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가 5월부터 도입하기로 한 결식아동 급식 전자카드 시행을 둘러싸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충남도는 행정절차 간소화 및 보조금 집행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전자카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밝히지만 일선 지역아동센터와 시민단체들은 아동 인권 침해를 자초하는 행정편의적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충남도, 5월부터 7개시에서 시행 추진 지난 15일 충남도는 5월부터 결식아동에게 지급하던 종이급식권(식품권)을 전자급식카드로 대체해 지급한다고 밝혔다. 전자급식카드란 결식아동들이 개인정보가 입력된 전자급식카드를 발급받아 지참해 1일 한도액 내에서 결제용 단말기가 설치된 식당이나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급식을 위해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충남도는 전자급식카드 도입 배경으로 종이급식권 사용의 폐해를 언급했다. 종이급식권은 시군이 지정한 일반음식점이나 도시락 배달업체, 또는 슈퍼마켓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시군별로 제작해 결식우려 아동에게 배부해 왔다.
도는 종이급식권이 아동들이 음식점이나 슈퍼마켓을 방문하거나 주문 배달을 이용하고자 할 때 아동의 어려운 처지가 그대로 드러나 열등감을 갖게 된다고 밝혔다. 또한 종이급식권을 모았다가 친구들과 군것질에 사용하거나 가족 회식을 위해 부모들이 전용하는 등 다른 용도로 활용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급식 제공 업체에서도 회수된 종이 급식권을 환전하기 위해 보통 1개월 단위로 모아서 대금청구를 해야 하는 등의 불편이 따랐다고 덧붙였다.
도는 전자급식카드를 도입하면 이런 폐단이 사라질 것이라는 입장.
충남도는 전자급식카드가 시행되면 대금결제도 급식과 부식 제공 업체별 이용 아동, 이용 횟수 등을 전자시스템으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해져 1일 단위, 또는 1주일 단위로 수시로 대금결제가 가능해 행정절차 간소화는 물론 급식지원의 투명성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천안과 공주, 보령, 아산, 서산 등 7개 시와 희망하는 군 지역을 5월부터 시범적으로 추진한 후 점진적으로 도내 전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전자급식카드, 아이들에게 굴욕의 족쇄
충남도의 전자급식카드 도입 계획이 알려지자 일선에서 많은 결식아동들에게 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들을 중심으로 반발 움직임이 표면화됐다.
천안지역아동센터연합회와 천안YMCA, 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 미래를여는아이들 등 5개 단체는 전자급식카드 도입을 반대하는 성명을 지난 23일 발표했다.
이들 단체들은 성명에서 "아동들이 가난한 집 아이라는 꼬리표와 같은 전자급식카드를 매일 소지하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과 수치심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종이급식권은 아이들이 모아서 좀 더 양질의 음식을 사 먹을 수 있지만 전자급식카드는 오늘 미사용 금액이 이틀이 지나면 소멸되어 아이들의 음식 선택권이 그만큼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결국에는 어른들이 자신들이 편하게 활동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전자카드라는 굴욕의 급식카드를 걸어주려 한다며 급식전자카드제 도입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전자급식카드 도입 반대의 강경한 주장이 지역아동센터들에서 촉발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음식점이나 도시락 배달업체와 달리 지역아동센터들에서는 지금까지 결식아동들이 종이급식권을 지참하지 않고도 식사를 해 왔다. 지역아동센터 교사들이 센터 이용 아동들의 결식아동 지정 유무를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종이급식권을 내지 않아도 급식비 신청과 지원이 이뤄졌다.
전자급식카드제가 시행되면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결식아동들은 식사 때마다 매번 카드를 지참해 사용해야 한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지난해 3개구에서 전자급식카드를 시범적으로 시행한 서울시는 얼마 뒤 지역아동센터를 전자급식카드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천안지역아동센터연합회 김정운 대표는 "전자급식카드는 기본적으로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불신에 기반한 정책"이라며 "도입 철회가 마땅하다"고 말했다.
충남도 복지정책과 정옥용 담당자는 "전자급식카드제는 전체적으로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많다"며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도, 돈 한푼 안들고 전자급식카드 시행 민간업체가 시스템 구축 뒤 수수료로 사업비 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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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을 빚고 있는 전자급식카드를 도입하면서 충청남도가 투자하는 사업비는 얼마나 될까?
충남도는 '한 푼도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전자급식카드제 시행에 따른 결제용 단말기 설치와 카드 발급에는 경비가 전혀 소요되지 않는 것일까. 물론 돈은 든다. 다만 충남도의 예산이 아닐 뿐이다. 충청남도와 전자급식카드 시스템 운영업체는 4월에 협약을 체결했다. 운영업체로는 대전과 서울의 2개 업체가 컨소시엄을 이뤄 선정됐다. 운영업체가 지역아동센터와 일반음식점 등 결식아동들 급식 제공처에 결제용 단말기를 설치하고 결식아동들에게 전자카드를 발급하면 전자급식카드제가 시행되게 된다.
결제용 단말기의 설치비와 유지 관리비, 전자카드 발급비용과 재발급 비용, 관리자 프로그램 설치 등의 비용은 운영업체가 사업 투자비 성격으로 우선 부담한다. 초기 투자비용과 향후 유지·관리비, 그리고 운영업체의 수익은 모두 전자급식카드제가 시행된 후부터 발생하는 카드 수수료에서 충당된다.
충남도에 따르면 전자급식카드제 시행으로 급식제공처가 부담하는 수수료의 요율은 1.5%. 결식아동에게 제공되는 1끼니당 급식 단가가 3천원으로 책정됐을 때 약 45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가령 A지역아동센터가 하루에 1끼씩 30명의 결식아동들에게 주 5일 급식을 제공한다면 한달 기준으로 3만3750원을 전자급식카드 운영업체에 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푼돈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전자급식카드가 도입되기 전에는 지역아동센터에서 발생하지 않던 추가적인 지출이다.
더욱이 전체 결식아동 급식예산의 총액에서 산출하면 수수료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올해 충청남도의 결식아동 급식지원 예산은 186억7500만원. 이 예산이 모두 소진되고 지역아동센터처럼 저소득 결식아동들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충남지역 단체급식소나 일반 음식점, 도시락 배달, 주.부식 배달업체 등에서 모두 전자급식카드 시행에 참여한다면 전자급식카드 운영업체가 거둬가는 수수료의 총액은 2억8000여만원에 이른다.
시행 시기가 각 시군마다 다르고 아직은 충남의 모든 시군에서 시행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올해는 운영업체에서도 많은 수수료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몇 년안에 제외지역 없이 시행된다면 전자급식카드 운영업체는 매년 수억원의 수수료 매출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충남도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전자급식카드 시행으로 급식제공업체들도 빠른 정산 등 혜택을 누리기 때문에 카드 수수료를 급식제공처가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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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71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