모임이 안정화될 때까지 매일 오후 7시에 이 자리에 나오겠다"면서 "대한문에 나오지 못하더라도 집에서, 사무실에서 '마음의 촛불'을 켜고 장병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촛불을 회수당한 '촛불시민'들은 '아이폰 촛불'을 켠 채 7시 30분경 실종 장병들의 무사귀환을 위한 묵념을 한 후 모임을 마쳤다.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모임을 제안했다"는 최씨는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계속해서 촛불을 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