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천안함 희생자 49제가 열렸다. 실종 장병들의 생환을 기대하며 속보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흔아흔날이 흘렀다.
천안함 침몰 사고는 특히 함정 명칭과 얽힌 인연 때문에 천안시민들에게 큰 안타까움을 안겼다. 천안함과 1990년 자매결연을 맺고 정기적인 교류를 해 온 천안시도 사고발생 초기인 3월 29일부터 실종 장병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오락성 행사나 음주 등의 자제를 당부했다. 이에 따라 4월 예정된 문화행사가 대거 취소됐다.
4월 8일은 시장을 비롯한 천안시 방문단이 해군 2함대를 찾아 실종장병 가족을 위문했다. 추모 분위기 확산을 위해 같은 달 20일 시청사 로비에는 '추모의 벽'이 설치됐다. 모든 공무원들에게는 근조 리본을 달고 근무에 임하도록 했다.
정부의 공식 장례기간 동안 시청사에는 분향소가 설치.운영됐다. 4월 26일 현직 시장은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천안함 범시민 대책 위원회' 구성과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천안함 순국 장병들의 영결식 날인 29일 천안시청 버들광장에서는 진혼제가 거행됐다.
외형상으로는 충분했다고 볼 수 있지만 관건은 진정성. 최근 알려진 하나의 사실은 천안시가 천안함 침몰사고를 대하며 취한 일련의 행보에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경실련이 현직 시장의 사전 선거운동과 천안시 공무원의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폭로한 녹취자료에 따르면 적어도 천안시청 공무원 수십명은 지연과 학연에 따라 4월 7일과 23일 술자리를 가졌다. 천안함 침몰에 안타까움을 표명하며 천안시가 음주 등의 자재를 공식 당부한 것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강제성이 없는 당부인만큼 시 공무원들이 퇴근 뒤 단체로 친목을 위한 술자리를 가질 수는 있다고 치자. 그러나 그 자리에는 시 행정의 가장 모범이어야 할 현직 시장까지 참석해 공무원들과 건배를 주고 받았다. 또한 공무원들의 술자리와 시장의 술자리 참석이 비단 시민단체 폭로로 확인된 것이 전부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자신들도 지키지 못할 당부는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시민들에게는 짐짓 근엄하게 오락성 행사나 음주 등의 자제를 당부해 놓고 시 공무원들과 수장은 건배를 외치는 모습. 시민들은 당혹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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