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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길 이야기 담은 사진잔치 알림쪽지.
골목길 이야기 담은 사진잔치 알림쪽지. ⓒ 최종규


 인천골목길. 여름. 송현3동과 경동.
인천골목길. 여름. 송현3동과 경동. ⓒ 최종규

- 1 : 사진잔치 소식

골목동네 한켠에 자리한 조그마한 책쉼터에서 '골목길'을 담은 사진을 그러모아 사진잔치를 마련합니다. 골목동네 사람들이 살아가는 자취를 골목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아이를 낳고 함께 살고 있는 느낌 그대로 사진 124장에 실어내어 나누고자 합니다.

사라지는 골목이 아니요, 추억 어린 골목 또한 아니며, 재개발에 짓눌리는 골목이 아닙니다. 예나 이제나 더 잘나거나 더 못나지 않은 살림살이 그대로 어깨동무하면서 오순도순 부대끼는 골목입니다. 더 따뜻하다거나 더 어둡다거나 한 골목이 아니라, 사람들 숨결 그대로 어우러지는 골목입니다.

이와 같은 골목동네 느낌과 삶자락을 꾸밈없이 느끼면서 저마다 제 삶터를 사랑하거나 아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사진잔치를 엽니다. 여느 날에는 책쉼터에서 전시만 하고, 주말에는 사진을 찍은 사람이 동네 골목마실을 이끌어 줍니다. 골목동네 사람들은 그동안 먹고살기에 바빠 찬찬히 들여다보지 못한 내 고향동네를 살피는 자리로 삼고, 아파트숲 사람들은 이제껏 너무 높은 곳에 올라선 채 내려다보기만 했던 이웃동네를 보듬는 자리로 삼을 수 있으면 기쁘겠습니다.

자동차 열쇠는 고이 내려놓고 두 다리로 씩씩하게 걸어서 사진잔치 자리로 찾아와 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진잔치는 2010년 5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엽니다. 와르르 열어 금세 내리는 깜짝놀이 사진잔치가 아니라, 오래도록 느긋하게 돌아보며 함께할 수 있는 골목잔치가 되기를 바라는 사진잔치입니다. 사진을 찍은 이와 골목마실을 하고 싶은 분은 미리 쪽지나 편지를 남겨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사진잔치에 맞추어 <사진책과 함께 살기>라는 책을 함께 내놓았습니다.
사진잔치에 맞추어 <사진책과 함께 살기>라는 책을 함께 내놓았습니다. ⓒ 최종규

사진잔치 "골목빛, 골목동네에 피어난 빛깔"


: 2010년 5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 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 책쉼터 <나비날다>와 <배다리, 작은 책, 시가 있는 길> 두 곳에서 함께

이밖에 :
 ㄱ. 사진 구경하는 삯은 없습니다
 ㄴ. 사진 보러 오실 때에는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나 두 다리로 오셔요
 ㄷ. 마음에 드는 사진을 사 가신다면, 이 돈은 배다리 책방골목마을 일구는 데에 밑돈으로 보탭니다

사진잔치와 얽혀 궁금한 이야기를 물으려면 :
 011-341-7125 (최종규/사진쟁이)
 011-9007-3427 (청산별곡/'나비날다' 일꾼)


 사진잔치를 마련한 <나비날다>는 '오래된 책집' 글씨가 남아 있는 왼쪽 가게입니다. 오른쪽은 배다리 헌책방거리에 자리하고 있는 또다른 책쉼터 <낮잠>입니다.
사진잔치를 마련한 <나비날다>는 '오래된 책집' 글씨가 남아 있는 왼쪽 가게입니다. 오른쪽은 배다리 헌책방거리에 자리하고 있는 또다른 책쉼터 <낮잠>입니다. ⓒ 최종규

 - 2 : 사진잔치 여는 말

골목길을 사진으로 담는 분들은 으레 두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 골목길에서 뛰어노는 아이들하고 해바라기를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들을 담으려고 합니다. 둘째, 잊혀지거나 사라지거나 쫓겨나거나 무너지고 있는 골목동네 모습을 흑백사진으로 담으려고 합니다.

아이들은 골목동네에서도 뛰어놀고 아파트 놀이터에서도 뛰어놉니다. 할매 할배들은 아파트 놀이터 걸상에 앉아서도 해바라기를 하고, 골목집 앞에 놓은 걸상에 앉아서도 해바라기를 합니다. 아파트로 재개발을 하여 시세차익을 거두고자 하는 이들 때문에 가난한 골목집은 밀려나기 일쑤이나, 아파트 스스로 더 큰 시세차익을 노리며 고작 스무 해나 서른 해 만에 뚝딱뚝딱 때려부수고 때려짓곤 합니다.

 인천골목길. 송현3동. 겨울.
인천골목길. 송현3동. 겨울. ⓒ 최종규
틀림없이 골목동네에는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이들은 어떤 터전에서 어떻게 어우러져 있을까요. 골목동네에는 어떤 발자취와 손때가 깃들어 있을까요.

저는 골목동네에서 태어나 자라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골목동네 사람이 아닌 아파트숲 사람'이 우리 동네에 찾아와서 찍은 사진을 보고는 흠칫 놀라거나 깜짝 놀라거나 소름이 돋곤 했습니다. 아파트숲 사람들이 우리 동네에 찾아와서 찍은 사진은 도무지 우리 동네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동네를 이토록 엉터리로 담아서 엉터리로 보여줄 수 있는가 궁금했습니다. 오늘날 도시사람들 삶이란 제 결을 찾아 제길을 사랑하는 흐름이 아니라, 마구 쓰고 버리고 다시 만들어 또 쓰고 버리는 자본주의 물질주의 판이기 때문인지 모릅니다만.

저는 구태여 제 삶터인 골목동네를 사진으로 담을 생각을 안 하며 지냈습니다. '골목길'이라는 사진감은 아주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찍는 사람 잔뜩 있는데 굳이 뭐하러 찍으며 땀을 빼느냐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한 해 두 해 흐르는 동안, '골목길'이라는 사진감을 붙잡은 이들치고 골목동네에서 태어나 골목동네에서 자라다가는 골목동네에서 보금자리를 틀고 살아가는 사람이란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골목 안 풍경>을 담은 김기찬 님마저 '당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따로 '출사'를 나와서 찍는 사진이었습니다.

골목동네에는 온갖 모습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인천 골목동네에는 인천 골목동네에만 깃든 모습이 있습니다. 부산하고 다르고 목포와 다르며 강릉과 다른 인천 골목동네입니다. 조그마한 한국땅이라지만, 조그맣다 하더라도 마을마다 다른 숨결이 있고, 이 가운데 인천은 인천에만 남다른 숨통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들고 나는 숨길을 헤아리며 제 고향마을이자 제 삶터인 인천 골목동네를 차분히 돌아본 손자국을 이 책에 그러모아 봅니다.

저는 제 터전 인천 골목동네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동안 늘 웃음을 짓거나 눈물을 흘렸고, 앗 아 어 그래 아이야 하면서 혼잣소리를 냈습니다. 골목집 문패마다 모두 달리 서린 발자취를 헤아리고, 나무전봇대와 꽃그릇마다 다 달리 담긴 손자국을 곱씹으며, 바닥돌과 문간 타일에 묻은 저마다 다른 세월을 문지르다가는, 웬만한 빌라보다 우람하게 커 온 나무와 골목집 창문이나 창살에 밴 눈비 바람 햇살을 바라보았습니다.

이 사진들 가운데 더러더러 흑백으로 담은 사진이 있으나, 거의 모두 빛깔 있는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골목동네에는 빛깔이 있고 빛깔마다 이야기가 있으며 이야기마다 사람 내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이 고우면서 다 다른 골목빛을 인천 토박이로 살아온 분들한테 되비치면서 선물로 드리고 싶습니다. 이 맑으면서 다 다른 골목꽃 내음을 인천으로 나들이하는 분들한테 알려주면서 새참거리로 나누고 싶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인천을 들여다볼 수 있으면 좋겠고, 부디 꾸밈없이 골목길 삶자락을 껴안을 수 있으면 고맙겠습니다.

 인천골목길. 봄. 숭의3동.
인천골목길. 봄. 숭의3동. ⓒ 최종규


 인천골목길. 가을과 봄. 답동과 도화3동.
인천골목길. 가을과 봄. 답동과 도화3동. ⓒ 최종규

3 : 사진쟁이 발자국

● 사진을 찍은 사람 발자국
1975.12.7. 인천 남구 도화1동 624번지에서 태어남. 본적은 중구 송월동3가 3번지.
1991.여름. 인천 중구 신흥동3가 7-235번지에서 연수동으로 옮김.
1995.4.5. 인천을 떠나 서울 이문동에 있는 신문사 지국으로 들어감.
2003.9.30. 서울을 떠나 충청북도 충주 이오덕 님 댁으로 들어감.
2007.4.15. 인천 동구 창영동 4-1번지 3층으로 들어옴. 이곳에 '함께살기'라는 이름으로 '사진책 도서관'을 열어 놓고 꾸림.
2010.5.1. 인천 중구 내동 79번지 3통 4반 2층에서 옆지기 전은경과  딸 사름벼리와 살고 있음.

● 사진을 찍은 사람이 쓴 책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우리 말과 헌책방 (1)∼(8)>(그물코,2007∼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사진책과 함께 살기>(포토넷,2010)
<골목빛, 골목동네에 피어난 꽃>(호미,2010)

● 사진을 찍은 사람이 연 사진잔치
ㄱ. 헌책방 이야기 : 2000년부터 14회
ㄴ. 골목길 이야기 : 2008년부터 4회
ㄷ. 청소년 이야기 : 2009년 여름, 일민문화재단

● 사진을 찍은 사람 누리집
cafe.naver.com/ingol 인천골목길 사진찍기
cafe.naver.com/hbooks 우리 말과 헌책방 쉼터

 인천골목길. 신흥동3가. 가을.
인천골목길. 신흥동3가. 가을. ⓒ 최종규

 인천골목길. 창영동. 겨울.
인천골목길. 창영동. 겨울. ⓒ 최종규

 인천골목길. 금곡동. 여름.
인천골목길. 금곡동. 여름. ⓒ 최종규

 인천골목길. 경동. 봄.
인천골목길. 경동. 봄. ⓒ 최종규

 인천골목길. 송현3동. 가을.
인천골목길. 송현3동. 가을. ⓒ 최종규

 인천골목길. 숭의3동. 봄.
인천골목길. 숭의3동. 봄. ⓒ 최종규

 인천골목길. 답동. 겨울.
인천골목길. 답동. 겨울. ⓒ 최종규

 인천골목길. 신흥동1가. 겨울.
인천골목길. 신흥동1가. 겨울. ⓒ 최종규

덧붙이는 글 | 사진책 <골목빛, 골목동네에 피어난 꽃>은 5월에 나옵니다.



#골목길#골목길 사진잔치#인천골목길#사진찍기#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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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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