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토요일. 매주 신륵사 둔치에서 열리는 여강선원의 수경스님이 주관하는 '수륙제'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저항의 글쓰기 실천위원회'(위원장 도종환) 회원 40여명과, 민예총 본부와 경기지회회원들 30여명이 3일의 수륙제에 참가했다. 지금은 수륙제라고 부르지 않고 '생명평화를 위한 여강 한마당'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여강 한마당에 참석하기 전 작가회의 회원들과 민예총 회원들은, 버스와 차 등을 이용해 이호대교 위에서 파헤쳐진 남한강을 바라보며 마음 아파했다. 강천보 현장에 도착한 일행은 주변을 돌아보고 부라우 나루로 이동해, 이항진 여주환경련 집행위원장의 설명으로 남한강의 생태계와 4대강 사업이 저지르고 있는 일들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재앙으로 돌아올 것인가에 대해 설명을 듣기도 했다.
침묵의 시간, 강은 흐르고
참가한 사람들은 바위에 올라앉아 흐르는 남한강을 내려다보며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바위 위에는 '시인이여 사라지기 전에 기억하라'는 펼침막을 펼쳐놓았다. 그저 묵묵히 내려다보는 강물이지만, 그 강을 바라보며 얼마나 많은 아픔을 느꼈을까? 조금 위 예전 육모정이 서 있던 곳에 자리를 잡은 일행은, 구중서 이사장의 남한강 현장을 둘러본 소감을 듣는 시간에 이어, 한국문학평화포럼 회장인 홍일선 시인의 시낭송과 글쓰기 퍼포먼스가 열렸다.
'첫 시를 쓰던 첫 마음으로 돌아가야 하리'라는 제목의 시에서 홍일선 시인은
가문날
강마을 어진땅 지켜주시던
단양쑥부쟁이 일가
무참히 밀어내는 짐승의 시간
강 찾아오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목이 메이는
검은댕기해오라기 형제들
국토 곳곳이 용산참사역이어서
고향을 빼앗긴 어머니강의 피붙이들
고라니들 청둥오리 백로들 무래무지 누치들
애달픈 별리의 노래
강기슭 갈대숲에서 들려왔으리(하략)
속마음 드러낸 시인들
퍼포먼스가 끝나고 나서 참가한 사람들은 펼침막에 강에 글을 남겼다. 저마다 마음속에 한 마디씩의 절규를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핏빛으로 물든 강물을 보라 우리의 암울한 미래다.(김희정)
강은 제모습으로 흐르고 싶어한다. 내가 내 얼굴로 살아가듯(최옥자)
강이 사라지면 우리의 모습은 얼마나 남루해질까?(김남일)
강은 제 깊은 속을 투명하게 드러낼수록 멀리 흐른다(김경주)
부라우나루를 떠난 일행은 오후 3시부터 남한강 은모래금모래 공사장이 마주보이는 둔치에서 열리는 여강 한마당에 참석을 했다. 앞에는 '先亡 4대강 파괴로 희생된 온 생명 제위'라는 위폐를 모셔놓고, 불교의식인 작법에 이어 시낭송과 판화가 이철수의 공사현장을 돌아본 소감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파괴되고 찢긴 남한강 현장을 돌아보고 난 후, 여강 한마당에 참석한 사람들은 지금 행해지고 있는 이 4대강 정비라는 사업에 우리에게 얼마나 큰 화를 불러 올 것인가에 대해 소름이 끼친다고 한다. 아름다운 남한강이 파헤쳐지는 현장을 바라보고 이루어지는 여강 한마당. 그래서 한 주도 쉴 수가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루한 싸움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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