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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 미사, 가족 미사, 촛불 미사, 낭송 미사.' 

 

4일,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열린 4대강 반대 생명· 평화미사의 키워드다. 매일 오후 7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진행되는 미사지만 오늘만큼은 색달랐다. 진천에서 원정 온 이들이 자리를 함께 했고, 가족단위 참여자들도 눈에 띄었으며, 초등학생이 지은 시가 낭송되기도 했다.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가 꾸린 무기한 미사에는 여러 모습들이 더해져 갈수록 풍성해지고 있었다.

 

미사 시작 30분 전인 7시, 이미 많은 이들이 명동성당 들머리에 앉아있었다. 진천에서 버스와 봉고차를 동원해 미사에 참석한 성당 신도 70명이 주였다. 충북 진천에서 2시간 걸려 서울에 와 1시간 미사를 드리고 또 2시간 걸려 진천에 가야 하는 쉽지 않은 '원정 미사'에 온 이들은 대부분 6~70대였다. 고단 할 법도 한데 그들의 얼굴에 피곤함은 서려 있지 않았다.

 

미사에 참석한 최아무개 할머니는 "4대강 사업 못하게 하러 왔다"며 활짝 웃었다. 함께 온 김아무개 할머니는 "우리나라 땅을 이렇게 망가뜨리는데 한 발짝도 물러서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진천에서 신도들과 함께 올라온 이명재 신부는 "북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 4대강의 눈물 등 이렇게 부서지는 자연을 보며 참담한 마음 감출 수 없다"며 "자연을 파괴하는 자들은 태어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단위 참석자들 눈에 띄어

 

미사에는 200여 명 가량의 신도들이 함께 했다. 명동성당으로 이어지는 계단 끝까지 사람이 꽉 찰 정도로 많은 이들이 모였다. 행렬의 뒤 쪽에는 신부의 기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경건하고 진지하게 미사에 임했다.

 

명동성당 들머리에는 유독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4학년짜리 아들과 함께 온 신아무개씨는 "분당에 살아 와보지 못했는데 마침 근처 올 일이 있어서 들렸다"며 아이 손을 꼭 잡고 미사에 참석했다. 아버지, 어머니, 누나, 동생이 함께 미사에 참여한 가족도 보였다.

 

아이 둘과 함께 미사에 참석한 김정선씨는 "4대강이 파헤쳐지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고, 그런 자연이 우리 아이들이 살 미래라는 생각이 들어 미사에 나왔다"며 "왜 자연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한가 얘기할 장을 마련해 보려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단 하루뿐인 달콤한 휴일임에도 시간을 내 미사에 참석한 이도 있었다. 밤에 일을 하는 김아무개씨는 쉬는 날인 화요일마다 4대강 반대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김씨는 "이 정부를 뽑은 사람이 잘못"이라며 "4대강을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선거에도 반영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경의 마음을 담은 촛불 등장

 

생명· 평화미사에는 5월부터  초가 등장했다. 미사를 돕고 있는 한세실씨는 "촛불은 공경하는 마음을 나타낸다"며 "5월이 성모를 공경하는 달이어서 5월 내내 미사에 촛불을 켤 것"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초는 미사 시작을 의미하며 경건한 마음가짐을 갖고자 하는 뜻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를 켜자는 신부의 말에 신도들은 모두 앞에 놓인 초에 불을 켰다. 두 손에 초를 든 사람들은 가톨릭 회관 앞에 있는 성모상으로 이동해 마무리 미사를 드렸다.

 

미사에는 동운초등학교 3학년 양한샘군이 지은 '물고기가 말한다, 꿈이었으면 좋겠어'시가 낭송되었다. 시를 대신 낭독한 대학생나눔문화 소속 고다현씨의 낭랑한 목소리는 미사를 더욱 차분하게 만들어 주었다.

 

 

 

"물고기가 말한다.

이 강을 정말 좋아한다고.

물고기가 말한다.

이 강은 모든 물고기의 마을이라고.

물고기들은 어제도 헤엄치며 놀았지.

 

(중략)

 

즐거운 시간이 지나고

아기물고기가 새근새근 잠이 들었네.

무슨 소리를 들었어. 드르르, 드르르 쾅!

바닥이 파헤쳐지고 내가 누워있던 돌들이 마구 마구 뒤집어져!

몸이 제멋대로 움직여.

나와 엄마, 아빠가 서로서로 멀어져만 가!

아기물고기가 말한다.

물고기의 말, 강이 죽을 수도 있다니...꿈이었으면 좋겠어."

 

시 낭송이 끝나자 사람들은 들고 있던 초를 성모상 앞에 정렬해 놓았다. 신부와 신도들은 "생명의 젖줄인 자연을 지키게 해 달라"는 4대강을 위한 기도를 하며 미사를 마무리했다.

 


#4대강#천주교연대#명동성당#무기한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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