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교육비리, 일제고사, 두발규제, 자율형사립고, 특목고, 교장공모제…. 현재 우리나라 교육계에 산적한 과제들입니다. 오는 6월 2일은 동시지방선거와 함께 각 시도교육감을 선출하는 날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교육감' 예비 후보로 등록한 이들을 만나 최근 교육계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모든 후보의 인터뷰에는 학생복지(무상급식), 교육계 비리근절대책, 사교육비 절감, 학생인권, 학력 평가 및 신장 등 5개 항의 공통질문이 포함돼 있습니다. [편집자말] |
진보 진영의 '2010 서울시 민주진보 교육감·교육위원 후보 범시민 추대위원회(추대위)'의 최종 경선 결정이 있던 지난달 14일 오전, 예비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이삼열(69) 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돌연 추대위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박명기 예비 후보가 불참을 통보한 데 이은 두 번째 파열음이었다.
이삼열 후보는 추대위 경선 불참 선언 이후 예비후보직을 사퇴하지 않고 여전히 진보 진영의 서울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며 달리고 있다. 추대위의 경선 과정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제대로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 이 후보 측의 요구이자 주장이다.
'지난 경선과 같은 불공정 시비만 아니라면 단연 자신이 진보 진영의 교육감 후보가 될 것'이라는 자신감도 숨기지 않았다. 자신이 진보 진영의 공식 후보가 되면 "진보는 물론 중도와 보수까지 아우르는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삼열 후보는 인터뷰 내내 이 같은 주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이미 추대위에서 진보 후보로 추대한 곽노현 교수와의 단일화 가능성도 "그런 기회가 올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두는 모습이었다. 물론 "단일화를 성사하지 못한다면 끝까지 완주할 생각"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지난 4월 26일 이삼열 후보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진보 진영 후보 단일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단일화 가능성 있지만... 안 돼도 본선까지 간다"- 교육감 선거에 진보 진영 후보로 가장 늦게 합류했다. 그 배경이 뭔가?"교육감 선거에 나가달라는 요청과 권고는 오래 전부터 받았다. 그러나 이번 진보 진영의 단일화 위한 경선 참여 여부는 처음부터 많이 고민했다. 나는 처음에 경선이 아니라 합의 추대 되는 줄 알았다. '본선 경쟁력과 교육감으로서의 적합도를 따지고 검증해서 합의 추대 형식을 취했으면 좋겠다. 불가피하게 경선해야 한다면 후보와 반드시 합의해서 해 달라'고 부탁하면서 들어갔다."
- 본선까지 갈 생각인가?
"완주하려고 한다. 단일화 얘기가 나올 수 있는데, 진보가 다시 단일화해야 한다는 게 학부모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면, 그래야만 현 정부의 잘못된 교육 정책을 바로 잡을 수 있다면 민주 진보 진영 단일화해야 하지 않겠나? 그러한 여론이 지배적일 때 적극 단일화 작업에 참여할 생각이다. 단일화 안 되면 본선까지 간다. (곽노현 후보와) 서로 차별화되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단일화만이 답은 아니다."
- 단일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그렇게 보고 있다.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 그렇게 생각하는 배경이 있나? "지금 시민사회단체에 그런 여론이 지배적이라고 알고 있다. 지난 경선에 불공정 시비가 있었다고 문제인식하고 있는 마당에 그대로 가는 건 필패론 아닌가? 여러 후보가 나와서 경쟁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지 않나? 단일화 여론이 거세게 일어날 것이다."
- 단일화 시기는 언제쯤이라고 보나?"본선 후보 등록 직전이 될 것 같다. 단일화 해야 한다면 5월 13일(후보자 등록 신청 개시일) 직전에 가능하고 그래야 의미가 있다."
"다양한 사회 참여... 보수 시민들도 믿어줄 거라 생각"- 본인으로 단일화될 가능성은 얼마나 있다고 보나?"반드시 승리한다고 믿고 있다. 상당히 제한되고 불공정 시비가 많았던 지난번 경선 과정에서, 여론조사 부분에서는 내가 곽노현 후보에 비해 상당한 우위를 점했다. 진보세력의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도 그랬는데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시민사회의 여론을 묻는다면 반드시 내 지지율이 높을 것이다."
- 보수와 중도의 지지도 가능하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나는 기독교에서 민주화, 평화운동 등의 활동을 해서 교회와 인연이 깊다. 자라온 배경으로 볼 때, 편향된 생각이나 운동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참여연대 활동 등 진보 운동을 했고,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으로 개량적 활동도 했다. 이런 다양한 사회 참여와 국제적 경험 등을 보수적인 시민들도 신뢰하고 믿어주리라 생각한다."
- 만약 다른 후보로 단일화가 된다면?"단일화 과정에서 충분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100% 서울 시민, 특히 교육에 관심 많은 이들의 의견이 반영된 여론 조사와 그에 따른 판정이라면 승복하겠다."
- 곽노현, 박명기 후보와 단일화 접촉은 하고 있나."박명기 후보와는 '우리 둘이라도 단일화 합시다' 뭐 그런 얘기도 했었다. 곽노현 교수도 '다시 한 번 합리적 절차에 따라 승복하도록 합시다' 그렇게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 진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아직도 전교조에 대한 비판과 '전교조 대 반 전교조' 선입관이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진보 후보가 절대로 그 프레임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 합리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후보가 교육감이 돼야 한다는 요구는 서울 시민들 사이에 상당한 공감대로 형성돼 있다. 진보 후보에게 갖는 기대가 크다고 보기 때문에 반드시 민주 진보적 인사가 (교육감에 당선)되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
경찰의 교육감 선거 개입, "한심스러운 일"- 화제를 바꿔 보자. 전교조 명단 공개가 파장을 낳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교사들의 사생활권을 침해한 중대 범죄다. 교총 명단도 마찬가지다. 월권이고 불법이다. 불법 행위에 법적 책임 물어야하겠고 반 전교조 음모에 절대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 언젠가 전교조에 가서도 그랬다. '가장 우선적인 교육 개혁의 동반자로 삼겠다'고. 교육 개혁의 열성을 가진 교사들과 함께 할 것이다."
이삼열(1941년) |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철학과 졸업 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 참여연대 초대 운영위원장 사회와 철학연구회 회장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 및 실행위원 유네스코 아태 국제이해교육원 초대원장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한국철학회 회장 에코피스 아시아 이사장(현) 한국문화재 정책 학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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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독일)과 대학에 오래 있어 한국 교육 현실을 잘 모른다는 지적이 있다.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유네스코에서 활동하면서 교육에 전념했다. 대학에서 23년간 사회철학 강의를 했다. 유네스코 협동학교는 전국에 100여개 있다. 국제교류하고 기타 등등 교육을 하는데 교사연수 국제회의 등을 내가 주관했다. 그러면서 초중고 교사들과 함께 생활했다.
아태교육원장으로서 전국 시도교육청을 다니며 교장·교감·장학사·교사 직무연수도 맡아 4년여 동안 2천여 명의 교사들을 만났다. 그곳에서 학교 현장의 문제라든가 교사들의 고백도 들었다. 지난 8년간 학교 현장에 있었던 거나 다름없다. 한 학교의 교장이나 교사였다면 넓은 안목을 못 갖는다. 그런 비판에 동의할 생각 없다."
- 경찰이 교육감 선거에 개입한 문건이 확인됐다. "한심스러운 일이다. 자유당·공화당 군사정부 때 있었던 일이다. 아직도 경찰이 그런 일을 하고 있고, 더군다나 정당의 이해를 떠나서 하는 교육감 선거를 경찰력 동원해서 조사하고 친여 후보에게 도움 주는 문건을 만드는 건 후진적인 일이다. 시민사회가 고발하고 책임자 엄벌해야 한다."
- 종교 교육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얼마 전에 있었다."대법원의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 아울러 문제해결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좀 더 세밀하게 조정하면 해결이 가능하다. 종교사학의 교육이념은 존중해야 한다. 학생들의 학교 선택 조항 중에서 '특별히 어느 종교 학교 안 가겠다'고 하면 그걸 조정해주면 된다. 꼭 기독교 학교 가고 싶은데 보내달라는 건 안 되겠지만,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에 종교 조항을 넣기 원하는 학생들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가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 무상급식에 대한 견해는? "'친환경 무상급식 보편적 시행'이다. 여러 번 발표했다. 진보 진영의 공통된 견해다. 거부·역행할 수 없다. '부자급식·사회주의 아니냐'는 비난은 일축할 수 있다. 낭비되는 서울 재정 생각하면 얼마든 가능하다."
"교사들 교권 보장할 수 있는 교권수호헌장도 필요"
- 서울교육청 비리를 알 것이다. 교육 비리 근절 대책은?
"현재처럼 인사나 학교행정 전반을 교육청이나 학교 행정에만 맡겨서는 비리 청산 안 된다. 서울교육청이 복마전이라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시민위원회를 만들어서 시민사회 전문 인사들을 모아 교육 문제에 대한 자문을 받고 시민감사관을 통해 개혁하려고 한다. 교장공모제 병행해야 한다. 자격증 있는 사람만 하면 기득권 판이 되니 존경받을 만한 외부의 유능한 운영자가 있으면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병행할 생각이다."
- 자율형사립고 확대 논란과 사교육비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엄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경제력' 없으면 학교 못 보내겠단다. 부모의 경제력만으로는 안 되는 세상이다. 이런 식의 교육제도는 변태적이고 미친 짓이다. 자사고와 특목고 만들어서 일부러 입시 경쟁 사교육 부추기는 일은 하지 말아야한다. 특성화 고교를 늘리면 일렬로 줄 안 세우고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그걸 안 하는지 모르겠다. 일제고사도 사교육만 부추길 뿐이다. 옳지 않다."
- 학생인권 향상을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학생인권조례는 물론 교사들의 교권을 보장할 수 있는 교권수호헌장도 필요하다. 학생들의 기본적 인권, 특히 체벌이나 교복·두발 규정 강요는 말이 안 된다. 그러나 예외적인 조항은 있어야 한다. 학생들의 자유로운 권리가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이나 자유권 침해할 경우 그걸 제제할 수 있는 방법 허용돼야 한다. 두발도 어느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스킨헤드나 펑크족처럼 심한 것들은 규제하는 방안까지 조건을 달아 만들어야 한다."
- 일제고사에 대한 견해와 학력 신장 방안은?"꼴찌도 사람대접 받도록 하는 게 교육이다. 우수한 아이들은 특목고·자사고 등 알아서 한다. 못 하는 아이들을 위해 공교육이 대책을 세워야 한다. 방과후학교나 일부 사교육이 필요한 부분은 살려주는 방향으로 가야 평균적으로 성적 오른다.
아주 우수한 아이들에게 영재교육 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 없다. 과학고 같은 체제는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사고처럼 돈 많이 내고 입시 준비하는 학교는 지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