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성미산에 포클레인이 들어왔습니다."
"성미산 나무가 베어지고 있습니다." 

5월 28일 하루, 성미산마을 관련 홈페이지와 성미산 주민들 휴대전화에는 이와 비슷한 긴급소식과 문자가 오갔다. 서울시교육청이 성미산을 깎고 홍익초중고가 신축 이전해주면서 홍익학원이 무리한 '첫 삽질'을 시작한 것이다.   
 
성미산에 들어온 포크레인 5월28일 오전 성미산 홍익초중고 이전부지에 포크레인이 들어와있다
성미산에 들어온 포크레인5월28일 오전 성미산 홍익초중고 이전부지에 포크레인이 들어와있다 ⓒ 소나기

언제나처럼 성미산에 나들이를 나왔던 인근 도토리방과후 어린이집 아이들은 "아저씨들 성미산을 부수지 마세요!"라고 칭얼거리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혔다.  4~5학년 학생들은 "성미산을 지켜내자"라는 구호를 노래처럼 흥얼거리고 산을 오르내렸고, 성미산으로 생태수업을 나왔던 성미산학교 중학생들도 안타까워하며 포클레인을 바라봤다. 

홍대 측 관계자들에게 지금 무엇을 하시는 것이냐고 묻자 "그냥 쓰레기 등 지저분한 것을 치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그럼 쓰레기만 깨끗하게 치우고 내려가시면 좋겠어요"라고 소리쳤다. 

성미산생태보전과 생태공원화를 위한 주민대책위(이하 성미산대책위)에서는 긴급하게 서울시교육청과 마포구청 등에 이러한 내용에 대해서 고발하고 적법 여부를 확인했으나 사실상 건축에 대한 허가가 난 상태이기 때문에 불법은 아니라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그러나 성미산대책위는 홍익초중고 이전 허가가 나기까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적절한 여러 가지 행태들이 계속 이어졌다면서 "'억지춘향식의 합법'을 빌미로 멀쩡한 산을 훼손하는 것이 '별일이 아닌 것'이 될 수 있는 것이냐"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6월 1일에는 서울시교육청과 홍익학원 성서초등학교 등 관계자 간담회가 열린다. 이 간담회는 홍익학원의 건축설계가 성서초등학교 학생들의 안전권을 위협한다는 성서초 비상대책위 요구 이후 서울교육청이 제안한 것이다. 양측이 간담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하고 적절한 합의결과를 도출하려면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서울시 교육청이 간담회를 제안해 놓은 상태에서 결과를 기다리지도 않은 채 학교설립 허가부터 내준 것이다.

성미산대책위 비상행동 이어져

성미산의 3분의 1일이 9미터나 깎여나가는 그런 공사가 드디어 목전에 와있는 상황에서 성미산지키기 대책위와 성서초등학교 학부모, 인근 주민들은 힘을 모아 성미산을 지키기 위한 비상행동을 하고 있다. 매일 아침 8시 30분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고, 매일 저녁 8시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촛불문화제를 하고 있다. 
 
성미산지키기 작은촛불문화제 서울시 마포구 망원우체국 앞에서 지역주민들이 성미산지키기 촛불문화제를 하고 있다
성미산지키기 작은촛불문화제서울시 마포구 망원우체국 앞에서 지역주민들이 성미산지키기 촛불문화제를 하고 있다 ⓒ 마법사

매일 밤 200여 명의 마을 주민들이 모여서 마을주민이 부르는 노래, 마을주민이 해주는 풍물공연, 마을 주민이 만든 성미산 관련 동영상을 보면서 성미산을 지키려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30여 분의 간단한 문화제이지만 아이들의 노랫소리와 성미산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한 소박한 이야기들이 나눠지는 문화제는 그 어떤 정치적 이슈의 집회나 문화제보다 따뜻하고 풍요롭다.

27일 성미산 밥상 앞에서 이뤄진 문화제에는 박원순 변호사가 참석해서 "학교는 지을 곳이 더 많지만, 산은 한번 훼손되면 되돌릴 수 없다"면서 서울시와 교육청은 이제라도 홍익학원에 적절한 대체부지를 제안해 중재할 것과 홍익학원은 이제라도 진정 우리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다른 대체부지를 고민해볼 것을 요구했다. 

성미산주민대책위는 촛불문화제를 풍선문화제로 명칭을 바꿨다. '촛불 알레르기' 증세가 있는 경찰과 충돌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촛불이 아닌 풍선을 들기로 했기 때문이다. 문화제가 끝나면 한 사람이라도 더 이 문제에 공감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성미산을 지켜달라는 구호를 담은 분홍색 옷을 입고 거리를 산책 하면서 집으로 돌아간다.    

5월 28일 오후 4시 홍익대학교 정문 옆 공원에서는 성미산지키기를 지지하는 인디밴드와 성미산주민대책위, 성서초등학교 비상대책위 주민과 어린이들이 모였다. 낮 시간이라서 밤 문화제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못했으며, 학교 수업이 없는 어린이들 위주의 소박한 집회였지만 인디밴드의 진심어린 지지공연에 홍익대 주변의 학생들과 주민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인디밴드와 함께하는 문화제 28일 오후 4시 홍익대학교 정문 옆 공원에서 성미산지키기를 지지하는 인디밴드와 주민들과의 문화제가 열렸다
인디밴드와 함께하는 문화제28일 오후 4시 홍익대학교 정문 옆 공원에서 성미산지키기를 지지하는 인디밴드와 주민들과의 문화제가 열렸다 ⓒ 가림토

성미산 인근 여기저기에는 성미산 전체 생태공원화와 성서초등학교 통학 안전권을 주장하는 대형현수막이 걸려있고, 각 가정들은 작은 현수막을 집집마다 달아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또한 성미산 입구 부위에는 텐트를 치고 성미산에 관심을 갖고 찾아주는 지역주민들과 소통하는 창구는 물론 성미산대책위 상황실로 이용하고 있다. 
 
성미산지키기텐트 성미산지키기주민대책위는 성미산을 올라가는 초입 부위에 텐트를 치고 상황실 겸 회의실로 이용하고 있다.
성미산지키기텐트성미산지키기주민대책위는 성미산을 올라가는 초입 부위에 텐트를 치고 상황실 겸 회의실로 이용하고 있다. ⓒ 소녀

일주일간 이어온 비상행동의 강행군에 작은 마을 주민들은 사실 많이 지쳐가고 있다. 하지만 자신들의 환경, 자신들의 터전을 가꾸고 지키려는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실천하는 마을은 활력이 넘쳐 보인다. 과연 홍익학원의 모르쇠 포클레인은 이대로 성미산을 깎아낼 것인지 성미산마을은 물론, 환경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은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성미산지키기를 위한 성미산대책위의 비상행동 모습입니다.


#성미산#성미산대책위#성미산지키기#박원순#홍익학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민주언론시민연합의 회원으로 언론모니터를 시작하여 민언련 모니터부장, 협동사무처장, 사무처장, 공동대표 등으로 언론개혁운동을 했습니다. 현재는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으로 인권 관련 미디어비평을 하고, 매주 일요일 8시 유튜브 <뭉클했슈>를 통해 작은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