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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불교·원불교·천주교 등 종파를 초월한 성직자들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4대강 반대 행보의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4대강 사업 반대를 위한 음악회,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는 물론, '선거 전 9일 기도회'까지 등장했다. '개발 중단 촉구' 단식에 나선 성직자들이 속출하고 있고, 공사를 강행하려는 공권력을 온몸으로 막아내기 위해 철야기도회도 시작했다.

 

종교계, 4대강 사업 반대 대규모 기도회 등 줄줄이 예고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에 전국에서 모인 신부들과 수녀, 성도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미사를 드리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에 전국에서 모인 신부들과 수녀, 성도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미사를 드리고 있다. ⓒ 유성호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천주교다. '4대강 반대를 위한 천주교연대(이하 천주교연대)'는 10일 5000여 명의 사제·신도가 참석한 '명동성당 시국미사'에 이어 이날 밤부터 경기 양평군 두물머리 팔당유기농단지에서 공권력 투입에 맞서기 위한 4박 5일 철야기도회를 시작했다.

 

이들은 또 12일부터 낙동강, 영산강, 금강 등 4대강 공사가 진행되는 권역별 현장에서 생명평화미사 봉헌과 각종 문화 행사를 잇달아 준비하고 있다. 영산강이 흐르는 광주교구는 공사현장에 '영산강 지킴이'라는 현장모니터단을 구성, 본당별로 지속적인 강 순례를 계획하고 있으며, 오는 18일 '5·18 민중항쟁' 행사와 병행해 4대강 사진전과 영산강 미술전을 준비했다.

 

낙동강의 경우 오는 12일 진주 신안동 성당에서 생명평화미사가 열리고, 이를 시작으로 각 성당에 '4대강 사업 반대' 현수막과 성명서 등이 적힌 대자보를 게재하기로 했다. 한강 권역인 경기 여주 신륵사 부근에서도 수원교구 신부와 신자들을 중심으로 매주 목요일 생명평화미사가 봉헌된다.

 

금강에서는 오는 22일 부여보를 중심으로 금강지역 걷기 대회를 열고, 특히 '선거전 9일 천막 기도'를 시작한다. 17일에는 탐방동 성당에서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미사'가 열린다. 특히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오는 17일부터 단식기도회를 실시한다. 

 

개신교와 불교 등 타 종단 역시 '4대강 사업 반대'를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개신교는 11일부터 21일까지, 불교는 22일부터 31일까지 릴레이 천막기도회를 실시하고 오는 24일 오후 여주 신륵사에서는 4대 종단 기도회 및 강 순례, 문화 행사 등이 펼쳐진다. 또 29일에는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불교환경연대 주최로 생명의 강 음악제가 열릴 예정이다.

 

1987년 명동성당과 2010년 명동성당... 변하지 않은 것은 '분노'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를 마친 신부들과 수녀, 성도들이 성당 들머리 계단으로 나와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6월 2일 투표 참여!'와 '4대강 사업 멈춰!'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생명평화미사'를 마친 신부들과 수녀, 성도들이 성당 들머리 계단으로 나와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6월 2일 투표 참여!'와 '4대강 사업 멈춰!'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공권력이 들어오면 제일 앞에 내가 있을 것이고, 신부가 있을 것이고, 수녀들이 있을 것이다. 공권력을 투입하려면 우리를 밟고 지나가라."

 

23년 전 고 김수환 추기경이 명동성당에서 한 말이다. 그리고 며칠 후 '6·29 선언'이 발표됐다. 10일 오후 2시 명동성당 본당, 윤종일 프란치스코회 신부가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생명평화미사의 강론을 시작하면서 고 김수환 추기경을 떠올린 것도 그리 무리는 아니다. 명동성당 본당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시국미사가 열리기는 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윤 신부는 4대강 개발 예정지인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에서 지난 1월부터 개발 반대 단식·침묵기도를 이끌고 있다. 그는 강론에서 차분하면서도 강한 어조로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4대강 사업은) 하느님의 생명의 질서를 거스르는 반생명·반생태적인 사업이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파괴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정부를 만든 우리 안의 물신주의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미사를 마친 5000여 명의 신도들은 한 손엔 성경책을, 다른 한 손엔 '4대강 사업 멈춰!', '6월 2일 투표하자!'라고 적힌 손 피켓을 들고 명동성당 들머리까지 행진했다. 대열 맨 앞에 선 수백 명의 신부와 수녀들은 신도들과 함께 연방 "4대강 삽질을 멈추라"고 외쳤다.

 

23년 전 '민주화의 성지' 명동성당 들머리를 짓밟고 섰던 독재정권의 서슬 퍼런 군홧발도, 자욱한 최루가스도 없었다. 그러나 수천 명의 신도들은 들머리 밖으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그들의 행진을 '불법'으로 간주한 공권력 때문이다. 한 신도는 "4대강 사업은 독재정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남편과 함께 두 아이를 데리고 나온 김현경(33)씨는 명동성당 뒤편에 있는 계성여고를 졸업했다. 미사에 참여하고자 온 것이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모교를 구경하러 왔다가, 우연히 대열에 합류했다고 한다.

 

김씨는 "예전 학교 다닐 때도 항상 성당 앞에 전경들이 서 있었다"며 "이제는 (사회가) 변했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이렇게 운동하는 분들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족과 함께 4대강 사업 반대 서명에도 참여하고 돌아갔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김포불교환경연대 지관 스님은 "이번 미사를 계기로 천주교인뿐만이 아니라 온 국민이 신부님들의 진정성을 깨닫고 4대강 사업이 즉각 중단되도록 힘을 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종단이 쏘아 올린 '저항의 불꽃'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4대강 생명살림 수륙대재'에서 수경스님이 4대강 사업을 '이명박의 난'이라며 비판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4대강 생명살림 수륙대재'에서 수경스님이 4대강 사업을 '이명박의 난'이라며 비판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천주교에 앞서 불교와 개신교 등도 각 종단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4대강 사업 반대를 위한 '저항의 불꽃'을 쏘아 올렸다.

 

조계종은 지난달 17일 서울 조계사에 1만여 명의 불자들이 모인 가운데 '4대강 생명살림 수륙대재'를 열었다. 이날 조계종 종회의장 보선 스님은 "우리는 이 자리에서 무심코 4대강 사업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강을 살리는 사업이 되기를 발원하는 것"이라며 "4대강 굽이굽이 아름다운 봄날의 소리가 때맞추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경 스님은 "4대강 사업은 정부가 벌이는 자연과 국토에 대한 테러이자, 국민을 상대로 한 이명박의 난"이라며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국가의 미래를 평화와 자비의 길로 이끌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6월 2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4대강 개발을 반대하고 생명의 강 살리기에 동참하는 후보를 지지할 것 ▲4대강 지역에 법당을 개원하고 매주 수륙재를 봉행할 것 ▲전국 주요 사찰에서 현수막 게시와 서명운동을 벌일 것 등을 다짐했다.

 

원불교 교무들로 구성된 '생명의 강을 지키는 원불교 사람들'은 지난달 23일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원불교 교무 선언'을 발표했고, 다음날 신륵사 입구 남한강 둔치에서 생명기도회를 연 바 있다.

 

개신교도 지난달 29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성공회대성당에서 1000여 명의 목회자와 성공회 신부, 신자들이 모여 4대강 지키기 연합예배를 열었다. 이날 기독교장로회 총회장 김현배 목사는 설교를 통해 "하느님께서 지금 세상을 보시고 '참 싫다' 하실 것"이라며 "4대강 정비사업은 하느님의 몸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신성모독 행위요, 하느님의 섭리에 도전하는 불신앙"이라고 지적했다.

 

종교계의 4대강 사업 반대, 왜?... "종교적 의무이자, 도덕적 요청"

 

종파를 초월한 종교계의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이 6·2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필연적으로 보인다. 종교계 스스로 오래전부터 "선거를 통한 심판"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계의 이러한 움직임은 '정치논리'가 아닌 '종교논리'에 더 부합한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문제 제기는 각 종단이 벌여온 생명운동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생명을 보전하고 살리는 일은 종교 본연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지 못하게 하는 불교계나 낙태 반대·사형제 폐지 등을 주요한 화두로 삼아온 천주교 등에게 4대강 사업은 우리 사회의 '반생명적인 문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결정체인 셈이다. 심지어 불교에는 "땅을 파지 말라"는 계율도 있다. 이는 농사를 짓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땅속의 생물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불살생계'를 의미한다.

 

기독교의 녹색생활운동, 불교의 생명살림운동 등 1990년대 이후 성장한 생활환경운동이 교회와 사찰 등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보편화 되어 있다는 점도, 4대강 반대 운동의 원동력이 됐다.

 

지난 3월 15일 불교·천주교·개신교·원불교 등 4대 종단 종교인들이 경북 상주시 낙동강변에서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공동기도회를 열었다. 종교인들이 공동으로 4대강 사업 공사 현장에서 공동기도회를 연 것은 처음이었다. 사실상 종교계가 4대강을 지키기 위한 본격 행동에 나설 것을 선언한 자리였다.

 

이들은 경천대 모래벌판에서 낭독한 공동결의문에서 "4대강 개발사업은 대운하 사업의 또 다른 이름이며 대지의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는 무모한 국책사업"이라며 "종교인들에게 생명·평화의 수호는 종교적 의무이자 도덕적 요청이며 온갖 불의로 점철된 4대강 사업을 전국의 사찰, 성당, 교회, 교당에서 국민들과 힘을 모아 끝까지 저지해 나가겠다"고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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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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