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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침몰원인을 조사해온 민군 합동조사단이 20일 오전 10시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하는 가운데 과학수사 분과장인 윤종성 준장이 결정적 증거물인 어뢰 추진체 실물을 설명하고 있다.
천안함 침몰원인을 조사해온 민군 합동조사단이 20일 오전 10시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하는 가운데 과학수사 분과장인 윤종성 준장이 결정적 증거물인 어뢰 추진체 실물을 설명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필자의 군복무 시절, 공군의 모든 작전을 총괄하는 오산작전사령부 상황실에는 '작전 실패 이유 없다'는 아주 짧지만 의미심장한 구호가 있었다. 군인에게 작전 실패는 곧 패배를 의미한다.

천안함 사태를 통해서 나타난 일부 군인들과 소위 보수세력들의 행태는 심각하다. 작전에 실패한 패장들이 과오를 반성하기보다는 국민들의 의혹 제기에 고소 고발로 대응하고 있다. 정말 웃지 못할 상황이다.

'치욕적 패배' 해군 수뇌부, 천안함과 함께 군을 떠나야 한다

'충무공의 후예'를 자부하는 대한민국 해군의 행태는 더욱 분통이 터진다. 해군 지휘관인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당시 해전의 특징도 모르는 조정의 출전 명령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투옥당하는 고초를 겪어야 했다.

역시 출정을 거부하던 해군 지휘관 원균은 권율 장군의 곤장을 맞고 원치 않던 출전을 했다가 이순신 장군의 전법인 수륙병진 작전을 모방한 왜군에 의해 궤멸 당한다. 원균은 해군 전략과 전술을 이해 못하는 육군에 의해 역사의 죄인이 되고 말았다.

백의종군하고 마지막 승리의 순간에 전사한 이순신 장군의 위대함은 '작전 실패에는 이유가 없다'는 철칙을 지켰다는 사실에 있다. 또 그는 해군 작전도 이해하지 못하는 '문민 통제'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상부의 부당한 명령에 저항할 줄 아는 참군인이면서도 문민통 제의 원칙을 받아들임으로써 군인의 정도를 일깨워 줬다. 다시 말하면 이순신 장군은 켤코 '정치 군인'이 아니었다.

필자는 민군합조단의 조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합조단의 조사를 우리 정부와 국민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대한민국 해군은 작전은커녕 경계에도 실패한, 패배한 군인이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이었다면 전원 자결해야 할 치욕적인 상황인 셈이다.

수많은 해전사를 보면 많은 해군 지휘관들은 적에 의해 격침 당하면 부하들을 구조하고 침몰하는 함정에 자신의 몸을 묶고 산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합조단의 조사 결과를 놓고 본다면, 지금의 해군 수뇌부들은 천안함과 함께 군을 떠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비와 예산 타령이나 하면서 국민을 상대로 협박과 고소 고발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결과'와 관련해 민.군 합동조사단이 발표를 하는 가운데 인양된 어뢰에 '1번'이라고 적혀 있다.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결과'와 관련해 민.군 합동조사단이 발표를 하는 가운데 인양된 어뢰에 '1번'이라고 적혀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해군 지휘관들에게는 KNTDS(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 기록과 교신 내용, 천안함 침몰을 전후해 해군 장병들이 주고 받은 휴대폰 사용 기록까지 공개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안보 상업주의에 편승해 '빨갱이' 타령만 할 시간은 없다.

한국전쟁 전 한국군 지휘부는 "전쟁이 나면 서울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점심식사는 평양에서 한다"는 공언으로 국민을 기만했다. 당시 육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육군본부 정참부에서 군무원으로 일한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수차례에 걸쳐 북한군의 남침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군 수뇌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휴전 뒤 기습을 당한 패장들은 전쟁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오히려 군대에 남아 권력을 휘둘렀다. 그 몰염치한 장군들과 오늘날 해군 수뇌부가 다른 게 뭔지 도대체 알 수 없다.

NLL(북방한계선)과 백령도 지역이 어떤 지역인가. 분쟁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다. 합조단의 조사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평시도 아니고 미국과의 대규모 연합작전기간 중에 북한의 잠수정에 의해 함정이 격침당한 일이다. 이게 장비탓 예산탓으로 끝날 일인가.

장비 탓 하는 대한민국 해군, 배 12척 감사한 이순신 정신 잊었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백의종군하면서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라며 적은 전력도 다행으로 생각했다. 대한민국 해군은 같은 무게의 금보다 더 비싼 장비를 국민의 혈세로 사줬는데도 장비탓을 할 수 있는가.

필자는 국방부 '21세기 국방개혁위원회' 공군 대표로 해군과 같이 일을 해 본 경험이 있다. 지금 대한민국 해군의 전력은 한국의 국력에 비해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니다. 해군사관학교를 나온 많은 장교들도 공감하고 있다.

더구나 해수부장관을 역임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독도 방어 의지를 확고히 하면서 해군의 전력 증강사업을 몇 년 앞당기는 애정을 기울였다. 필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제주해군기지건설을 엄청나게 반대했지만, 노 대통령은 뚝심으로 추진했다. '국방개혁2020'을 통해 육·해·공군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노 대통령은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도 정권이 바뀌니 해군은 천안함 사태를 노 대통령 탓으로 돌리고 있다. 몰염치하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해군 장교들에게 권하고 싶다. 사고 보다 작전 실패가 더 불명예라는 것을 분명히 깨닫기 바란다. 해군이 진정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해군의 아버지 손원일 제독의 후예라고 자부한다면 안보 상업주의에 빠진 정치세력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란다. 정치군인이길 거부했던 이순신 장군을 바라보라.

대한민국 해군사관학교의 교훈은 "진리를 구하자, 허위를 버리자, 희생하자" 아니던가. 지금 국민들은 해군을 믿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플레이나 하고, 현역 장교들이 자신들을 비판하는 국민들을 상대로 고소 고발하는 것이 과연 해군의 명예를 지키는 일일지 되묻고 싶다.    

덧붙이는 글 | 김성전 기자는 예비역 공군 중령으로 국방정책연구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천안함#해군#노무현#독도#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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