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바다의 도시. 바다는 언제 관광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새벽이 가장 좋지 않을까. 여명이 움트길 기다리는 그 긴장되는 순간, 어둠 속에 있으면 어둠 속에 반짝이는 등대 불빛들은 밝은 뱃길이 된다.
그러나 어둠의 시간이 끝나면 점점 희미해지는 등대 불은 더 이상 밝은 뱃길 길이 되지 못한다. 그리고 천천히 아침 해가 바다에서 솟구친다. 다투어 배들이 수평선으로 떠나고, 바다에 접한 도시의 부단한 일상도 그렇게 시작된다.
오늘(9일)은 해운대 바닷가에 나와서 유난히 기분이 좋았다. 새벽 해안 산책로에서 갈매기를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벽바다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진풍경도 몇 개 만났다. 여명이 움트는 새벽 바다는 정말 장관이었다.
미포에서 시작하는 삼포길(미포. 청사포 구덕포까지 이어지는 해안길을 이름)따라 걷는데 바다 위에 부표로 만들어진 무지개 색깔의 등대 위에 새벽 낚시 즐기는 사람이 삼삼오오 보였다. 처음에는 사람의 모습인 줄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사람이 흔들리는 망망대해의 등대 위에 앉아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내 카메라는 구형 사진기라 진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데 조금은 아쉬웠다. 아무리 낚시가 좋다고 하지만 공공시설물 등대 위에서 저건 위험천만한 행동이 아닐까 한편 염려도 되었다….
부산 해운대의 바다에는 유난히 갈매기들이 많다. 갈매기는 일명 해구, 백구, 수효 등으로 부른다. 바다에 많이 분포한 갈매기의 종류도 이름을 다 욀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갈매기들은 조수의 왕래를 좇아 늘 옮겨다닌다고 한다. 그러다가 삼월풍이 불기 시작하면 도서로 돌아오는 새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갈매기가 떼로 많이 날아오면 꼭 바람이 분다고 뱃사람 내 친구가 이야기해 주었다.
청사포 해안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새벽바다는 금빛이다. 이 해안 산책로에는 바닷가에 기암괴석이 많고 바닷가에 넓은 암석이 깔려 낚시하기 좋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서 "아저씨 많이 잡으셨나요?"하고 물었더니, 어젯밤부터 낚시를 했는데 겨우 새벽녘에 몇 마리 잡았다고 했다. 아저씨가 잡은 물고기는 제법 무게가 나가는 감성돔이었다.
아저씨가 낚시를 하는 것 보니 나도 이제부터 낚시도 좀 배워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아저씨 곁에 앉아서 한참 낚시 하는 거 지켜 보았다. 물이 좋은지 금방 금방 묵직한 낚시대를 바다에서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갈매기야 바다의 아침을 여는 갈매기야
세계의 처녀들이 저마다 빛을 밸 때
너희들은 저마다 아침을 열고
가장 강렬한 종류를 뒤따라서
조류와 조류가 놀라면서 만날 때
바다가 깊은 곳에서 괴로와하고
그 괴로움에서 춤추는 갈매기
<바다의 무덤>-고은
새벽 바닷가의 해안 바윗돌에 나란히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어린 갈매기들 끼룩끼룩 우는 소리로 바다의 하늘은 가득하다. 부단하게 날개 연습 하는 갈매기와 더불어, 새벽 바다의 하늘은 노을바다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내 삶의 날개짓도 저 갈매기의 날개처럼 부지런해져야겠다고 새삼 다짐해 보는 금빛 아침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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