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거꾸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계절이 유난을 떠는 것일까요?
여름이 시작된다는 입하(5월5일)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계절은 아직 겨울의 끝자락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28일엔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본격적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고 하지요.
기상청의 발표를 보면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7.8℃였는데, 이 수치는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낮은 기온이라고 합니다. 4월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10℃ 아래로 떨어진 것은 103년 만에 처음이었고, 대전(6.7℃) 대구(8.9℃) 등 남쪽 지역의 대도시 낮 최고기온도 모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많은 이들이 추위에 떨어야 했지요.
이와 같은 이상저온 현상 때문에 농작물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됐다고 합니다. 또 얇은 소재의 원피스나 블라우스 등 봄철의 대표적인 옷들의 판매가 급감했고 점퍼류의 옷이 철 지난 인기를 끄는 등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감기 조심해야 할 기간 더 길어져
환절기 감기가 무섭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요즘과 같이 이상저온이 계속되는 날씨에는 감기환자가 증가할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환절기에는 기온차가 10℃ 이상으로 벌어지는 경우가 많고, 습도가 일정하지 않아 감기에 걸리기 쉬운 환경이 됩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나 노인들의 경우 이런 환경에 직접 노출되면 호흡기 감염의 기회가 많아지게 되는데요. 이는 그만큼 감기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감기는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어 생기는 질병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바이러스가 인체 내에 들어와도 병에 잘 걸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환절기나 공기가 건조한 계절에는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져 감기에 걸리기 쉬운 것이지요.
이에 대해 송혜령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환절기에 더 많이 활동한다기보다는 신체시스템이 새 계절에 적응하는 도중 면역 능력이 반감되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결국 변덕스러운 최근의 날씨가 감기 걸리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한편 김도훈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환절기 감기는 계속되는 일교차 때문에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면서 "증세가 지속되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합니다.
환절기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밤낮으로 크게 차이나는 기온차에 주의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낮 시간이 따뜻하더라도 아침 저녁의 쌀쌀한 기온에 대비해 여분의 옷을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봄철에 많이 나는 봄나물은 비타민이 풍부하기 때문에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충분한 수분 공급과 휴식도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되니, 자주 휴식을 취하고 따뜻한 물이나 녹차를 가까이 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종플루, 예방접종이라도 다시 맞아야 되나?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듯 감기라는 소리만 들리면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플루'를 떠올리게 됩니다.
비록 급한 불은 껐지만 신종플루의 그림자가 아직까지 우리의 곁에 머물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는 신종인플루엔자와 같이 일시적으로 대유행하는 A형 바이러스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독감은 병원체에 따라 A, B, C 형으로 나뉘지만 사람에게 감염되는 것은 A형과 B형입니다.
김도훈 교수는 "일교차가 크게 나는 요즘 B형 독감 환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면서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 반드시 독감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합니다.
비록 형태의 면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A형과 B형 바이러스 모두 전염성은 매우 강합니다. 그러므로 신종플루의 유행 당시 번졌던 손 씻기 습관은 당분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좋고, 공공장소에서의 기침 예절도 타인의 건강을 위해 지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감기약을 먹어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감기는 약을 복용하면 일주일, 복용하지 않으면 7일'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요. 이 말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감기는 자연히 치료된다는 뜻입니다. 이와 같은 격언은 면역력이 강한 성인들에게서나 비교적 잘 들어맞는 말입니다.
김도훈 교수는 "영유아나 60세 이상 노인의 경우 기침과 콧물이 오래 지속되면 호흡곤란이나 폐렴 등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비교적 면역력이 강한 20~30대의 경우에 단순 감기 몸살 증상이 계속된다면 한 번쯤 A형 간염을 의심해야 합니다.
A형 간염의 경우 초기 증상이 단순 감기 몸살과 매우 유사한데, 증상만으로는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발열이 생각보다 오래가거나 호흡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런 고열 및 몸살 증상이 나타나면 의심을 해봐야 합니다.
질병관리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A형간염 환자는 총 1만5041명으로 전년 대비 91%나 증가했습니다. 대한의사협회와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A형 간염 환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기 때문에 몸살 증상 등 감기 증상이 나타날 경우 병원 방문을 통해 A형 간염 여부를 알아보아야 합니다.
임형준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A형간염은 전염성이 매우 높아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걸리면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쉽게 옮길 수 있다"면서 "아직 별다른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무엇보다 철저한 예방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기상청의 발표에 따르면 이상저온현상을 동반한 날씨의 변덕이 5월 초순까지 계속 이어지다가 5월 중순이 되어야 따뜻한 날씨가 올 것이라고 합니다. 유난히 추운 봄날, 어느 해보다 환절기 질환의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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