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인천 서구 가좌동과 석남동 골목을 돌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숭의3동을 거쳤습니다. 큰길로는 다니고 싶지 않아, 늘 샛골목을 요리조리 누비며 다니고 있습니다. 큰길로 자전거를 달리면 훨씬 빨리 다닐 수 있지만, 몇 분 더 빨리 달린다고 해서 제 삶이 한결 나아진다고는 느끼지 않습니다.
몇 분이라는 시간이 아깝다면 애써 손빨래를 할 까닭이 없고, 남들처럼 자가용을 안 몰 까닭이란 없습니다. 빨래기계뿐 아니라 냉장고를 안 쓸 까닭이 없을 테고, 아이를 보육원이나 어린이집에 넣지 않고 집에서 함께 살아가며 돌볼 까닭이 없겠지요.
일부러 느리게 꾸리는 삶은 아닙니다. 더 느린 삶이나 더 빠른 삶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저한테 가장 알맞춤할 삶을 바랍니다. 때로는 빠르게 달리고 때로는 한 자리에 가만히 서며 때로는 뒷걸음을 합니다. 때에 따라 다르고 곳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기며 자전거 페달을 참 느리게 밟으며 숭의3동 골목길 한 곳을 지날 무렵, 오른쪽으로 언뜻 스치는 보라빛을 느끼며 자전거를 멈추었습니다. "응, 뭘까?" 하고 뒤돌아봅니다. 아. 골목길 섬돌 한켠에 뿌리내리고 있던 풀섶에서 꽃이 피어나 있습니다. 자전거를 세워 놓고 천천히 다가섭니다. 매발톱꽃입니다. 이쪽에도 저쪽에도 온통 매발톱꽃입니다.
참 용하고 대단하다고 느끼며 꽃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한참 동안 들여다봅니다. 골목에서 피어나며 골목을 밝히는 작은 꽃송이 하나가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책을 써냈습니다.
<사진책과 함께 살기>(포토넷,2010)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우리 말과 헌책방 (1)∼(8)>(그물코,2007∼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