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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4일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4일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의 기능을 일부 복원하는 등 안보시스템의 총체적인 재점검에 들어갔다.

 

이 대통령은 4일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천안함 사건 이후 안보대책으로 "대통령실에 안보특보를 신설하고 위기상황센터를 위기관리센터로 바꾸어 안보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국가안보총괄점검기구를 한시적으로 구성할 뜻을 내비쳤다.

 

천안함 사건 당시 이상의 합참의장이 49분이나 늑장 보고를 받는 등 군 수뇌부의 안보태세에 허점이 발견된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정부 차원의 대책을 직접 내놓은 셈이다.

 

대통령의 발언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위기관리센터의 부활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위기정보상황팀으로 축소된 기구를 2년 만에 복원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위기관리센터가 NSC 산하에 만들어진 것은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 3월.

 

총 23명의 인원이 배치된 센터는 각 부처에 산재한 국가위기 관련 업무를 종합해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관리하기 위해 신설된 부서로, NSC의 '신경망' 역할을 했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위기관리센터장 겸임)이 NSC 사무처장에게 보고하고, 사무처장이 대통령에게 곧바로 상황을 보고하는 '실시간 보고 체계'를 갖췄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함께 NSC 사무처를 없애면서 산하기구였던 위기관리센터까지 대통령실장 직속의 위기정보상황실로 축소해버렸다. 전시작전권 환수 등 한나라당이 반대해온 외교안보정책을 주도한 NSC 사무처를 그대로 두고 갈 수 없다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지만, "목욕물을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념 편향의 NSC 사무처를 손본다며 국가안보에 중요한 기구까지 축소시킨 이명박 정부의 이념 '역편향'은 출범 4개월 만에 파산 선고를 맞았다.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에 피격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위기정보상황팀에서 대통령으로 보고가 올라가는 데 무려 2시간이 소요되는 일이 생겼다. 참여정부 시절 '위기관리센터장 → NSC 사무처장(청와대 안보정책실장) → 대통령'으로 비교적 단순화된 보고 체계가 '위기정보상황팀장 → 외교안보수석·대통령실장 → 대통령'으로 늘어지면서 보고의 '병목'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은 상황팀의 보고를 받은 후에도 1시간 10분 동안 대통령에 대한 보고를 미루다가 여론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

 

청와대는 금강산 사건 발생 10일 만에 기존의 위기정보상황팀을 위기상황센터로 확대 강화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위기상황센터 → 외교안보수석 → 대통령과 대통령실장에게 동시 통보'라는 형식으로 보고 체계를 개편한 것인데, 당시에도 이를 두고 '위기관리센터장 → NSC 사무처장 →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노무현 정부의 시스템을 일부 차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었다.

 

이번에 위기상황센터를 위기관리센터로 바꾸게 된 배경에 대해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의 핵심관계자는 "단순히 단어를 바꾸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위기상황센터는 말 그대로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받아서 전파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관리센터라는 것은 상시적으로 위기가 예상되는 지점을 진단·기획하기 때문에 단위 조직들과 더 긴밀한 관계가 생긴다. 사전 진단·기획 기능이 강화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 언어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큰 차이가 있다."

 

이 관계자는 NSC 사무처와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NSC 사무처가 부활하는 것은 아니다"고 하면서도 "NSC 사무처의 기능을 일부 살려서 시행하는 것으로 보면 되겠다"고 인정했다.

 

이명박 정부는 보수세력의 환심을 사기 위해 대북온건론자들이 주로 포진했던 NSC 사무처를 아예 없애는 강수를 집권 초에 단행했는데,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실사구시 노선으로 선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가 군 출신의 안보특보 신설을 검토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새로 임명될 안보특보가 노무현 정부 시절의 안보보좌관과 국방보좌관을 합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의 양대 보좌관은 대통령이 한미관계와 국방개혁 등을 다루는 과정에서 '정책 가정교사' 역할을 했는데, 군 복무 경험이 전혀 없는 이 대통령으로서는 취약 분야인 안보의 특별보좌관이 절실한 상황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관계에 미묘한 긴장이 조성되는 시점에서 보수정권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매도했던 과거 정부의 시스템을 되살리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노무현#NSC#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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