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잠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내려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커피밀에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리는 일입니다. 이내 서재는 서가의 원목 나무 향과 커피 원두가 내 뿜는 짙은 커피 향으로 가득해집니다.
기상해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 일을 하루일과의 시작으로 하는 것, 여기까지는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하는 일상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한달 저는 '아주 특별한 원두'를 마셨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그 커피는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제 가슴속에 '감사의 마음으로 가득 차게 하는 커피'였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면 입안에 가득 침이 고이듯 이 커피를 내리고 마시는 동안 가슴에 감사의 마음이 가득 고이는 유별난 거피였습니다.
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게 한 이 커피는 포천의 한 부부가 보내주신 것이었습니다.
이 부부는 지난 3월 모티프원으로 여행을 오셨고, 저와 솟대를 함께 만들면서 2시간쯤의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때 제가 받은 인상은 두 부부가 추구하는 목표와 일상을 대하는 정서가 한 방향으로 참 잘 조화된 모습이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부는 서재에 있는 모카포트나 핸드르립용 커피기구들을 보시고 '선생님도 커피를 좋아하시는 줄 알았다면 한 봉 가지고 올걸…….'이라는 말을 혼잣말처럼 흘렸습니다. 저는 그 말을 실마리로 부부가 혹 커피로스팅을 하시는 지를 물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전혀 커피와 관련된 업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처나 저나 함께 커피를 좋아해서 커피를 축출하는 법을 배우고 지금은 커피를 맛있게 볶는 로스팅 기술을 배우고 있습니다. 또한 짬이 나면 부부가 함께 경기도와 서울 인근의 커피전문점을 돌면서 커피를 맛보고 그윽한 커피향속에서 카페의 분위기를 즐기는 것을 삶의 여백 삼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잦아지다보니, 방문한 카페의 영업상태가 읽히고, 어떤 카페에서는 자신의 가게를 어떻게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 지를 묻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정보들을 서로 맺어주는 것도 보람이다 싶어서 '포천부부의 커피브릿지 Coffee-Bridge'라는 저희 부부의 블로그에 카페를 소개하는 글들을 올리기도 합니다."
자신들만의 특징을 가진 로스팅커피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긴 하지만 이 부부에게 커피에 관한 관심은 순전히 취미였습니다.
그리고 4월 어느 날 잘 포장된 택배박스하나를 받았습니다. 발신인의 주소에 '포천부부'라는 표기를 보고 3월에 함께했던 하룻밤을 기억했습니다.
박스 속에는 커피와 쿠키 그리고 엽서 한 장이 들어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저희는 다름 아닌 일전에 '모티프원'을 다녀갔던 포천부부입니다~!
요즘 봄답지 못한 날씨에 건강은 어떠신지요?! 저희는 독감에 걸려 고생하다 이제 겨우 털어냈습니다. 그 이후로 요즘 건강에 대해 많이 신경 쓰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항상 건강하시구여~
모티프원에 다녀온 이후 그 여운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택배를 보낸 이유는 오랜만에 커피를 볶았는데 향이 너무 좋아 조금 보내드립니다.
직접 찾아뵙고 드려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다음엔 꼭 찾아뵙겠습니다.
함께 보내는 쿠키는 지인 분께서 직접 구워주신 것 입니다~
소량이라 죄송하지만 커피와 함께 드셔보세요~
항상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2010. 4. 28.
포천부부올림"
'오랜만에 커피를 볶았는데 향이 너무 좋아' 모티프원이 생각났고 그리고 그것을 누구에게 받은 쿠키도 나누어 담은 다음, 엽서를 쓰고 그것을 우체국까지 가져가서 포장하는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제게 붙인 것입니다.
저는 이 정성의 박스를 받고 하도 감읍해서 며칠 뒤 그 발송지의 주소를 들고 불쑥 찾아가서 고마운 마음이 얼마나 컸었는지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처와 약속한 일정이 어긋나 제가 차를 사용하는 날을 낼 수가 없게 되어서 그 향 좋은 코스타리카 원두의 섹시한 분홍빛 커피봉지가 다 비도록 감사한 마음도 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포천부부의 따뜻한 마음과 수고로움으로 이 부부는 알지못하드라도 저는 이 커피를 내려 마시는 동안 포천부부는 물론 세상의 모든 인연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일의 일과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저와 부딪는 모든 사람들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대하다보니 저의 하루하루는 나비의 날개처럼 가볍고, 매 순간이 인생 최고의 순간인양 즐거웠습니다.
저는 제 가슴속에 감사의 마음이 샘솟도록 하는 이 신비한 커피를 볶는 포천부부께 뒤 늦은 고마운 마음을 고백합니다. 이 부부는 분명 해피 바이러스happy virus임에 틀림없습니다.
관련 블로그 바로가기
포천부부의 커피브릿지 Coffee-Bridge | http://blog.naver.com/pimang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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