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의 개념이 어느 순간부터 주거공간의 의미를 넘어 개인 재테크 자산의 핵심으로 바뀜에 따라 부동산 거품도 경제 전체를 뒤흔드는 첨예한 사안이 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오래 전에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어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으며 미국도 2007년 서브프라임론 사태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발전하였다. 그런가하면 아일랜드,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서도 부동산거품이 붕괴되면서 금융위기뿐만 아니라 재정위기로까지 사태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부동산 불패' 신화를 외쳐오던 한국도 한계를 넘어섬에 따라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기 시작하고 있다.
중국 역시 부동산 거품 논란에서 예외는 아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빠른 경제성장만큼이나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전세계 부동산시장의 거품이 붕괴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주택거래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미 외신들과 서방 투자기관들은 대부분 향후 2-3년 내에 중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를 경고하고 있다. 우리 연구소도 유료회원 자료인 경제시평 <중화경제동향>에서 여러 차례 중국 부동산시장의 거품 붕괴 가능성에 대해 분석, 소개한 바 있다.
<도표 1>에 정리한 것처럼 중국 70개 도시의 주택거래가격은 3월 기준 전년동월대비 11.7%의 상승을 보였으며, 지난해 6월 상승세로 전환된 이후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3월의 상승률 11.7%는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주요 도시별 추이를 보면, 베이징시의 경우 전국 거래가격과 유사한 흐름을 나타내면서 3월에 전년동기대비 12.3% 상승했다. 선전시도 20.1%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부동산시장을 대표하고 있는 베이징과 선전 두 도시의 주택거래가격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이유는 중국 정부의 통화확대책에 따른 유동자금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풀려나면서 부동산시장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거침없이 치솟고 있는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대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지만, 집값 상승세는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부동산문제는 경제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올 3월 베이징시 통계국은 서울의 강남지역에 비유할 수 있는 베이징시 쓰환루(四环路)의 1-2월 상품주택 평균거래가격을 발표하였는데, 1평방미터(㎡)당 3만 위안을 처음으로 돌파했다고 한다. 이는 평당 거래가격이 약 10만 위안(약 1,662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중국내 임금수준이 가장 높은 베이징 시민의 1년 평균 연봉에 비해 2.5배나 높은 수준이다. 즉 일반인이 20평형 주택을 구입하려 할 경우 임소득을 몽땅 저축해도 50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정부의 한 연구기관에서도 이와 비슷한 언급을 했는데, 이 발표가 언론에 나간 이후 중국사회는 부동산 거품에 대한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베이징에서 열린 한 회의에 참석했던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의 왕쥔(王军) 연구원은 현재 중국의 집값은 일반인의 연소득 대비 15배에 달하며,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등 일부 대도시의 집값은 이보다 훨씬 높은 50배 이상에 달한다고 말했다.
중국 부동산시장 거품 붕괴에 대한 국내외의 우려는 중국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 초 중국 정부는 부동산정책으로 주택공급 확대와 토지관리 강화, 신용대출 엄격화, 그리고 세금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특히 집값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땅값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토지경매를 장악하고 있던 중앙국영기업을 일부 퇴출시킨 데 이어, 주택대출 강화 방안도 이번 달에 급히 발표하였다.
주택분양이 잘되고 있는 지역에 대해서는 1인 3주택 구입시 은행권 대출을 금지시키고, 1년 이상 납세 증명이 없는 사람에게는 주택대출을 할 수 없도록 시중은행에 지시했다. 이 대책 발표 이후 베이징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중국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으나, 중국인들은 이번 대책도 실효성이 그다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 거품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흔히 공실률이 사용되고 있는데, 중국 부동산 공실률과 관련한 수치는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중국에서는 공실률을 나타내는 단어로 "공치율(空置率)"과 "공방률(空房率)"이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다. 엄격히 분류하면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공실률은 후자에 가까우나, 중국에서는 "空置率"을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공치율은 공실률과 미분양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사람에 따라 제각각이다. 공실률 개념에 대한 논란은 부동산 거품을 둘러싼 논란 못지않게 뜨겁다.
중국 부동산업계의 유명인이라 할 수 있는 니우다오(牛刀)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중국 660개 도시에 약 6540만 개의 집이 비어있다고(空置) 지적하면서 공실률이 약 40%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베이징화웬(华远)부동산주식회사의 대표이자 중국내 유명한 블로거로 활동 중인 런즈챵(任志强)은 중국 주택의 공실률은 4%도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각 기관이나 개인이 주장하는 공실률을 근거로 중국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논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번개가 잦으면 천둥이 친다고 했듯이 집값은 거침없이 치솟는 반면 일반인들의 주택구매 여력이 꺾인 상황에서 전에 없던 공실률 논란이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은 중국 부동산시장의 거품도 한계에 이르고 있으며 붕괴 시기가 그리 멀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바로가기(http://cafe.daum.net/kseriforum) 덧붙이는 글 | - 인장일 기자는 중화경제센터장입니다.
- 모든 사람이 땀흘린만큼 제대로 대접받는 건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위한 좀더 의미 있는 토론과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http://cafe.daum.net/kseriforum)을 방문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