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시인 이원구(전, 전국국어교사모임 회장)가 노 전 대통령 영전에 바치는 추모 헌정시집 <노랑 부엉이들, 부활하다>(화남)를 펴냈다
▲ 이원구 시인 시인 이원구(전, 전국국어교사모임 회장)가 노 전 대통령 영전에 바치는 추모 헌정시집 <노랑 부엉이들, 부활하다>(화남)를 펴냈다
ⓒ 이종찬

관련사진보기


우리들은 광장에서 더러 노무현 얼굴을 깔고 주저앉아 미안하여 웃었다

함께 울었다
고개를 숙였다
촛불을 밝혔다
참, 참회할 것이 많기도 하구나
죄 없는 소녀 하나가 촛불을 밝히고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나 대신 우리들 대신 흘리고 있었다 -41쪽, '덕수궁 돌담길과 추모제' 몇 토막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할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신 슬픔을 채 삭이기에 앞서 49일 동안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시를 쓴 시인이 있다. 그는 30여 년 동안 중, 고등학교에서 일선교사로 일하면서 첫 시집 <궁뜰 외할머니네 이야기>와 두 번째 시집 <개암나무 영혼은 뿌리로 내려가고>라는 시집을 낸 뒤 퇴직을 했다.

그는 퇴직한 뒤 10여 년 동안 사람들도 잘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꽃과 풀과 나무를 참 좋아해서 집 앞 텃밭을 가꾸거나 날이 저물 무렵이면 홍유릉 주변에 있는 소나무 길을 2시간 정도 산책하면서 조용히 지냈다. 그런 그가 10년 만에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를 맞아 추모 헌정시집을 펴냈다. 이원구 시인이 바로 그다.

그가 10년 만에 펴내는 세 번째 시집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시집으로 잡은 까닭은 무엇일까. 강상기 시인은 이에 대해 "노 전 대통령과 1946년 개띠 동갑내기이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 서거가 더욱 남다르게 가슴에 사무쳤을 것"이라며 "그 때문에 그의 시편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느끼고 표현한다"고 귀띔했다. 

국민들, 노란 풍선 들고 부엉이로 부활하다 

이 시집은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사십구재까지 있었던 추모정국 풍경과 우리 국민들이 슬픈 마음을 이겨내고 새롭게 ‘부활’하는 모습을 추모 장시를 통해 올곧게 그려내고 있다.
▲ 이원구 세 번째 시집 이 시집은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사십구재까지 있었던 추모정국 풍경과 우리 국민들이 슬픈 마음을 이겨내고 새롭게 ‘부활’하는 모습을 추모 장시를 통해 올곧게 그려내고 있다.
ⓒ 이종찬

관련사진보기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나는 해질녘이 되면 우리 집 인근의 산에 가서 그의 명복을 빌었다. 그리고 그의 천도를 위하여 49일 동안 시를 썼다. 만해 한용운 대선사가 시집 <님의 침묵>에서 노래한 것처럼 나 또한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부었다. 그러면서 나는 슬픔의 평등성과 위대성을 이해하였고, 노무현은 바로 우리 자신임을 깨달았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주기(2010. 5. 23)를 맞아 '원불교문인협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시인 이원구(전, 전국국어교사모임 회장)가 노 전 대통령 영전에 바치는 추모 헌정시집 <노랑 부엉이들, 부활하다>(화남)를 펴냈다. 이 시집은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사십구재까지 있었던 추모정국 풍경과 우리 국민들이 슬픈 마음을 이겨내고 새롭게 '부활'하는 모습을 추모 장시를 통해 올곧게 그려내고 있다.  

제1부 '부활하는 노랑 부엉이들'에 실려 노란 풍선을 입에 물고 부엉이 바위 위로 퍼드덕 날아오르는 부엉이처럼 어른거리는 추모 장시 7편, 제2부 '시민이 대통령입니다'에서 2MB를 향해 목청 터져라 외치고 있는 추모 장시 9편, 제3부 '가시는 길'에서 서럽게 내리는 저 초여름 비처럼 꺼이꺼이 울고 있는 추모 장시 1편 등 모두 17편이 그것.  

시인 이원구는 22일(토)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이맘때 갑작스런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은 참으로 아쉽고, 안타깝고, 서글펐다"고 말한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서민적이고 민주적인 정치철학을 실천에 옮긴 위대한 정치가였고, 자연인으로서도 떳떳한 인간성을 자부하면서 사신 분"이라고 되짚는다.

그는 "그분의 자결은 자신에겐 더없이 엄격했던 한 순수하고 양심적인 국가 지도자가 추한 권력의 음모와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위기에 처한 자신의 정치철학을 구원하고 마침내 자신의 철학을 국민과 더불어 완성하려는 정신적 고뇌와 결단 끝에 내린 자발적으로 선택한 죽음"이라며 "그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부활은 우리에게 오늘을 사는 내 자신을 통절하게 돌아보게 하는, 갱생의 참뜻을 안겨주었다"고 못 박았다. 

우리 국민들과 시인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표

푸르른 소나무 숲은 재선충이
외국산 재선충 벌레들이 침략하고
잎사귀 시원한 참나무들이 버짐처럼

또 잎마른 병이 들어가는 그 오월녘에

부엉이바위 위에서 그는
봉홧불이 피어오르던 사자바위를 보면서

홀로 쪼그리고 앉아
새벽 담배 한 대를 다 피웠을까? -16쪽, '대통령의 새벽담배' 몇 토막

이 시집은 모두 3부로 나뉘어 있다. 제1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바치는 장편 조시로,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에 앞서 부엉이 바위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과 대한문 앞, 덕수궁 돌담길 주변, 청계천 광장, 서울광장 등 여러 곳에서 벌어진 추모제 모습을 동갑내기 눈으로 바라보며 물음표를 툭툭 던지고 있다.

시인이 제1부 '부활하는 노랑 부엉이들'에서 노 전 대통령과 경호원, '2MB' 정부와 검찰, 경찰에 던지는 이 물음표는 단순한 물음표가 아니라 되돌림 물음표다. 왜냐하면 그 물음표는 곧 노 전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했던 우리 국민들과 시인 자신에게 던지는 물음표이자 사람 사는 세상에게 던지는 새로운 물음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시인은 덕수궁에서 열린 추모제에 갔다가 승객 서너 명 태운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면서 "영어가 서투른 / 여자 아이 하나를 위하여 선생 한 분을 모시더라는 / 미극을 부러워하였다"며 속내를 은근슬쩍 털어놓는다. 시인은 이어 "우리나라도 자정이 가까워도 승객 둘을 위하여 노무현 막차가 / 서는 것을 확인"(덕수궁 돌담길과 추모제)하고,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해 수백만 시민들 눈물방울 속에 못생겨 더 정다운 얼굴이 보름달처럼 뜨는 것을 오래 바라본다.

"내 새끼를  버리고 유복자를 키우라고?"

그날은
시민이 대통령이라면서 우리들 대신 죽었습니다

개혁은 이별보다 더 괴롭고
우리들의 사랑보다 더 골치 아프고, 여선생 출신 시어머니보다 더 매섭고, 뼈대 있다는 당신들보다 더 까다롭고, 아나키스트보다 더 불가사의하고, 3차방정식 난해한 우리 자본주의보다 개혁은

혁명보다 더 돈이 많이 든답니다 -63쪽, '시민이 대통령입니다' 몇 토막 

2부 '시민이 대통령입니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가 살아 있는 우리 국민들과 지금도 4대강, 세종시, 천안함 사건 등을 적당히 얼버무리려 하고 있는 2MB정권에게 어떤 뜻으로 다가오는지를 날카롭게 다루고 있다. 시인은 특히 엘리트라고 하는 사람들, 출세주의, 기회주의자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사람들을 뻐꾸기에 빗대며 거칠게 비판한다.

뻐꾸기는 다른 새가 애써 지어놓은 둥지에 알을 낳아 그 어미 새 도움을 받아 새끼로 깨어나 자란다. 하지만 뻐꾸기 새끼는 은혜도 모르고 그 어미 새가 낳은 알들을 모두 밀어내고 제 홀로 먹이를 독차지하며 자라는 배은망덕한 새이다. 시인은 지금 "우리 국민들은 그런 뻐꾸기 같은 사람들을 애써 부화시켜 길러주고 있다"며 멍청한 머리에 알밤을 쿡 먹인다.

오뉴월 산에서 우는 뻐꾸기 소리는 한가로운 소리가 아니라 잔인한, 우리 국민들 피를 빨아먹는 소리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시인은 뻐꾸기에 대해 다시 한번 우리 국민들에게 이렇게 경고한다. "내 새끼를 / 하나 버리고 // 그 유복자를 키우라는 건지... 당신들은 참 무서운 사람이군요"(뻐꾸기의 새끼를 키우는 비애)라며.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새로운 길이 저만치 보인다

가난한 사람들이 밝힌
촛불로 되살아났습니다
당신은 지금 살아있습니다!

자유를 위하여
싸웠으므로
당신은 숭고하였으며

평등을 위하여
스스로 내려왔으므로
당신은 아름다웠으며

정의를 위하여
몸을 던졌으므로
당신은 참된 사람이었지만 -83쪽, '가시는 길' 몇 토막

제3부 '가시는 길-노무현 대통령의 천도를 위하여'에는 제목 그대로 떠나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 명복을 비는 추모 장시가 지난해 고인이 떠나던 그날 한반도 남녘 곳곳에서 휘날린 수많은 만장이나 혹은 서울광장, 청계천 등지 곳곳에 빼곡하게 매달려 나부끼고 있었던 그 노오란 리본처럼 안쓰럽게 매달려 있다.

시인은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를 마냥 슬퍼하거나 안쓰러워하고 있지만은 않다. 노 전 대통령 서거는 곧 "이제 새 옷을 갈아입은 당신은 / 달밤에 노란 달맞이꽃으로 다시 피어나셔서 / 그 달빛 눈으로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의 길을 타신 당신은 / 밝은 별로 늘 살아계시니 // 우리들이 / 새로운 숨을 쉬게 하시고 // 어두운 눈을/ 뜨게 하시"기 때문이다.

시인은 제3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하늘나라로 보냈지만 그 마음은 보내지 못한다. 왜? 노 전 대통령 몸은 비록 갔지만 그 사상과 정치 철학은 영원히 남아 시인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들 가슴 깊숙이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새로운 길을 활짝 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부엉이가 우나?... 더 많이 울지요"

시인 이원구는 22일(토) 전화통화에서 “지난 해 이맘 때 갑작스런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은 참으로 아쉽고, 안타깝고, 서글펐다”고 말한다
▲ 이원구 시인 시인 이원구는 22일(토) 전화통화에서 “지난 해 이맘 때 갑작스런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은 참으로 아쉽고, 안타깝고, 서글펐다”고 말한다
ⓒ 이종찬

관련사진보기

"'미안해요!' / 서울시청 지하도 추모 게시판 벽에 붙은 한 마디 말이었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했다. 수만, 수십만, 아니 수백만 시민들이 분향하면서 뜨거운 눈물과 애절한 통곡을 삼키고 있었다. 시민들이 그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아끼고 눈물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서 '민심은 이거구나' 하고 위로를 받았다."-이원구

강상기 시인은 "그는 1946년생 개띠, 나와 동갑내기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도 동갑내기"라고 말한다. 강 시인은 "이원구 시인이 펴낸 이번 시집이 노무현을 추모하는 모든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 이 시집을 읽어 슬픔을 공유하고 각자의 마음 한쪽에 희망의 깃발을 걸었으면 한다"고 평했다.

이승철 시인은 "노무현 대통령님의 1주기를 맞아 펴내는 이원구 시인의 이번 추모 헌정시집은 오늘 우리들 가슴속에 부활하는 노랑 부엉이들에 대한 헌사"라며 "노무현이라는 한 인간의 죽음과 부활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무슨 의미를 안겨 주었는지에 눈물겨운 만가이자 우리들 모두의 갱생의 자기다짐"이라고 말했다.

시인 강상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맞아 펴낸 세 번째 시집 <노랑 부엉이들, 부활하다>는 '사람 사는 세상'을 가꾸려 했던 노 전 대통령 사상과 철학이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노랑 부엉이로 부활해 있다는 것을 일깨운다. 오늘도 서울시청 지하도 게시판에 적힌 '지금도 부엉이가 우나?'라는 글씨에 '더 많이 울지요'라고 답하는 것 같은 그 비에 젖은 노란 리본처럼.   

시인 이원구는 1946년 전북 삼례에서 태어나 서울 휘경여중 등에서 30여 년 동안 국어를 가르쳤다. 시집으로 <궁뜰 외할머니네 이야기> <개암나무 영혼은 뿌리로 내려가고>가 있으며, 교육에세이집 <들꽃학교 노교사, 교육희망을 보다> <들꽃학교 문학시간>을 펴냈다. 그밖에 <시창작교실>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인물평전 쓰는 법> 등이 있다.

지금은 원불교문인협회 이사, 한국문학평화포럼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계간 <화백문학>에 장편소설 '아름다운 가족'을 연재하고 있으며, 다음카페 '마음빛 누리에'에 '와리의 시쓰기 지도방'을 꾸리고 있다. '전국국어교사모임' 초대회장을 맡았으며 <민족문학교과서>를 편찬했다.


노랑 부엉이들, 부활하다 - 노무현 대통령 제1주기 추모 헌정시집

이원구 지음, 화남출판사(2010)


태그:#이원구 시인, #노랑부엉이들, 부활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