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22일 오전 재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출마를 선언한 김 후보를 가장 먼저 찾아온 '손님'은 누구였을까? 다름 아닌 정보과 형사였다. 서울경찰청이 교육감 후보자들을 사찰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여서 정보과 형사의 방문은 다소 썰렁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 사정은 이렇다.
김 예비후보는 출마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인계동 충혼탑을 찾아 참배했다. 이어 김 후보는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의 한 건물 3층에 마련한 선거 캠프 사무실로 돌아왔다.
김 후보가 사무실에 도착해 물 한 잔을 마실 무렵, '낯선 손님' 한 명이 찾아와 꾸벅 인사를 했다. 교육감 예비후보 공식 활동 시작 이후 찾아온 첫 손님은 수원 중부경찰서 정보과 유아무개 형사였다.
유 형사는 김 후보와 선거 캠프 관계자들에게 명함을 건넸다. 그러면서 다소 멋쩍게 웃었다. 유 형사는 "특별한 일이 있어서 온 건 아니고, 사무실 열었으니 인사차 들렀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후보는 다소 어색한 웃음을 웃으며 "잘 오셨습니다"라고 악수를 청했다.
출마 선언한 김상곤 후보의 첫 손님은 정보과 형사
유 형사도 어색한 분위기를 느꼈던 것일까. 그는 "민감한 시기에 찾아왔는데, 오해는 하지 마시라"며 "언론에서 경찰을 오해하는 보도가 나와서 좀 어색한 방문이 됐는데, 관할 지역이라 찾아온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유 형사는 "서울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절대 정보 수집 같은 거 안 한다"고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유 형사는 선거 사무실에 잠시 머문 뒤 떠났다.
김 후보 쪽의 한 관계자는 "정보과 형사는 일상적인 '업무' 차원의 방문이라지만, 그런 식으로 선거 캠프 분위기가 어떤지 계속 정보를 수집하고 있을 것"이라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 형사가 언급한 언론 보도는 서울경찰청 정보계가 일선 경찰서 정보과에 보낸 문건에 관한 것이다. 이 문건을 보면 서울경찰청은 최근 서울시교육감 후보자들을 '좌파'와 '우파'로 나눠 대대적인 정보 수집에 나섰다. 특히 문건에는 "무상급식, 후보 단일화 외 좌파 세력들이 어떤 선거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라)"고 적혀 있어 경찰이 진보개혁 진영 후보자들의 정보를 집중 수집했음을 엿볼 수 있다.
반면 서울경찰청은 "전문가들은 어떤 전략으로 임해야 우파가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지 (파악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경찰이 보수우익 성향의 교육감 후보자 당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 일으킬 만한 대목이다.
또 경찰은 "한나라당에서 반전교조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데, 먹혀들어 가고 있다고 보는지 아니면 영향력이 없다고 보는지, 이에 대한 대비책은 있는지" 등의 정보 수집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상곤 예비후보는 "대표적인 관권 선거를 보여주는 사례이자 구시대적인 유물이 아직도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 깜짝 놀랐다"며 "이미 검찰, 경찰 등 정보기관이 나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었다"고 불편한 마음을 나타냈다.
또 김 후보는 "일각에서 '전교조 대 반전교조' 구도로 교육감 선거를 치르려고 하는데, 지금 교육 현실에서 그런 구도는 적절하지 않다"며 "냉전적인 색깔론이나 이념적인 편 가르기가 유권자들에게 먹혀들 것이라 생각한다면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것이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