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오스트리아에 있는데…."
지난 7일 한나라당 클린공천감시단 활동상황을 물어보기 위해 단장인 심재철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심 의원은 유럽출장 중이었다. 지난 4일에 출국해 9일에 귀국하는 일정이었다.
감시단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의원에게도 전화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거나 통화가 돼도 감시단 활동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고승덕 의원은 7~11일 중국으로, 손범규 의원은 4~7일 대만으로 나가 있었고, 박민식 의원은 한 주 전부터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에 가 있었다.
클린공천감시단은 중앙당 및 각 시도당 공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꾸려진 한시 조직으로, 감시단 소속 의원들은 지난 4월 7일 정몽준 대표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정 대표는 이 자리에서 "클린공천감시단이 때로는 신문고나 암행어사 역할을 해야 한다"며 "클린공천감시단이 공천에 관해서는 윤리위원회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단장도 이 자리에서 "공천은 원칙적으로 깨끗하게 진행되어야 하는데 대부분 은밀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나중에 말썽이 나면 결국 불거지는데 그런 상황이 되면 중앙당에서 엄하게 처리해야 된다. 제보가 있을 때는 암행어사와 같은 민원탐정 역할도 해야 된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임명장을 받은 지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클린공천감시단이 무슨 활동을 했는지 알기가 힘들다.
감시단의 한 의원은 지난 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다른 당직을 맡고 있고 그동안 너무 바빴기 때문에 클린공천감시단으로서 한 일이 별로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이젠 다 끝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공천작업이 거의 끝나가기 때문에 감시단 활동을 마무리할 때가 됐다는 것. 그러나 6·2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시한인 14일까지 며칠 남지 않은 이 시점은 감시단이 가장 열심히 활동해야 할 때라고 할 수 있다.
후보자 등록 시한까지 공천 부적격자가 걸러지지 않으면 이후에 공천 부적격 사유가 발견돼도 후보자를 바꿀 수 없고, 이는 해당 선거구에서 패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평택시장 성기 흉내' 조사한다더니 감시단장도 상황 몰라
그러나 클린공천감시단의 활동은 내역을 묻기가 민망할 정도로 그 실적을 찾기가 힘들다. 당장 현명관 제주도지사 후보 동생의 금품 전달 의혹 사건에 클린공천감시단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감시단에 속해 있는 의원들은 조사대상이나 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이미 "조사하겠다"고 한 사안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지조차 확인이 불가능했다.
지난달 21일 <오마이뉴스>가 송명호 평택시장 후보의 '아오모리 노래방 성기 흉내 및 폭언' 사건, 즉 송 후보가 시장으로 재임 중이던 지난 2005년 일본 아오모리시의 한 노래방에서 일본 방문단 소속 여성 인사가 동석한 가운데 마이크를 이용해 성기 흉내를 내고 여성 인사들에게 '○○년아 나와'라는 욕설을 했다는 사건과 관련된 명예훼손 재판에서 법원이 송 시장의 행위 사실을 인정했다는 내용의 보도에 대해 한나라당은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9일 정병국 사무총장은 해당 사건 처리 여부를 묻는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클린공천감시단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후보자 등록 때까지 시간이 얼마 없으니 조만간 조사 결과가 올라올 것"이라고 밝혔고, 심 단장은 "곧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열흘이 지나도록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 여부와 결론에 대해 감시단 의원들 중 아무도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심 단장은 10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어제(9일) 밤 귀국해 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한다,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클린·도덕·화합공천 실천했다"?
정 사무총장은 지난 9일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서 밀실 공천이 없는 클린 공천과 비리 전력자 공천 배제 등 도덕공천, 당내 계파갈등이 없는 화합공천을 실천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민종기 충남 당진군수에 대한 뒤늦은 공천 취소에서 보듯 일이 터지고 나서야 수습에 나서고 있고, 그나마 제기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미루고 미루다 후보등록일을 넘겨버릴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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