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초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짐보따리 싸들고 울산에서 제주도로 귀농을 이유로 와버렸어요. 제주도 온 후 빈 집 세 하나 얻고 가장 먼저 한 일이 주민등록증에 올라 있는 주소지를 울산서 제주로 옮기는 일이었지요. 그리고는 제주농부님 따라 다니며 귤농사 하는 것을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이랍니다.
제주농부님이 귤농사 시범사업자로 선정되어 눈코 뜰새없이 바빠 시간 가는줄 모르고 지냈을 정도예요. 그런데 어느날 부턴가 화순 시골 마을이 시끄러워졌어요. 아마 마을이 시끄러워 진 시기가 지난 5월 초순경부터였던거 같아요. 그러고 보니 한 달 후 6월 2일 지방 선거가 있는 날이더군요.
"제가 적임자 이우다."
조용하던 시골 마을에서도 선거 한 달 전이 되니 거리마다 선거 안내 방송 하느라 시끄럽고 화순 육거리 번화가엔 여기저기 선거 벽보와 현수막이 어지럽게 내걸려 있네요.
울산에 살 때는 회사 출퇴근 때 시끌벅적거렸는데 제주 시골에 오니 귤농장 출근과 퇴근 때 시끄럽네요. 뜨거운 선거전은 울산이나 제주나 다를 게 하나 없는거 같아요.
"저는 울산에서 제주로 귀농하러 왔는데요. 어디 귤 밭 빌려 주는 곳과 네 식구 살 수 있는 빈 집 좀 없을까요?"
여러 후보나 관계자에게 물어 보았지요. 어떤 후보는 귤 밭 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해 주는 후보도 있었지만 대부분 귀농자에겐 별로 관심 없는지 오로지 자신을 광고하는데만 열을 올렸어요.
'나는 이번 제주도 지방 선거에서 귀농정책에 대해 관심 있거나 한마디라도 해주는 후보를 찍어야겠다.'
저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울산에 있을 때 저는 비정규직 노동자 였지요. 그래서 선거 때마다 비정규직 문제를 거론 해주는 정당이나 후보에게 깊은 관심을 쏟았어요. 물로 제 소중한 투표권 행사도 정당과 후보에 상관없이 오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에 대해 이해만이라도 해주는 후보에게 했어요. 그러나 이번엔 좀 다른 시각으로 선거를 접하게 되네요.
비정규직 노동자 신세에서 제주도로 귀농한 귀농자 신세가 되고보니 저의 입장이 달라 졌고 비정규직 노동자 정책에서 이젠 귀농정책에 대해 이야기 하는 정당이나 후보에 관심이 생기게 되네요. 사람의 마음이 다 그런가 봐요.
'제주도엔 선거 내용물이 언제 오나?'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선거 투표 안내문 우편물이 지난 5월 28일(금) 귤농장서 일을 배우고 저녁 무렵 집에 오니 와 있더군요. 우편물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꺼내 보았어요. 모두 18종이나 되는 선거 내용물이 들어 있었어요. 한장은 투표 안내문으로 투표 일시와 투표 장소가 쓰여 있었고 약도가 그려져 있었어요. 그 아래 단엔 '5개 선거의 투표 용지를 교부 받아 선거별로 하나의 후보자, 정당을 선택하여 기표 합니다'라고 쓰여 있었어요.
1차 교부 투표 용지(2매) : 제주특별자치도 교육감 선거(연미색)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위원선거(연두색)
2차 교부 투표 용지(3매) : 제주특별자치도지사선거(백색)
지역구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원선거(계란색)
비례대표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원선거(하늘색)
이렇게 쓰여 있네요. 풀뿌리처럼 투표할 일이 많다고 풀뿌리 민주주의라 하는건지 참 투표 용지 많더군요. 또 한장은 후보 사퇴 안내문이었어요. 그 외 나머진 정당이나 후보자의 선거 홍보용 책자였어요. 울산이나 다른 지역도 참 많을 거 같네요.
선거 후보자의 홍보 책자에도 선거 나온 정당의 홍보 용지에도 제주 귀농자에 대한 어떤 정책 방향이나 짦막한 이야기라도 쓴 곳은 두눈 부릅뜨고 찾아 보았으나 한 후보나 정당도없었어요. 울산에선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꾸만 늘어나고 사회 문제화 되면서 비정규직 문제에 상당히 신경 써주는 후보들이 더러 있었는데 제주도는 특별자치도이고 지금 제주도로 귀농 하려는 도시민들의 발길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실정임에도 귀농 문제에 대해 거론하는 정당이나 후보는 단 한 곳도 찾아 볼수가 없었어요. 그부분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드네요.
귀농정책이나 귀농문제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아무도 없는데 누구에게 저의 귀중한 한표를 행사 할까요? 그것이 요즘 저의 고민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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