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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천안함 참사 관련 정부의 정보통제와 언론보도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천안함 사건과 군 기밀주의의 사회적 비용'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1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천안함 참사 관련 정부의 정보통제와 언론보도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천안함 사건과 군 기밀주의의 사회적 비용'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 유성호

'북한 도발, 자체 결함, 유실 기뢰, 외부 충격, 암초, 그리고 원인 미상.'

 1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천안함 참사 관련 정부의 정보통제와 언론보도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도형래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이 '방송의 천안함 참사 보도'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1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천안함 참사 관련 정부의 정보통제와 언론보도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도형래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이 '방송의 천안함 참사 보도'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 유성호
천안함이 침몰(3월26일)한 뒤 지난 14일 동안 지상파 방송3사가 보도한 사고 원인은 대략 이렇게 나뉜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북한 도발(사고원인 보도 총 129건 중 64건)'. 그러나 이와는 정반대되는 '자체 결함' 등도 같은 방송사에서 사고원인으로 보도됐다. 결국 차후 진실이 무엇으로 밝혀지든 방송사들은 모두 '오보'를 할 운명이다. 추측성 보도를 남발한 데 따른 결과다. 도형래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의 분석결과다.

신문 보도 역시 믿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김수정 한겨레 미디어전략연구소 연구원에 따르면, 각종 '설'이 쏟아지던 사건 초기부터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기사에는 '정부', '정부 당국자', '군 관계자', '군 소식통', '군 고위 관계자' 등 익명 정보원들이 다수 등장했다.

그리고 이렇게 모든 신문과 방송이 천안함에 올인하는 동안, 다른 사회 의제는 모조리 침몰했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봉은사 외압 의혹,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의 '큰 집' 발언, 무상급식 논쟁, 4대강 사업, 세종시 논란이 줄줄이 날아갔다. 

신문에 매일 나오는 당국자·소식통... 누구냐, 넌

13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3시간 동안 열린 '천안함 참사 관련 정부의 정보통제와 언론보도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언론계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추측 보도를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진단과 대안은 조금씩 달랐지만 현재의 보도가 비정상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가 난무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보다 군 당국의 정보통제에 있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정보 독점의 문제는 다 감추는 게 아니라 정보를 취사선택해서 흘린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예단은 금물"이라면서도 북 잠수함이나 어뢰 등의 가능성을 조금씩 언론에 내비치고, 이를 근거로 보수언론들이 기사를 쓴다는 설명이다. 북한이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걸지 않으니 문제될 일이 없다.

그러면서 이태호 처장은 부시 행정부 시절 미 국방부 정보를 토대로 이라크 살상무기 문제를 단독 보도했던 <뉴욕타임스>의 치욕적 사례를 강조했다. 천안함 사건에서 나타난 한국 언론과 국방부의 모습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대해 김유진 민주언론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사실 보수언론들은 상황을 즐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보통제를 비판하는 듯 하지만, 오히려 이 틈을 타서 마음껏 추측성 보도를 내보낸다는 지적이다.

몰아가기식, 따옴표 저널리즘... 되풀이된 참사보도 관행

추측 보도는 몰아가기식 보도로 이어졌다. 언론들은 사설에서 '북한 도발'을 가정하고 안보위기론을 펼쳤다.

 1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천안함 참사 관련 정부의 정보통제와 언론보도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김수정 한겨레 미디어전략연구소 연구원이 '주요 신문의 천안함 참사 보도'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1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천안함 참사 관련 정부의 정보통제와 언론보도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김수정 한겨레 미디어전략연구소 연구원이 '주요 신문의 천안함 참사 보도'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 유성호
<조선>은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면 절대로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군사 도발"이라고 썼고, <중앙>은 "북한의 무력도발이라면 국가는 중대결심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동아> 역시 "북의 소행으로 밝혀진다면…(중략)…국가수호 차원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방송사에서는 취재원의 말을 무책임하게 인용하고 보도 말미에 살짝 반론을 끼워넣는 '따옴표 저널리즘'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도형래 연구원은 "2분 동안 사고원인이 북한 어뢰인 것처럼 보도하다가 5초 남겨놓고 지금까지 보도가 거짓말이라고 밝히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피해자가 통곡하고 분노하는 모습을 보도하던 참사보도 관행도 되풀이됐다.

김수정 연구원은 "생존자 가족으로 위장 잠입한 기자가 발각되거나 실종자 가족들에게 무리한 취재를 요구하다 경찰 신고를 당한 사건은 매우 경솔했다"면서 "재난사건에서 언론은 감정적 보도에 치우지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분한 대응보다는 오보가 낫다? 천안함 올인의 덫

이날 토론회에서는 천안함 사건에만 집중하는 보도 행태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경쟁적으로 여러 꼭지를 내놓다보니 종합적인 정리나 사실관계가 정확하게 확인 안 된 기사가 나온다는 것이다.

 1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천안함 참사 관련 정부의 정보통제와 언론보도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천안함 사건과 군 기밀주의의 사회적 비용'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1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천안함 참사 관련 정부의 정보통제와 언론보도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이 '천안함 사건과 군 기밀주의의 사회적 비용'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 유성호
이날 발표된 조사에 다르면 지난 14일간 방송3사는 708건(하루 평균 50.5건)의 보도를 내보냈다. <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경향>에서도 모두 1204건의 보도가 있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금 무책임하고 확실하지 않은 보도를 비판하지만, 정작 한 쪽에서 '우리는 차분하게 대응하겠다'면서 기사 양을 줄인다면 그 매체만 욕먹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사건이 터지면 국민은 언론에 사소한 것(가십 등의 정보)까지 기대하고, 방송 및 기사의 양을 중요하게 여긴다"면서 "이는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정서"라고 분석했다. 비단 천안함 뿐 아니라 과거 다양한 재난 보도나 흉악범죄 보도에서 반복돼온 '올인'의 덫이다.

김유진 사무처장 역시 "정보 가치가 의심스럽고 굳이 안해도 되는 보도들도 많았다, 이 때문에 중요 의제는 가려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송3사가 시청률 경쟁을 하지 말고 (천안함 진실 규명을) 공동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언론 쪽 전망은 비관적이었다. 토론회에 나선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앞으로도 한 달 이상 지방자치단체 선거까지 정부 당국이나 이 문제로 이익 볼 집단들이 의제를 끌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추측성 보도 비판에 대해서도 그는 "100%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왜 보도하냐고 하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언론사들의 보도가 이어지고 자신만 물먹을 수 있는 상황에서, 기자들이 냉정하게 확인 취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솔직히 경영진이나 상층부 데스크 이상은 이미 (친 정부쪽 인사로) 장악돼있고 이런 문제로 공격해도 대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시민들과 힘을 합쳐서 실종자 가족의 상처를 최소화하면서 진실을 알리고 정부 실정을 비판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자"는 다짐으로 말을 마쳤다.


#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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