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투표율 아닐까요? 이번 선거는 60대가 아주 강세입니다. 웬만하면 투표장에 다 쏟아져 나온다고 봐야 돼요. 문제는 2030세대죠. 이들이 투표장에 얼마나 나와 주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고 봐야 합니다." (한 여론조사전문가의 진단)이명박 정부는 선거 막판 '천안함'을 쏘아 올렸다. 위력은 대단했다. 모든 선거이슈를 다 뒤덮어버렸다. 이 대통령은 24일 청와대 춘추관을 떠나 호전적 이미지의 대표적 공간인 전쟁기념관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북한과 교류를 중단하고 자위권을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정부 10년간 이어온 대북 화해협력정책을 냉전시대로 회귀시켰다. 남북관계는 적어도 10년을 퇴보해 '거꾸로 타는 보일러' 신세가 됐다. 강풍 대신 햇볕이 결국 신사의 외투를 벗겼다는 아주 단순한 동화도 먼 나라 얘기가 됐다.
조중동 같은 보수언론들은 위기일발 전쟁국면을 조성하는 데 앞장선다. <중앙일보>의 김진 논설위원은 "한미가 합의하면 제한적 무력보복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북한은 도발하거나 전쟁을 치를 능력이 없다"고 자극했다. 그럼에도, 보수언론이 지핀 안보불안론은 화룡점정으로 치닫고 있다.
전시작전권도 없는 상황에서 이 같은 주장은 결국 선거를 위한 '국내용'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가랑비에 속옷 젖듯, 연일 쏟아지는 보수언론의 맹폭에 정책선거는 완벽히 실종됐다. 무상급식-무상보육, 4대강, 세종시 등 국민생활과 관련된 이슈는 모두 죽었다.
전쟁불사론 속에 생활정치는 죽었다
그 사이 야권의 수도권 참패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인천-경기 어느 한 곳도 야권 후보가 여권 후보를 유의미하게 따돌리는 조사결과가 없다.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KOSI) 부소장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는 한나라당이 완벽히 이기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야권에서 판을 확실히 흔들 모멘텀을 만들지 않는 한 선거 8일을 앞둔 상황에서 끝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한 한명숙 '야4당 연합(민주-민노-창조한국-국민참여)' 후보가 '10일간의 평화 대장정'을 선언하고 반MB 총공세를 펴고 있지만 지지율에서 큰 폭의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노회찬 진보신당 서울시장 후보와의 야권단일화도 성사되지 않고 있다.
유시민 경기지사 '야4당 연합' 후보 또한 전통적 민주당 지지세력인 호남표가 잘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천시장 선거도 송영길 '야4당 연합후보'가 안상수 한나라당 후보와 박빙의 상황을 보인다고 하지만 시원하게 따돌리는 국면은 아니다.
이처럼 야권이 수도권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무소속으로 경남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두관 후보와 충남지사 선거에 나선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이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두 지역 모두 안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두 지역 모두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예측불허의 상황이 투표 직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우선 김두관 경남지사 후보는 <한국일보>가 22일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이달곤 한나라당 후보와 0.2%포인트 차이로 초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이계 인물인 이달곤 후보는 이 조사에서 37.7%를 얻었고 김두관 후보는 37.5%를 얻었다. 지지후보 없음 혹은 모름이나 무응답한 응답자 비율은 24.8%다. 부동층이 당락을 가를 핵심변수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젊은 세대는 김두관, 노년 세대는 이달곤
세대별로도 지지층이 확연히 갈린다. 이달곤 후보는 고령층에서, 김두관 후보는 젊은 층에서 지지율이 높았다. 이 후보는 60대 이상(53.1%)과 50대(41.8%) 응답자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김 후보는 60대 이상(18.8%), 50대(35.5%)에 그쳤다. 큰 폭의 차이다.
반면, 20~30대와 40대는 김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50.4%, 30대43.5%, 20대 37.3%가 김 후보를 지지했고, 이 후보는 40대 30.9%, 30대 28.7%, 20대 35.3%의 지지율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김두관 후보가 앞선다.
학력별로도 차이가 나타났다. 중졸 이하 학력자들 사이에선 한나라당의 이달곤 후보(49.3%)가 김두관 후보(23.6%)를 앞섰고, 고졸 학력자와 대학재학 이상 학력자들은 김두관 후보를 지지했다. 각각 36%(고졸)와 45.8%(대학재학 이상)가 김 후보를 지지했고, 이 후보는 고졸 32.7%, 대학재학 이상 34.7%의 비율을 보였다.
학력이 낮고 고령층일수록 한나라당의 이달곤 후보를 지지했고, 학력이 높고 젊은층일수록 김두관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50~60대 이상의 확실한 조직표가 투표장으로 간다면 이달곤 후보는 김두관 후보를 이기게 된다. 반면 20~30대가 투표장에 직행한다면 김 후보는 이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산술적 계산이 가능하다.
김 후보를 지지하는 20-30-40대가 투표장에 많이 나온다면 이는 김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이 되는 것이고, 반대로 60대 이상이 열성적으로 투표에 참여한다면 이는 역으로 이달곤 후보에게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 된다.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조직된 표를 많이 갖고 있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릴 수밖에 없다.
김수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남지역은 노풍의 발원지이자 한나라당 주류세력에 대한 반감이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김두관 후보에게 완전히 불리한 상황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90년 민자당 합당 이전까지 적어도 PK지역은 광주전남지역처럼 민주주의의 성지였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PK가 차지하는 것은 민주화에 기여했던 선봉지역이라는 점인데 90년 3당합당 이후 영남 대 호남의 지역구도가 생기면서 20년째 지역갈등으로 선거를 치르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따라서 이번에 김두관 후보가 3번째 도전해 승리한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이루지 못한 '영호남 연대'의 기틀을 닦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수도권 선거보다 경남지사 선거를 더 중요하게 보는 관전 포인트가 여기에 숨어 있다고 지적했다.
지지율 1위의 안희정은 안전한가
충남지사 선거에 출마한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24일 <국민일보>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GH코리아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희정 후보는 38.4%를 얻어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28.5%)와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27.0%)에게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날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24.3%를 얻어 박상돈(18.8%), 박해춘 후보(17.8%)보다 앞섰다.
<한국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발표한 조사에서도 안 후보 27.7%, 박상돈 후보 24.9%, 박해춘 후보 17.2%로 조사돼 역시 안 후보가 1위를 지켰다.
안 후보는 30대에서 43.4%, 박상돈 후보는 20.8%의 지지를 받았다. 더블 이상의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반면, 박상돈 후보는 50대와 60세 이상의 연령대에서 각각 6.3%포인트에서 9.5%포인트 차이로 안 후보를 따돌렸다. 20대에서는 안 후보(26.0%)와 박 후보(25.8%)간 격차가 크지는 않았다.
직업별로는 자영업자,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학생 등이 안희정 후보를, 농·임·어업 종사자들은 자유선진당의 박상돈 후보를, 자영업자들은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별로도 고졸(30.3%), 대학재학 이상(33.6%) 응답자들은 안희정 후보를, 중졸 이하는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20.8%)를 지지했다.
수도권은 천안함으로 초토화... 충남은 세종시로 반MB 우세
수도권이 천안함으로 초토화 됐다면 충청지역은 세종시 유탄이 여전히 반MB 한나라당 심판론이 우세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전문가들은 '세종시' 이슈는 상당히 이중성이 있는 이슈이기 때문에 유권자의 속마음과 겉마음이 전혀 다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충청권 여론이 세종시에 비판적이기 때문에 여론조사에서는 '정권심판론'을 적용하지만, 실상 투표장에서는 '삼성시'로 변모하는 세종시에 대해 개인적 이득을 계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위치에 따라 유불리를 정하고 그것이 투표에 반영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충청권에서는 한나라당의 숨은 표가 의외로 많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안희정-박상돈-박해춘 3파전이 벌어진 양상에서 투표함을 열면 의외로 박해춘 표가 많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 논리에 흡입된 충청권 숨은 표가 한나라당 지지로 나타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막판까지 알 수 없는 혼전의 양상 속에서 그나마 야권의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길은 젊은 층 투표참여로 귀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20~30대 투표참여율이 역시 이번 선거에서도 관건"이라며 "젊은 층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쏟아져나온다면 급반전의 기회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라고 밝혔다.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부재자 투표소 설치가 한창인 것도 투표참여율을 올릴 수 있는 한 방안이다. 중앙선관위는 부재자 투표소 설치를 요청한 전국의 54개 대학 가운데 작은 규모의 대학을 제외한 15곳에 부재자 투표소 설치를 허락했다.
부재자 투표자가 2000명 이상 되는 대학은 경희대, 고려대, 부산대, 서울시립대, 인하대 등이나, 경북대, 충북대, 한동대, 원광대는 신청인 수가 각각 1918명, 1388명, 1784명, 890명으로 2000명에 못 미치지만 교통편의·위치 등을 고려해 부재자 투표소 설치 대학으로 선정했다. 대학 내 부재자 투표소는 2008년 총선 때 3곳에 비해 5배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앞으로 다가온 선거, 9회말 역전홈런이 가능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