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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신촌 아트레온 토즈. 김상곤 후보와의 간담회가 열렸다. 과연 블로거들이 그를 넉다운 시킬지 아니면 김상곤 후보가 블로거들을 떡실신 시킬지 긴장감이 잠시 흐르고...
23일 신촌 아트레온 토즈. 김상곤 후보와의 간담회가 열렸다. 과연 블로거들이 그를 넉다운 시킬지 아니면 김상곤 후보가 블로거들을 떡실신 시킬지 긴장감이 잠시 흐르고... ⓒ 신광수

 

"어린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며 나누는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 '요즘 뉴스에 해고가 많다고 하는데 그 사람들 다 잘려야지 우리가 비집고 들어가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 듣고 나서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누군가의 말에 여기저기서 우려가 터져 나왔다. 사회가 냉정하고 비정해질 경우 나라의 미래는 과연 어디로 향할 것인가. 실업이든 해고든 남의 일 같지만 사회라는 공동체 속에서 발생되는 파장은 결국 구성원 개인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과연 모두 다 살만한 세상은 없는 것인가.

 

22일 오후 8시. 신촌에 위치한 모임 공간 아트레온 토즈에는 학생과 교수, 기자, 저술가, 직장인은 물론 가정주부 등 각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이들은 평소에 블로그를 운영하며 네티즌들 사이에서 '파워 블로거'로 통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이 되자 닉네임을 듣고 "아~ 그 사람! 님이었어요?"하는 반가운 인사도 터져 나왔다.

 

각자가 속한 영역과 개성은 물론 연령대까지 천차만별이었으나, 아이들 교육을 걱정하며 앞으로 우리 사회의 비전을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었다. 이들이 모여, 무상급식을 최초로 제안해 전국적 이슈로 만든 현직 교육감이자 6월 2일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는 김상곤 후보와 대화를 나눈 것이다.

 

파워블로거들, 김상곤에게 질문을 쏟아내다

 

 블로거들의 질문을 듣는 김상곤 후보.
블로거들의 질문을 듣는 김상곤 후보. ⓒ 신광수

"이렇게 다양한 분들이 나오실 줄 몰랐습니다. 우리 경기도의 교육과 제 생각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 주시는 것이 너무나 반갑고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이 관심을 가지시는 것 이상으로 우리 교육에 대한 참여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김상곤 후보가 내세우는 정책의 주요 핵심은 학교 현장을 바꾸자는 것이었다. 어떠한 방식으로 학교의 문화와 분위기를 바꿀 것인가를 고민했다는 김상곤 후보. 실제 교육과정을 교사와 학생이 공동으로 운영하며 변화시켜내는 방법을 통해 그의 공약들은 '혁신학교'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이미 경기도 교육감으로 일 해온 지난 1년 동안 33개의 혁신학교를 운영 중이라고 한다. 또한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무상급식을 더욱 확대해 최종적으로는 무상교육을 실현하는 것이 분명한 목표였다.

 

"지금 학부모들은 공교육에 대한 부담을 너무나 많이 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법으로 보장된 의무교육 속에서 말이죠. 때문에 기초 교육복지의 최우선적 접근으로 무상급식을 선택하여 구체적이고 단계적으로 실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기도는 굉장히 넓어서 지역 간 계층격차 역시 큽니다. 학교에서도 장애학우나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에 있는 학우들을 감싸 안지 못하는 사이에 학생들끼리의 격차가 너무나 벌어졌습니다. 때문에 차별 없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껴 가능한 모든 조치들을 취해왔습니다. 이것들은 학교를 바꾸기 위한 보완적인 조치들이었습니다. 이를테면 학생인권을 위한 조례와 교권을 위한 조례 등이죠. 학생들은 학교에서 인격체로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하며, 교육자들 역시 그들의 권리가 보장받고 스승으로서 존중받아야 합니다.

 

학생과 선생 모두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서 존중받을 수 있는 교육환경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무시당하는 낙오자 없이 모두의 재능이 제대로 발휘되는 교육, 무한 경쟁이나 서열위주의 교육이 아닌 다양성과 역동성을 강조한 교육을 이룰 것입니다. 그것을 앞으로 4년 동안의 큰 틀에서 마무리하고 또한 추진해 나가기위해 선거에 나왔습니다."

 

"무상급식, 비용·물류·유통 현실적 문제는 다 해결"

 

 김상곤 후보의 답변을 들으며 정리하는 블로거.
김상곤 후보의 답변을 들으며 정리하는 블로거. ⓒ 신광수

 

김상곤 후보의 인사와 경기도 교육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블로거들의 날카롭고 직설적인 질문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특히 많은 참석자들은 김상곤 후보가 교육감으로서 작년에 제시한 무상급식이 예산부족과 수많은 반대에 부딪혀 좌절된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실행 가능성에 대한 신랄한 의문들을 표시했다.

 

- 무상급식에서 꼭 친환경을 써야합니까? 일반농산물이 더 싸기도 하지만 건강에 아주 나쁜 것도 아니잖습니까. 또한 후보님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친환경 농산물이 비싸기 때문에 예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장을 볼 때도 친환경 농산물은 상당히 비쌉니다. 그것을 모든 학교의 아이들에게 공짜로 먹이는 것이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습니까?

"우리 아이들이 오염된 식자재로 인해 격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 문제들, 환경 호르몬 관련문제들로 미루어 유해물질에 노출되지 않은 식자재를 먹어야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친환경 농산물의 일반적인 가격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급식을 할 경우에는 전체적인 수요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실제 농민들과 협약을 통해 계약재배로 공급 받는다면 일반 시장보다 더욱 저렴한 가격이 형성됩니다. 생산지가 위치한 각 지자체들과 연계해 공조하기 때문에 큰 추가부담 없이도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친환경 무상급식은 가능합니다.

 

올해 3월 경기도 교육청은 약 380억의 예산을 17개 시구 읍면지역 초등학생들을 위한 무상급식 예산으로 편성했습니다. 또한 경기도 교육청 예산이 8조가 넘는 큰 규모인데 그동안 사업들을 점검해, 중복이나 전시성 또는 불요불급 예산을 깎았더니 1300억 정도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 무상급식 예산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그 많은 아이들을 위한 식자재 관리는 어떻게 한다는 것인가요?

"이미 경기도는 식자재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과 검수를 완벽하게 실시할 수 있는 무상급식 지원센터를 지역별로 만들어 건설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비용과 물류 유통에서 현실적인 문제는 완전히 해결됐다고 봐야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경기도의 무상급식이 벌써 이만큼 실현되고 있었다니 많은 블로거들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애초에 반대를 외치던 사람들의 근거는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일까. 누군가 무상급식 제안이 좌절당했을 당시의 심정을 물어봤다.

 

"많은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거라면서 시도조차 안 해보려고 했을 때 한 마디로 안타까웠습니다. 적절한 논리와 보편성에 근거하지 않고 정치적인 대립지점으로 생각하며 행동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왜 저래야 하는지 싶었죠. 교육비 전체를 보아 가능한 공약들을 불가능하다고 왜곡하면서 정치적 이득을 위해 선동해서는 안 됩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정부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원칙을 세우고 국가예산을 기본적으로 편성하는 것입니다. 무상급식은 분명 의무교육 기간에 보편적으로 도입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입니다. "

 

간담회 후 경기도로 이사가고 싶다한 참석자들

 

 "교육비 전체를 보아 가능한 공약들을 불가능하다고 왜곡하면서 정치적 이득을 위해 선동해서는 안 됩니다."
"교육비 전체를 보아 가능한 공약들을 불가능하다고 왜곡하면서 정치적 이득을 위해 선동해서는 안 됩니다." ⓒ 신광수

 

트위터를 통해서도 질문이 들어왔다.

 

- 현행 법령에 의하면 특수교육 정상화를 위해 교사를 대폭 확충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인턴이 증가하고 관련 비용은 삭감되고 있지 않습니까?

"경기도는 차별 없는 교육이 목표입니다. 지난 1년 동안에도 몇 가지 관계 변화를 가져왔고요. 금년에도 특수학급 287학급을 늘릴 것이며 이미 예산도 확보됐습니다. 교사도 추가적으로 100명 이상 확보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경기도가 워낙 넓어 아직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죠. 일부는 서울권에 들어가서 교육을 받기도 하는데 앞으로는 특수학교도 확대해 나가야할 사안입니다. 당연히 여러 가지 시설 보완도 해나갈 것입니다."

 

이 밖에도 학생인권 조례는 물론 사교육비 절감이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물음도 있었다. 이에 대해 김상곤 후보는 지면에 다 소개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고 구체적인 실행방법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애초 형식적인 답변들을 예측했던 사람들은 그 세밀함에 놀라며 공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로 전환됐다. 그의 계획들은 대안학교가 부럽지 않은 그야말로 혁신학교였다.

 

"추진 가능한 교수 학습 방식과 평가방식을 어떻게 조정해 나갈 것인가 역시 사교육비 절감에 연관되어 있습니다. 더군다나 초중등 교육은 현재 대입시험에 예속된 교육입니다. 일제고사 역시 아이들의 수준을 평가하는데 별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일제식 평가방식으로 사람을 서열화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비교육적입니다. 이미 교육학자들이 연구결과를 내어 그 효과 없음이 증명되자 전국적인 방식은 없어졌었죠.

 

대신 표본평가 방식으로 대체 했었는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2008년부터 바뀌었습니다. 그것은 부적절하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의 발전 과정을 보면 학력위주의 무한경쟁으로 치닫게 만든 사회, 경제정책들이 배경에 있었습니다. 그것이 결국 개인의 인생에서 선택권과 행복마저 제한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폐단을 이제는 교육에서 변화시켜야 할 때입니다.

 

물론 대학을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 스스로 인생의 중심을 잡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다양한 교육을 하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보강할 때 입시 능력도 따라오게 됩니다. 사회에서 정말로 필요한 인재를 만들려면 올바른 인성이 중심을 잡도록 도와줄 초중등 교육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안학교의 장점들을 어떻게 공교육에 적용시킬 지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의 공약들이 학부모들의 가계 부담을 덜어주는 수준에서 끝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이다. 김상곤 후보는 올바른 인성교육을 통해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중심으로 잡고 있었다. 무한 경쟁이 아닌 무한 가능성을 만드는 사회. 그것은 서로를 존중하며 구성원들이 긴밀히 협력해 발전하는 것이었다.

 

여당이 불가능하다고 외치던 무상급식을 실현해낸 현직 교육감. 학생인권을 위한 조례는 이미 입법예고를 완료했으며, 일제고사가 아무런 효과도 없다고 당당히 비판하는 김상곤 후보의 모습에는 세상을 행복하게 변화시키려는 꿈과 현실적인 추진력이 함께 자리 잡고 있었다.

 

간담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참석자들 다수가 경기도로 이사 가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서울특별시 교육감 선거에서는 곽노현 후보가 같은 공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먼저 시작해 이미 변화가 시작된 경기도 교육을 바라보며 생기는 부러움은 어찌할 수 없었다. 많은 참석자들은 아마도 대한민국을 바꿀 교육감 후보라는 수식어를 떠올렸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스쿨 오브 오마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상곤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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