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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의 버려진 듯
늙고 병든 가로수가
벚꽃을 활짝
팡팡 팝콘처럼 피웠다.
병든 쌍골죽으로
만든 피리 소리가
건강한 대로 만든
피리소리보다 아름답듯이,
잎잎이 화사한 꽃잎들
너무 순결하고 화사해
나는 눈길 자꾸 떨구네.
하늘 하늘 떨어지는 꽃잎들
저 선창가 선술집 늙은 색시에게,
첫사랑 마도로스 아저씨가
청혼하면서 사다줬다는
연분홍 립스틱 색깔 같이 요염하네.
아니, 아니, 아니...
지독한 병마와 싸워 이기고
불란서 파라솔 꺼내 쓰고
진해 벚꽃 구경 간다고
꽃단장 하고 동네 골목길
천천히 빠져나가는
노친의 봄아지랑이 속으로
멀어지는 뒷모습 같네.
해마다 꽃은 피기 무섭게 지고
지기 무섭게 또 해마다 꽃은 피는데
이 목숨 꽃 지는 자리에는
어떤 꽃이 와서 활짝 팝콘처럼 필까.
앙상한 나뭇가지들
파란 잉크를 만년필에
가득 채운 푸른 청춘들처럼
사각사각 새촉으로
연분홍빛 연애편지를
수없이 쓰다 찢다 찢다 쓰네.
푹- 볼우물 패인
푸르고 푸른 봄 하늘은
그저 환한 꽃가지
하나 꺾어 들고
지는 꽃들에게 빙그레 미소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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