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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생존 장병들이 사건 발생 13일만인 7일 오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천안함 침몰 당시 상황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이 사건 발생 13일만인 7일 오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천안함 침몰 당시 상황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호

생존자들이 드디어 입을 열었지만, 의혹을 풀 만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이들은 사고 원인이 '외부 충격'이라고 의견을 모았지만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반면 폭발이나 선체 결함 등 내부 요인에 대해서는 "화약 냄새가 없었고 장비 작동에도 이상이 없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강하게 부인했다.

7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통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생존자들은 하나 같이 "사고 전까지 아무런 특별한 상황이 없었다"면서 이처럼 말했다.

함장인 최원일 중령은 "(사고 당시) 외부 충격이 너무 컸다고 장교들끼리 얘기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고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저도 궁금하다, 선체를 인양해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타를 담당한 김병남 상사 역시 "외부 충격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세히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사고발생 시간에 대해서는 새로운 증언이 나왔다.

박연수 대위는 "함교 당직사관의 컴퓨터 모니터에서 본 시간이 24분이었다"고 말했다. 애초 사고시간을 '25'분이라고 밝힌 바 있는 최원일 중령은 "컴퓨터 자료를 검색하던 중 모니터 상에 23분을 확인했다"고 당시 진술을 해명했다. 이들의 컴퓨터는 물속에 가라앉아 있어 오차 여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모니터에서 본 시간은 24분이었다"

생존 장병들은 외부 충격 전까지는 아무런 사고의 징후나 특이한 상황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발표한 오후 9시 16분 '미상의 소음'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이 시각 천안함 좌현 함교에서 당직을 섰던 황보상준 일병은 "일체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성탁 상사는 "화약이 있으면 냄새가 진동하고 불도 난다, 그 순간 전혀 냄새가 나지 않았다"며 내부 폭발 가능성을 부인했다. 정종욱 상사는 "17년 군생활을 했지만 배에서 폭발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채권 대위는 "마지막 안전점검에 대해 인수인계 받은 자료는 (천안함 속) 제 방에 있지만, 출항 전에 2~3일 전에 장비가 작동했기 때문에 노후 등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배에 물이 샌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함정 내부와 외부 사이 온도차에 의해서 파이프에 물이 응결되는 것을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운 상사 역시 "장비가 작동 안 되면 CPO(상사급 이상 부사관)들이 잠들 수 없다, 당시 잠들 수 있었던 것은 장비가 원활하게 작동됐다는 것(증거)"이라고 주장했다.

김병남 상사는 "(배가) 암초에 걸리면 찢어지는 소리가 나고 사주나 뻘에서는 배가 출렁출렁거린다, 그래서 외부 충격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증언에 따르면, 사고 당시 이들은 일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고 평화롭게 휴식을 즐긴 사람들도 있었다. 박연수 대위는 "특이사항이 있었다면 당직사관이 저에게 보고했을 것"이라면서 "'상황'이라고 할 내용이 없었다, 상황이라는 용어 자체도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허순행 상사는 사고 당시 오후 9시 14분부터 18분까지 가족과 통화를 했다고 한다. 그는 "집사람이 임신한 상태여서 거기에 관해 통화했다, 딸애한테는 '엄마가 힘드니까 도와줘라'고 했고 그 뒤 통신실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정준영 병장은 후타실에서 운동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진 동료들의 복장을 설명하면서 "보통 내의와 반바지를 입고 운동한다, 저는 침실에서 쉬고 있었는데 특별한 상황이 있었다면 근무복을 입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후 9시 14~18분까지 임신한 아내와 통화

 천안함 생존 최원일 함장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천안함 침몰 당시 상황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천안함 생존 최원일 함장이 7일 오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천안함 침몰 당시 상황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호

이날 함정의 짧은 평화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끝이 났다. 병사들은 모두 두 번의 쿵 소리와 갑작스러운 정전을 증언했다. 특히 오성탁 하사는 긴박했던 사고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지하 2층 격실에서 업무보고를 준비하고 있었다. 순간 '쾅' 하는 소리가 나고 몸이 붕 떴고 정전이 됐다. 정신을 차리니까 암흑 세계였다. 오른편에 출입문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는데 암흑 속에서 손을 더듬어서 찾으려 해도 출입문이 안 잡혔다. 발에 뭔가 잡혀서 보니 출입문이 바닥에 있다. 배가 뒤집힌 것이다.

그 때 얼마나 폭발음 컸냐면 귀가 아플 정도였다. 문 옆에 있던 컴퓨터 책상이 무너져 문이 안 열렸다. 살겠다는 일념으로 가족 생각을 하면서 집기를 치우니 조금씩 문이 열려서 15분 만에 나왔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최원일 중령은 "저는 아직도 실종된 장병들이 제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살아있다는 희망을 갖고 복귀 신고하는 날 기다리고 있다"면서 "생명과 같은 천안함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 달라"고 호소했다.


#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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