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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상정 안건을 심의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상정 안건을 심의하고 있다. ⓒ 청와대

독일의 철학자 야스퍼스는 전후 독일의 전쟁 책임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타인을 죽이는 행위를 막기 위해 생명을 바치지 않고 팔짱 낀 채 보고만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내 자신에게 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일이 벌어진 뒤에도 아직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은 씻을 수 없는 죄가 되어 나를 뒤덮는다." - 타나카 히로시 외 지음, 이규수 옮김, <기억과 망각>, 삼인, 2005, 31-32쪽에서 인용

그래서 나는 반성한다. 2년 전 광우병미국소고기수입반대 촛불 집회 때 나는 광화문 집회는커녕 내가 사는 광주의 도청 앞 집회에 한 번도 나가지 않았던 것을 반성한다. 물론 집회에 나갈 시간이 없긴 했다. 대학 시간강사로 밥벌이를 하는 나는 주간에는 대학의 강의로, 야간에는 또 다른 수업때문에 도저히 짬을 내지 못하는 형편이기는 했다.

그래도 나는 반성한다. 광우병 위험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별다른 제한 없이 우리 식탁에 오른다면 그것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촛불집회에 공감하면서도 실제로는 단 한번도 집회에 나가지 못했던 것에 대해 나는 지금 반성하는 중이다. 왜냐하면 "과거에 대해 눈을 감는 자는 현재에 대해서도 눈이 멀게 된다"는 독일 바이츠제커 대통령의 제2차 세계대전 40주년 기념 연설의 취지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다만 공감만 하고 행동은 하지 못한 죄가 크다.

물론 그 점에 대해서도 나 스스로 변명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30년 전 5·18민중항쟁 때 시민군의 일원으로 역사의 격랑에 몸을 맡긴 바 있으므로, 그때 나는 역사와 치열히 마주했으므로 이제는 조금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는 것도 괜찮겠지, 하고 안이하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그때의 행동을 통렬하게 반성한다. 시인 류시화가 묶은 어느 시집에 이런 귀절이 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그래서 나는 반성한다.

10대의 어린 청소년들까지, 심지어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젊은 엄마들이 거리에 나와 촛불을 들 때에도, 전경의 구둣발에 여자대학생이 무참한 폭력을 당하는 것을 보면서도 나는 그때 저, 저 나쁜 놈들! 하고 안전하게, 나만은 안전하게 텔레비전 수상기만을 향해 잠시 종주먹을 휘두르다 말았을 뿐이었다. 그때 아무리 시간이 없었어도 함께 하지 못했던 것을 지금 반성한다. 조금 더 작은 힘들을 보탰더라면 오늘 그가 반성하는 지식인이 아무도 없다는 '한탄'을 정녕 하지 못했을 것인데 하는 후회 때문에 나는 오늘 죄인의 심정이다.

왜 내가 지금 새삼 2년 전의 촛불을 반성하고 있는가. "반성이 없으면 그 사회의 발전도 없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 때문이다. 그 말 자체로는 백번 천번 옳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가 할 말은 아닌 것같다.

왜냐하면, 이건 다들 지적한 내용이라 거의 표절 수준의 지적일 수밖에 없지만, 2년 전 촛불집회의 성난 민심 앞에서 그가 했던 반성과 사과를 오늘 싹 뒤짚는 것을 보건대, 그의 숱한 말들에는 조금의 진정성도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한 까닭이다.

사족: 사전을 찾아보니 '지식인'이란, '다양한 개념에 대한 연구, 노동, 질문 및 응답을 하려고 애쓰는 사람'을 말한다고 되어 있으니,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지식인의 범주에는 들 것 같아 이 글을 썼다.

그러니 그리 노여워 하지 마시기 바란다. 여기 한 사람의 지식인이나마 2년 전 촛불에 대해 반성하는 이가 있지 않은가! 아, 그게 아니라고도 하지 말기 바란다. 상식을 가진 시민들에 대해 기만하고 있는 <조선일보>의 짜깁기와 왜곡 보도를 칭찬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수준이고 보면 나의 이 글이 그렇게 생뚱맞지는 않을성싶다. 핀트가 어긋나고 개념이 뒤섞인 것이 거의 유유상종 수준 아닌가.


#광우병#촛불집회#반성없는 지식인#촛불 2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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