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드는 것일까요? 학교 아침 조회 때 교장선생님이 훈화 말씀이 기억에 남지 않는 것처럼, 너무 교훈적으로 '투표 참여'를 요청하는 글들에 시선이 멈추질 않습니다.
요즘 관심있게 보는 방송뉴스나 신문칼럼, 지인들끼리 주고받는 이메일 내용 대부분은 6월 2일 투표에 참석하자는 것입니다. 근데 대부분 학교선생님이 모범생 학생에게 요구하는 형태의 글이라, 선뜻 마음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런 느낌인데요.
<영남일보>와 대구시선관위, 대구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투표참여서약 릴레이'행사와 지난 15일 동성로에서 진행했던 'NO Vote, No KIss!' 캠페인을 봤을 때, 후자쪽에 마음이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방선거 채 10여 일이 남지 않은 오늘, 규격을 갖춘 언론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발랄하고 상큼하고, 초절정 중독성이 강한 메시지로 유권자의 표심을 유혹해볼까 합니다 .
기표장에서 헷갈릴 때, '밥' or '삽'을 기억해주세요투표용지가 8장이나 되고, 얼마 후 도착할 선거공보물의 내용을 보고 뭐가 뭔지 잘 모를 때, 딱 두 단어만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밥이냐 삽이냐?
이를 핵심적으로 나타난 포스터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자식연합에서 투표참여 캠페인으로 만든 포스터인데요. 영남권 유권자가 꼭 마음에 새겨야 할 내용인 것 같습니다. '투표로 말하세요'라며, 유권자에게 8표 기표 방법만 알려주는 선거관리위원회 포스터보다는 훨씬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후보자의 선거공보물을, 밥과 삽의 기준으로 분류한 이후에 그 중에서 맘이 가는 분에게 꾹! 잘 드러나지 않는다면, 광역단체장 즉 대구시장이나 경북도지사의 경우 5월 24일 한겨레신문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내 한 표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께!대구경북권 선거상황은 1등과 2등간의 격차가 너무도 커서, '내가 던진 한 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후보 당선', '1등'에만 주목하면 그 표의 의미는 사라질 수 있는데요.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또 다른 측면을 생각해보면 유권자들의 한표 한표가 대구경북사회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엄청나게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의 한 기사가 제가 잊고 있던 이 문제에 짜릿한 자극을 줬습니다. 대구경북과 이 지역과 이란성 쌍둥이라 할 수 있는 호남지역 후보 간에 '최고 득표율'이 누군가 경쟁한다는 내용입니다.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밥과 삽의 기준으로 분류, 나의 마음을 자극하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 자체가 '전국 최고의 득표율 시도지사'가 이 지역에서 나오는 방법을 막는 것입니다. 참고로 2006년 5.31지방선거에서 김범일 대구시장은 70.15%,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76.80%의 득표율을 얻었습니다.
<조선일보>여론조사에선 이 정도의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진 않는 것 같은데요. 무슨 봉건시대도 아니고 '득표율 최고 1위 시도지사를 배출한 지역 = 대구경북" 꼬리표는 우리의 자존심을 심각하게 자극합니다. 거기다가, '전국 최저 투표율'까지 붙는다면, 이 지역 젊은 층의 취직과 기업 유치는 더욱 어려울 것 같습니다.
"특정 정당에 맹목적인 도시가, 창의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기업, 젊은 층이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시면 됩니다. 1등을 1등답게 하는 것은 몰표가 아니라 찬반이 적절하게 섞여 감시와 견제가 가능한 균형을 이루는 것일 겁니다. 그래야 1등이 긴장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호남 쪽도 비슷한 고민을 하겠죠?
투표용지 8장, 똑같아 보이시나요? 또 있습니다. 선관위에서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투표용지 8장, 눈에 보이는 것은 똑같은 종이 8장이지만, 그 한 장 한 장에 담긴 의미는 꽤나 다른데요? 2차 투표 때 받으시는 비례대표 시도의회, 구시군의회 쪽을 고민해주세요.
"보이는 것이 모두 진짜는 아닙니다. 어디에 관심을 두느냐에 따라 존재하는 것은 중심이 될 수도 있고 배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지식채널 E- (06년 2월 6일) 눈의 착각똑 같은 내용을 선관위에서 제공하는 투표용지에 적용해보겠습니다. 눈으로 보기에는 똑같은 8장의 투표용지지만, '비례대표'는 단순한 투표용지 1장의 의미를 뛰어넘습니다.
투표장에 가기 싫은 사람들이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찍을 사람이 없다". 이런 분들을 위해 마련된 제도가 비례대표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흡족한 정당에 투표해달라는 것이죠. 대구경북지역은 한나라당 독점으로 전국적으로 '창피'를 당하고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100% 독점을 방어하는 제도 중 하나가 비례대표입니다.
2006년 5·31 지방선거때 대구경북 정당별 당선인수를 봤더니 대구의 경우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2, 무소속 1명이었고, 경상북도의 경우 열린우리당 5, 민주노동당 2, 무소속 57명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다 한나라당이었죠.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관계자가 제도권에 진입한 이유는 정당에 투표하도록 한 비례대표제도 때문이었습니다.
찍을 사람이 없다구요? 그렇다면, 사람에 대한 선택은 포기하시더라도 정당은 꼭 선택해주세요. 그래야만 '100% 한나라당'의 오명을 씻을 수 있습니다.
이제 조금 '표심'이 움직이시나요?그렇다면, 그 마음으로, 풀뿌리 시민후보, 야5당 단일후보 그리고 교육감, 교육위원 후보를 눈여겨 찾아보세요. 지금껏 보이지 않았던 다른 인물들이 눈앞에 붕~ 떠오를 것입니다.
한일전 축구에서 한국이 이겼습니다. 문득 2006년에 봤던 지식채널 E(이영표)편이 생각났습니다. 그 속에는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 이야기를 '知之者는 不如好之者요, 好之者는 不如樂之者니라 :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를 이영표식 축구에 맞게 재해석 해놓고 있더군요.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투표장 가시기 전에 한번 외치고 갑시다. 이영표처럼, 죽은시인의 사회에 키팅 선생님처럼,
"카르페 디엠 [carpe diem] !!"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오늘,평화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