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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베란다 프로젝트'를 결성한 김동률과 이상순.
 새롭게 '베란다 프로젝트'를 결성한 김동률과 이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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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과 공연시장의 불황에도 그 이름 석자만으로 대중들에게 설렘을 전하는 뮤지션이 있다. 굳이 가요의 황금기였던 90년대를 추억하지 않아도 그의 존재는 여전히 강력하고 또한 그의 음악처럼 드라마틱해서, 그가 발표하는 신곡이나 공연은 대중음악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 해도 한 번쯤 관심을 보이게 만든다. 그가 바로 뮤지션 '김동률'이다.

'베란다 프로젝트'의 <데이 오프(Day Off)>

 베란다 프로젝트의 [Day Off]
 베란다 프로젝트의 [Day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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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롤러코스터'의 기타리스트 이상순과 함께 합심하여 그룹 '베란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이 음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몇 가지 코드가 필요한데, 첫번째는 이상순의 기타와 김동률의 피아노, 즉 음색과 음악자체에 따른 협연이 조화롭게 이루졌는가 하는 점. 두 번째는 김동률이 공부한 버클리 음대와 이상순이 공부한 암스테르담 음대의 공간적 차이가 가요의 감성까지 심어냈는가 하는 점. 세 번째는 그렇기에 이 둘이 가져야하는 감성의 화학적 결합의 중요성이 매우 부각된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알다시피 김동률이 자신의 음악적 영역과 조금 떨어져있는 뮤지션과 프로젝트 협연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패닉'의 이적과 함께 발표했던 '카니발'의 탄생은, 지금 생각해도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적이 패닉 2집 <밑>에서 보여주었던 그로테스크한 표현력과, '전람회'에서 바닥 저 끝까지 가슴을 훑어내는 투명하고도 뿌연 감성을 노래하던 김동률이 과연 합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이들 프로젝트에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둘은 겉으로 보기엔 전혀 어울리는 커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둘은 성공한다. 비율로 따지자면 김동률보다는 이적의 입김이 조금 더 강하게 느껴지던 이들 1집 <카니발(Carnival)>은, 불멸의 명곡 '거위의 꿈'과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비누인형'을 대중들에게 남기며 그렇게 전설 아닌 전설로 남았다.

실제로 '실험적'이라는 평가로 이 음반을 치부하기엔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은 대중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남긴 음반이었다.

'베란다 프로젝트'와 '카니발'

 김동률과 이상순은 과연 과거 '카니발'의 영광을 다시 한번 재연했는가?
 김동률과 이상순은 과연 과거 '카니발'의 영광을 다시 한번 재연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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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연 이번 이상순과 함께한 베란다 프로젝트 역시 과거 카니발의 영광에 비할 만큼 강력한 포스를 발휘하는가라는 문제로 자연스레 연결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카니발의 성향을 생각하며 이 음반을 찾는다면 기대에 조금 못 미칠 듯하다. 단순히 음악적 수준이 떨어진다는 게 아니다. 굳이 짚자면, 베란다 프로젝트가 가지는 음악적 지향점이 과거와 분명 달라졌을 뿐.

이상순의 기타와 김동률의 피아노와 음색이 주가 되는 조금은 단출한 구성 그리고 이상순의 재즈적 표현력이 가요적 성향을 띠어야 하는 데서 오는 한계, 거기에 김동률 특유의 감성까지 이를 음반 전체에 온전히 다 담아내는 작업은 절대 녹록지 않다. 그래서 이들은 음악적 협연에 있어서는 힘을 빼고 서로에게 양보하게 된다.

반면 감성의 합일 부분은 언제든지 일치가 가능하기에, 이 음반의 지향점은 그렇게 이 둘이 함께 네덜란드에서 느꼈던 평범한 풍경과 일상의 노곤함에 집중되어 있다.

이상순은 주법과 연주의 테크닉적인 면을 억누른 채 연주를 진행하고, 김동률 역시 과거 자신의 솔로 음반에서 들려주었던 지극히 거대한 소리들과 이야기들을 이 음반에선 최대한 배제한다. 따라서 베란다 프로젝트는 팀 이름답게 밝고, 또 가벼운 발걸음으로 흘러가는 소리들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다만 최근 전재 뮤지션으로 각광받고 있는 정재일이 편곡을 맡은 'Train'이나 '기필코' 같은 곡들과, 현악편곡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는 김동률이 힘을 실은 마지막 곡인 '산행' 같은 곡들은 조금 더 과감한 사운드를 낸다.

그리고 이러한 곡들은 이 음반이 자칫 빠지기 쉬운 지루함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예상컨대 이들 노래들을 단순히 평범함에 그치지 않게 하기위한 일련의 후반 작업에 상당히 고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가볍게 들을 수 있는 휴식 같은 노래

 그들은 그렇게 '휴식 같은 음악'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들은 그렇게 '휴식 같은 음악'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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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베란다 프로젝트의 첫 번째 음반 <데이 오프(Day Off)>는 그들이 인터뷰에서도 밝혔듯, 말 그대로 여행 갈 때나 혹은 볕이 좋은 날 공항 벤치에서 눈을 감고 광합성 할 때 듣기 좋은 음악들의 모음집이다.

때문에 이들은 이러한 소박함을 지향하기에 과거 카니발과는 분명히 구분된다. 그것이 또 다른 매력이 될지, 아니면 카니발과 같은 사운드를 기대했던 대중에겐 실망이 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그러나 분명한 건 이들의 음악은 최근 너무나 복잡한 음악에 질려있던 대중이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하다는 것이다. 햇빛이 비치는 녹색의 언덕과 뺨을 살랑 스치며 부는 부드러운 바람. 그리고 김동률의 멋진 목소리와 이상순의 기타가 함께 어울리는 그 그림 같은 풍경은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한 휴식 같고도 노곤한 노래. 일상을 담담히 노래하는 노래. 그러한 노래들이 베란다 프로젝트의 첫 번째 음반인 이 <데이 오프(Day Off)>에 성실히 담겨있는 것이다.


#음반의 재발견#베란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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