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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코넬리는 92년부터 지금까지 총 22편의 장편 소설을 썼다. 그 중에서 LA의 형사 해리 보슈가 등장하는 작품이 16편이다.

 

작가의 첫 장편에도 그리고 가장 최근 작품에도 해리 보슈가 등장한다. 모든 작가들은 자신이 창조한 캐릭터를 좋아하겠지만, 해리 보슈에 대한 마이클 코넬리의 애정은 좀더 각별하다고 해야할 것이다.

 

'해리 보슈 시리즈'가 20년 가까이 이어져 왔으니 이 시리즈는 퍼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 시리즈' 못지않은 장수 시리즈라 할 수 있다. 동일한 주인공이 등장하는 시리즈는 사건도 사건이지만 주인공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는 것도 커다란 재미다.

 

2002년 작품인 <유골의 도시>는 해리 보슈 시리즈의 8번째 편이다. 발표연도로 보아도 작품의 순서로 보아도 이 작품은 시리즈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다. 해리 보슈도 변할 때가 된 것이다.

 

유능하고 강직한 형사 해리 보슈

 

해리 보슈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성장한 LA의 형사다. 그의 어머니는 할리우드의 창녀였고 보슈가 11살때 거리에서 살해당했다. 이후에 보슈는 청소년 보호소, 위탁가정 등을 거치면서 자라게 된다.

 

이후에는 군에 입대해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고 귀국해서는 LA에서 강력반 형사로 근무하게 된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살해당한 비극 때문인지 보슈는 강력범죄들을 그냥 보아 넘기지 않는다. 뛰어난 직관과 수사실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동안 많은 사건을 해결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보슈의 단점은 경찰국 내에서 '정치'에 능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상사들과 부딪히는 경우가 많고 경찰국의 이해관계와 이미지 관리는 언제나 나중 문제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범죄를 해결하는 것이다. 경찰국의 고위 간부들도 보슈의 수사 실력은 인정하지만, 이런 면 때문에 보슈를 눈엣가시처럼 여긴다. 진정한 적은 내부에 있는 법이니, 보슈에게 사건 수사는 산너머 산인 셈이다.

 

<유골의 도시>의 시작은 새해 첫날이다. LA의 한 전직의사가 자신의 집 근처 숲속에서 사람의 뼈가 발견되었다고 경찰국에 신고해온다. 형사들은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럴경우 대부분은 그 뼈가 코요테나 사슴의 뼈로 밝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견자인 전직의사가 사람의 뼈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결국 보슈가 현장으로 달려가서 그 뼈를 수거해오고, 법의학자에게 감식을 맡긴 결과 사람의 뼈라고 밝혀진다. 이제 그 숲속은 범죄현장으로 바뀐다. 다음날부터 대대적인 현장수색을 해서 두개골을 포함한 많은 인골을 발견한다. 뼈의 주인공은 약 열 살 가량의 남자아이고 묻힌 지 20년 가량이 경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20년여 전에 열 살 남자아이를 살해하고 암매장한 것이다.

 

이런 사건은 상당히 수사하기가 힘들다. 일반 살인사건도 시간이 경과할수록 범인 검거율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20년 전의 사건이라면 범인을 잡을 가능성은 아주 희박해진다. 설상가상으로 피해자의 신원을 밝혀내는 것도 어렵기만 하다.

 

해리 보슈는 어떻게 사건을 추적할까

 

'유골의 도시'라는 제목이 약간 으스스하게 느껴진다. 이것은 작품 속에서 유해발굴을 지휘하는 책임자가 인골이 발견된 지점들을 도표에 표시하면서 그 도표에 붙인 제목이다.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느냐는 질문에 그 책임자는 '살인사건은 저마다 도시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그 도시안에는 정직한 노동으로 돈을 버는 사람도 있을 테고 살인과 사기로 추악한 욕망을 채우는 범죄자도 있다. 보슈와 동료들도 이런 도시를 헤집고 다닌다. 형사들의 눈에 비친 도시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 쓰레기 같은 일 하나 처리하고 나면 또다시 처리할 쓰레기가 나오는 것이다.

 

날마다 시궁창을 휘적거리며 걷다보면 곧 세상에는 시궁창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보슈는 그래도 지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강력범죄가 생겨나면, 자신이 뭔가 바로잡아주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 믿음이 보슈를 지탱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유골의 도시>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슈는 형사를 그만둔다. 형사라는 직업 안에서도 자신이 길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에 보슈는 사립탐정으로 변한다. 해리 보슈 시리즈에 중요한 변화가 생겨난 것이다. 형사이건 탐정이건 범죄자를 대하는 보슈의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 보슈는 '진정한 악은 세상에서 몰아낼 수 없다'라고 생각한다. 악을 완전히 몰아내지는 못하겠지만, 악을 몰아내려는 사람들도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유골의 도시> 마이클 코넬리 지음 / 한정아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유골의 도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8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2010)


태그:#유골의 도시, #해리 보슈, #마이클 코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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