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의 지역정치는 '주민없는 정치'의 상징입니다. 그리고 기득권 정치의 뿌리입니다. 풀뿌리 동네정치부터 바꿔야만 대한민국의 정치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와 <풀뿌리좋은정치네트워크>는 '바꿔! 동네정치' 제하의 공동 기획을 통해 지역정치부터 바꿔야하는 이유를 제시하고 작은 성공 사례 및 변화의 움직임을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
누구나 '정책선거'가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선거전에 돌입할수록 '집권론'과 '심판론'에 갇히고 만다. 여당 후보들은 집권당이기 때문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야당은 집권당에 대한 심판을 부르짖는다. 그러면서 '정책'은 실종되고 낡은 정치구도가 되살아나곤 한다.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유권자의 몫이다. 그렇다고 유권자가 선거 형국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는 많지 않다. 언론도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키는 후보자와 정당이 가지고 있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것을 드러내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정책선거'를 원한다면, 후보자와 정당은 스스로 낡은 프레임을 버려야 한다.
정책에는 후보자들의 가치와 철학이 묻어 있다. 매니페스토의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이번 선거부터 예비후보자들의 공약자료집에는 사업목표, 우선순위, 이행절차, 이행기한, 재원조달방안 등을 의무적으로 기입하도록 되어 있다. 공약의 구체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강제에도 불구하고 두루뭉수리하게 기입하는 후보자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후보자 정책을 판단하는 근거로써 이러한 기재들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100층짜리 호화청사를 짓겠다는 식의 공약이 발붙일 수 없게 말이다.
정책선거가 자리 잡힌다면 유권자는 즐거울 것이다. 골라 먹는 뷔페처럼, 좋은 정책을 고를 수 있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을 즐겁게 하는 정책은 무엇이 있을까? 정책선거가 되기 위해 몇 가지만 제안해보자.
[제안①] 걸어서 1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작은 도서관' 만들기우리나라에 공공도서관은 몇 개나 있을까? 정부가 운영하는 통계 사이트 'E-지표나라' 2008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전국에 공공도서관은 644개가 있다. 이를 인구수로 대비하면 1도서관 당 7만6천 명으로, 유럽의 스페인 8천여 명, 독일 9천명에 비해 10분의 1수준에 머물러 있다. 좀 부끄럽기도 하다.
최근 몇 년간, "작은 도서관 만들기 운동"이 풀뿌리단체 차원에서 진행된 적이 있다. 이 운동은 지금도 진행형인데, "동네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우리나라 도서관 정책의 방향은 외형적인 규모에 맞춰져 있다. 열람석 수나 장서수가 도서관 정책의 기준처럼 인식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대규모 건물을 짓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물론 어떤 면에서 그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생활자들은 작더라도 가까운 거리에 도서관이 많이 만들어지길 원한다.
인천 가좌2동의 '푸른샘어린이도서관'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가좌2동 주민자치위원회가 500명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주민들은 "어린이 걸음으로 걸어서 5분 이내에 도서관이 생겼으면 좋겠다"라는 욕구가 가장 컸다. 그래서 민관이 협력하여 지금의 '푸른샘어린이도서관'을 만든 것이다.
대구 반야월에 있는 '아띠 도서관'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반야월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을 가기 위해서는 차를 타고 30분 이상을 가야 했다. 반경 20km 이내에 공공도서관이 없었던 거다. 그래서 주민들은 스스로 도서관을 만들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겐, 도서관은 교육이고 문화고 정서적 교감의 장소인 것이다.
[제안②] 민간어린이집 10개, 국공립으로 전환하기
우리나라의 보육시설은 매년 늘어나서 2008년 12월 현재 어린이집은 3만3499개다. 그러나 이중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설치·운영하는 국공립시설은 5.5%밖에 안 된다. 40% 내외의 서유럽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국공립시설을 늘려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또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공립시설을 확충한다는 개념은 건물을 새로 짓는 식의 확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로서는 1개의 시설을 짓는 것도 예산의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건물을 새로 짓지 않고 늘리는 방법은 없을까?
기존 시설을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시설관계자들이 내놓는 대안이기도 하다. 즉, 94%가 넘는 민간시설 중 일정한 기준을 통과한 시설에 한해, 지방정부가 건물 사용에 대한 임대료를 지불하고 운영비를 지원하는 방법이다.
이럴 경우,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예산의 부담을 덜고 민간시설도 공보육에 적극 참여시킬 수 있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민간보육시설을 국공립시설로 10개씩 유도한다면 전국적으로 2000개 이상이 증가하게 되는 셈이다. 시설 입장에서나 부모 입장에서 즐거운 일 아니겠는가?
[제안③] 매년 교육·복지 예산 10% 증액하기아이들의 교육과 복지행정의 구현은 생활자들의 최대 관심사다. 교육은 단시간 내에 해결할 수 없는 국가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대적 요청과 사회적 변화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받고 있다. 복지행정은 두말할 여지도 없다. '역동적 복지'나 '보편적 복지'가 화두가 된 것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시민들의 욕구가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예산 비율은 다르지만, 교육에 투자하는 예산은 급식비 지원이나 학교 시설을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공격적인 예산 투자가 미약한 수준이다. 현실적으로 자녀교육문제가 생활의 1차적인 과제라는 것을 감안하면, 지방정부는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경기도에서 진행하는 '혁신학교'나 입학사정관제에 따른 진로 상담,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방과후 프로그램 지원 등 의지만 있다면 투자할 곳은 많다.
복지예산도 마찬가지다. 경직성 예산만 지원하는 소극성을 버린다면, 창의적인 정책들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빈곤 계층을 위한 임대주택정책이라든지, 어르신들을 위한 콜택시 제도, 병아(病兒)들을 위한 간호보육센터의 운영 등 시민들에게 물으면 좋은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예산이 부족하다고? 선심성, 일회성, 낭비성 예산만 줄여도 교육·복지예산 10% 증액은 꿈이 아니다.
시민들이 즐거운 텐텐텐(10·10·10)정책. 비현실적이라면 얼마든지 토론해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후보자와 정당은 '집권론'이나 '심판론'을 버리고, '정책선거' 분위기를 만들어보자. 정책에 대해 토론한다는 것, 후보자도 유권자도 유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