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후원금 공개 6년째. 하지만 지역 언론은 '후원금 모금액 1등 누구?'에만 주목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중앙일간지와 일부 지역신문들은 공개된 자료를 분석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제기했었다.
이 언론들은 고액후원자 유형을 분석해 학연과 지연, 공천 등이 서로 뒤엉켜 있다고 지적하며 차명계좌 등 편법 기부에 대한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또 공천을 전제로 한 보험성 기부를 차단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부적절한 국회의원 소속 상임위 연관 업체 기부 사례를 분석했고 '불법정치자금'이 아니라 '민주주의 발전의 꼭 필요한 정치자금' 문화 확산을 위한 법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지역의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는 이 흐름에 한참이나 비켜있다. '6·2지방선거보도 참언론모니터단'이 지난 2005년, 2007년, 2009년, 2010년 두 신문이 내보낸 '국회의원 정치후원금 보도내용'을 집중모니터했다. 그 결과는 한마디로 '후원금 1등에만 주목했을 뿐, 정치자금법 개정의 법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요약할 수 있다.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는 중앙선관위에서 정치후원금 자료가 발표될 때마다 아래와 같은 제목으로 후원금 현황을 보도했다.
<매일신문> : '정치후원금' 국회의원의 힘, 대구경북 박근혜, 주호영, 권오을, 임인배 순.
<영남일보> : 박대표, 3억 3천만원 모금 '1위'"(2005년 3월)
<매일신문> : 대구 주호영, 경북 권오을 1위
<영남일보> : 한나라 풍족, 우리는 곤궁, 주호영, 권오을 전국 '공동 1위'(2007년 3월)
<매일신문> : 국회의원 후원금 '한나라 쏠림', 박근혜 3억 6000만원 1위 올라
<영남일보> : 역시 박근혜...3억 6183만원 1위"(2009년 3월)
이와 같은 흐름은 2010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매일><영남>, 국회의원 후원금 1위만 주목
<매일신문>은 4월 9일자 '작년 국회의원 후원금, 조원진 지역 1위'로, <영남일보>는 같은날 '조원진 의원 후원금 지역서 1위', 10일 '깨끗한 '풀뿌리 정치기부' 올해도 역시!/서상기 의원 '소액다수 후원금' 1위' 등을 통해 후원금 모금 1위 후보에만 주목하고 있다.
독자의 1차적 관심은 왜 조 의원이 1위를 받았는지, 서상기 의원이 한나라당임에도 불구하고 '소액다수 후원금'이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보다 비율이 높은지에 대한 분석조차 없다.
뿐만아니다.
지역신문만 보고 있노라면 정치자금 공개로 인해 나타난 문제 및 개선 과제 즉 ▲ 고액후원자 유형분석 ▲ 차명 계좌 등 편법 기부 여부 ▲ 공천을 전제로 한 '보험성 기부' ▲ 국회의원 소속 상임위 연관업체 기부의 부적절성 등을 파악하긴 힘들다. 이런 흐름을 찾기 위해선 다른 언론은 끊임없이 검색해야 한다. 그래서 몇가지 사례를 찾았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8일 '정치인 이색 후원금'을 통해 "경북 상주 출신의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은 자신의 고향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성윤환 의원에게 2008년에 이어 2009년에도 500만원을 기부"했고,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40년지기인 성하현 한화그룹 전 부회장은 이 의원에게 450만원을 기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8일자 <연합뉴스> '상임위별 유관기업, 대기업 후원금 여전'에도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이 기사는 "보건복지가족위 소속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한마음 병원 원장과 배상면주가연구소 배상면 소장은 각각 500만 원, 민주당 박은수(비례대표)의원은 한 외과원장에게 500만 원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4월 8일자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타나는 '공천 대가성' 후원 유형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예천군수에 도전장을 낸 김학동 푸른학원 이사장은 이한성(경북 문경·예천)의원에게 500만 원을, 정해걸(경북 의성)의원은 군위군수와 의성군수에 각각 출사표를 낸 중욱 전 경북도의원과 최유철씨가 각각 500만원씩 후원했다"고 보도했다.
<부산><경남도민>, '공천 보험성 후원금 폐해' 집중 분석
<매일신문>과 <영남일보>가 '투명한 정치기부금 문화'안착을 위해 법제도개선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일까, <부산일보>와 <경남도민일보>보도가 눈에 띈다. 특히 이들은 지역신문 특성에 맞게 '공천을 전제로 한 보험성 기부금 사례'를 집중분석했다.
<부산일보>는 2007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 국회의원 고액 기부자 명단 살펴보니 : '공천발목' 기초의원 눈도장용 후원금 여전 ▲ <기자일기>'그깟 후원금 500만 원' 부적절한 이유 ▲ <탐사보도>공천, 학연, 지연- 얽히고설킨 그들만의 세상 등의 기사를 내보냈다.
특히 '공천을 전제로 한 보험성 후원금'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또한 그들 간의 끈끈한 네트워크를 분석한 <탐사보도>자료를 통해 '참신하고, 능력 있는 젊은 일꾼'의 정치권진출이 힘든 지역정치계 실태를 분석해두고 있다.
한편 <경남도민일보>는 2009년 '<기획시리즈>정치후원금 보험금인가, 민주주의 발전의 씨앗인가'란 타이틀로 '투명성 결여…'뒷거래'대명사로', '보험성 검은 자금…신분 감추기 여전/이젠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등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들은 '공천을 전제로 한 정치후원금' 문제와 개선과제를 논리적으로 제시했다.
벌써부터 정치자금법의 취지가 퇴색한다는 지적이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기부는 이름, 생년월일, 주소, 직업, 전화번호 등 인적사항을 기록하도록 되어있지만, 이것에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연합뉴스> 4월 8일자 '국회의원 후원금 '편법지원' 백태'에 따르면 "2009년 300만원을 초과해 기부한 2034건 중 직업란을 비운 경우는 65건으로 전체의 3.19%에 달"한다. 이 기사는 이어 "기부자들이 직업을 공개하지 않는 비율은 2004년 20.6%에서 2005년 8.3%, 2006년 5.2%, 2007년 1.8%, 지난해 0.9%로 점점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지난해 들어서 다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직업을 밝히더라도 회사원이라고 표현, 구체적으로 직업을 알 수 없는 경우도 14.6%(297건), 구체적 상호명이나 업태를 표시하지 않고 자영어이라고 표현한 경우도 18.4%(375건)에 해당한다는 것.
민주주의 확산, 정치문화 개선, 투명한 공천 등을 화두로 개정된 '정치자금법', 그 법을 개정취지와 문제의식을 여론화하고, 정치인과 후원자간의 불탈법 사례를 고발하고 개선과제를 찾아내는 것은 언론의 몫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지역사회 정치문화에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매일신문>, <영남일보>는 언제까지 '후원금 1등'에만 주목할 것인가. 대구경북권 정치인 후원금 문제를 찾기 위해 독자들은 언제까지 다른 신문자료를 검색해야만 하는가. 오랜 산고 끝에 태어난 정치자금법 개정취지가 퇴색되고 있는 상황에 팔짱만 끼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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