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며칠 전 충북 청주에 출장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마산시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 뒷편 상가에 걸린 펼침막이 눈에 확 들어왔다. 마침 택시 안이어서 급히 카메라를 꺼내 창문을 내리고 사진을 찍었다.

마산 합성동 상가에 내걸린 '후보님!! 합성상권의 발전대책은 무엇입니까?' 펼침막.
 마산 합성동 상가에 내걸린 '후보님!! 합성상권의 발전대책은 무엇입니까?' 펼침막.
ⓒ 김주완

관련사진보기


"후보님!! 합성상권의 발전대책은 무엇입니까? 토론회를 엽시다. 010-XXXX-7792 합성상가번영회"

다소 도발적으로 보이는 문구를 보고 아! 이거 참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권자들이 각자 자신의 처지에서 가장 도움이 될 만한 후보자를 가려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합성상가번영회처럼 상인들은 자신의 상점이 있는 상가를 발전시켜줄 후보자를 찾고, 농민들은 농민의 입장을 대변해줄 후보자를 찾고, 노동자는 노동자의 권리보장에 앞장서는 후보, 대학생들은 청년실업 해결에 가장 도움을 줄 후보에게 투표한다면 그게 가장 바람직한 유권자의 권리행사가 아닐까?

사실 시민단체나 언론이 개최하는 후보토론회는 패널들의 질문이 대부분 뜬구름잡는 이야기거나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유권자들의 몸에 실질적으로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런 직능·이익단체가 자신들의 삶에 직결되는 사안을 놓고 후보자 토론회를 연다면 구성원들이 지지후보를 선택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선거법의 제약이었다. 내가 알기론 현행 공직선거법상 '향우회·종친회·동창회, 산악회 등 동호인회, 계모임 등 개인간의 사적모임'은 후보자가 선거운동에 이용할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로 선거운동이 금지되어 있고, 그런 단체는 후보자 초청 대담·토론회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가번영회도 '개인간의 사적모임'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남도선관위에 전화를 해봤다.

박용백 지도담당은 "상가번영회도 사적모임이므로 후보자 초청 대담·토론회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이익단체나 직능단체가 단체 구성원들의 이익에 가장 도움이 될만한 후보를 가려내고 지지하는 행위는 유권자의 기본적인 권리라고 볼 수 있지 않느냐, 오히려 올바른 주권행위로 권장해야 할 일인 것 같은데, 그걸 금지한다는 것은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용백 담당은 "그렇게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후보자의 선거운동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부정적 측면도 있기 때문에 현행 선거법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내 생각엔 과연 상가번영회까지 개인간의 사적모임으로 봐야 할 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

'후보님!! 합성상권의 발전대책은 무엇입니까?' 펼침막.
 '후보님!! 합성상권의 발전대책은 무엇입니까?' 펼침막.
ⓒ 김주완

관련사진보기


어쨌든 펼침막을 내건 합성상가번영회 측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전화를 받은 이는 번영회 사무국장이라고 했다.

- 어떤 후보를 대상으로 내건 펼침막인가? 시장? 도의원? 시의원?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를 겨냥해 내건 것은 아니고, 아시다시피 마산의 상가가 위축되어 있는데, 합성동도 너무 낙후되어 있다 보니, 공약으로나 해줬으면 좋겠다 싶어서 내건 것이다. 후보는 시장후보든, 도의원이든, 시의원이든 가리지 않는다."

- 토론회를 어떤 방식으로 언제쯤 진행하려고 계획하고 있나?
"아직 못 정했다. 저는 사무국장이고, 임시 이사회를 거쳐서 결정할 것이다."

- 현행 선거법상 언론사가 아닌 단체에서 후보 초청 토론회를 여는 데 문제는 없나?
"선관위에 문의를 해보고 가능하다고 해서 붙였다."

- 펼침막을 내건 외에 후보자들에게 따로 연락을 해봤나?
"따로 연락은 하지 않았다."

- 펼침막을 보고 연락이 온 후보자가 있었나?
"연락주신 분도 있다. 하지만 아직 누구라고 말할 순 없다."

- 합성상가번영회는 어떤 단체인가? 언제 조직되었으며, 회원은 몇이나 되고, 어떤 활동을 해왔나?
"1월에 창립총회를 했다, 130개 상가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회원 동의를 받은 게 그만큼이고, 앞으로 더 들어올 것이다."

- 합성상가는 그나마 마산에서 사람이 북적이는 것으로 보이는데, 거기도 어렵나?
"뭐, 속빈강정이다. 내부적 사정을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것 같다. 다들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그동안 상인들을 대변해줄 단체도 없고 주장하는 바가 없어서 그렇지 (다들 어렵다). 내리막길을 타고 있는데 그냥 두고만 보고 있으란 말인가?"

- 이 펼침막과 토론회 아이디어는 누구 작품인가?
"이사회에서 회의하다가 나온 내용이다."

- 토론회 결과 가장 좋은 발전대책을 가진 후보를 선정해 발표할 것인가?
"선거가 겹쳐서 예민하다. 누가 이런 걸 걸으라고 했느냐며 협박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람은 익명으로 전화한다. 선관위에 물어서 걸었는데, 곡해를 해서 그런 것 같다. 아마 이걸 물어보는 것도 기사를 쓰려고 하는 것 같은데, 조심스럽다.

내가 살아보니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곡해를 하고 오해를 하고 그러더라. 다시 말하지만 마산시선관위에 문의해서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 지지하는 게 아니니까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걸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이렇게 붙여놓을 수 있겠느냐. 후보자들이 공약으로 좋은 대책을 내놓으면 상인들이 알아서 판단할 것이다."

- 정당에 관계없이 진짜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가능한 발전대책을 가진 사람에게 투표하도록 회원들에게 권유할 것인가?
"우리가 누구를 지지한다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선거공약을 끌어내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누구를 지지하라고 회원들에게 말하거나 권유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번영회의 순수한 의도가 왜곡되는 걸 상당히 경계하고 있었다. 특정 후보의 편을 들기 위해서 저러는 것 아니냐는 오해 때문이었다.

또한 그는 마산시선거관리위원회의 해석 결과 이런 펼침막을 내걸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강조했다. 앞의 경남도선관위 관계자의 말과는 약간 다르다. 그러나 만일 토론회가 막상 성사될 경우, 어떻게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김주완이 운영자로 있는 100인닷컴(http://www.100in.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후보초청 토론회, #펼침막, #지방선거, #유권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파워블로거 100명과 함께하는 100인닷컴(http://www.100in.com) 대표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