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땔감이 부족했던 흑산도는 이웃한 장도까지 땔감을 구하러 갈 정도로 산림이 황폐했었다. 그럼에도 신을 모신 당숲만은 온전히 잘 보존되어 오늘날에도 짙은 숲을 이루고 있다. 흑산도에서 가장 울창한 숲 중의 하나인 진리당과 용신당이 있는 당숲에는 영혼을 불러들인다는 초령목이 있다.
숲에 들어가면 거대한 고사목 하나를 볼 수 있다. 높이가 20m에 달했다는 이 나무는 약 300년 수령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가 고사하여 2001년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되었다. 다행히도 2003년 이 나무 주위의 숲에서 43그루의 대규모 군락지를 발견하여 전라남도기념물 제222호로 지정되어 관리해 오고 있다.
일본이 원산지인 초령목은 상록수로서 목련과 초령목속으로 아시아 1속 1종의 희귀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흑산도와 제주도에서만 서식하는 수목으로 거의 멸종된 희귀수목이기도 하다. 흑산도에 43그루의 어린 초령목, 제주도에 단 2그루만 존재하고 있다.
초령목은 백련화, 함소화라고도 부른다. 봄철 가지 끝 잎겨드랑이에 희고 큰 꽃이 한 개씩 핀다고 한다. 꽃이 진 후에 주머니 모양의 열매가 열리는데 그 속에 2개의 종자가 나와서 실에 매달린 것처럼 보인다.
초령목이라는 이름은 이 나뭇가지를 불단에 꽂아 귀신을 부른다는 설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일명 <귀신나무>라 불린다. 초령목은 귀신을 부른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흑산도의 진리당숲에 심어졌던 것으로 여겨진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진리당숲에서는 매년 정초에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당제를 지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