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자리 정말 오래간만인 것 같네요."
한명숙 전 총리가 기자들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2일 오전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일자리 공약을 발표한 직후였다. 한 전 총리는 근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기자회견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갔다. 그동안 언론 접촉을 꺼려온 점을 본다면 이례적인 자리였다.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거침없이 답했다. 언론 등과 스킨십이 약하다는 지적을 불식시키려는 듯 어조는 솔직했다. 한나라당 유력 후보인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해서도 각을 세웠다. 본격적인 선거 행보가 시작 된 것이다.
"오세훈 시장, 예전엔 말이 통했는데..."
먼저 오세훈 시장에 대해서는 "사람이 변한 것 같다"는 직설적인 평가를 내놨다. 한 전 총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같이 하면서 말이 통했던 의원으로 기억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러나 당이 다르고 시장이 된 후 사람이 많이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는 것 같다"며 "최근 토론회 때도 말투가 고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거만해졌다는 비판이 있더라'는 말이 나오자 "태도가 그렇게 보였다"며 "아무래도 사람은 대선 욕심이 있게 되면 변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전날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TV토론도 못하는 후보"라고 공격한 것에 대해서도 우회적인 유감을 나타냈다. 한 전 총리는 "그런 발언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도 "그럼 정몽준 대표는 토론을 잘 하나요"라고 되물었다.
오 시장이 주도한 한강개발에 대해서는 "서울로 이사 온 후 한강변을 걸었는데 냄새가 심하게 났다"며 "겉만 번지르하게 했다"고 혹평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나라당의 개발 프레임이 아닌 민주당이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는 교육·복지 프레임으로 선거 구도가 짜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전 총리는 "원래 오 시장은 대형 프로젝트로 선거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최근 쟁점이 무상급식·무상보육 등 교육과 복지, 일자리 등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우리측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재판 받느라 5kg 정도 살이 빠졌다"는 한 전 총리는 검찰이 제기한 접대 골프 논란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동생들이 골프를 쳐서 몇 번 따라간 적이 있을 뿐 골프는 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좋아하는 축구선수는 브라질 호나우지뉴"
한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선수를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축구를 좋아한다, 2002년 월드컵 때부터 좋아했다"며 "개인적으로 브라질의 호나우지뉴를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그 선수가 이를 드러내고 웃는 것을 보면 운동을 한다기보다 축구를 즐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 전 총리로부터 "사람이 변했다"는 소리를 들은 오세훈 시장 측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오 시장 선거대책본부 이종현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한 전 총리는 TV토론도 피하는 '은둔후보'"라며 "오로지 검찰수사를 최대의 선거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천만 서울시민은 TV 토론을 피하는 은둔 후보보다는 자신의 비전을 당당히 보여주는 후보를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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