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한기 3․15의거기념사업회장이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 지지연설을 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민주시민사회단체들이 백 회장의 사퇴와 함께 3․15의거를 선거에 이용한 한나라당의 사죄를 촉구했다.
백한기 회장은 29일 마산에서 이주영, 안홍준 의원 등과 함께 유세차량에 올라 이달곤 후보 지지연설을 했다. 이에 열린사회희망연대, 김주열열사추모사업회 등 단체와 부산마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31일 오후 마산 3․15아트센터 앞에서 연달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희망연대 등 여러 단체 "3.15 선거에 이용한 한나라당을 규탄한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와 Coera평화연대, 경남불교평화연대, 경남진보연합, 김주열열사추모사업회, 열린사회희망연대, 마산대용담동우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경남지부, 천주교마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 희망진해사람들은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3․15의거기념사업회를 관변단체로 전락시킨 백한기 회장은 즉각 사퇴하고, 3․15를 선거에 이용한 한나라당을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3․15의거기념사업회는 국민 세금으로 사무실이 유지, 운영되고 각종 기념사업을 세금으로 하고 있다고 이들 단체는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선거기간 중에는 적어도 기념사업회와 그 대표의 공식적인 입장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면서 "세금을 내는 시민들이 모두 한나라당과 같은 특정 정당만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백한기 회장은 3․15기념행사장에서 '3․15를 국가기념일로 제정해준 이명박 대통령에게 고맙다'고 기념식장 무대 위에서 큰절을 올렸다"면서 "물론 '국민 여러분들에게도'라는 말을 덧붙이기는 했지만, 이 언행이 바깥에서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었다"고 밝혔다.
백한기 회장은 연설에서 마산을 '썩어문드러진 도시'라고 했는데, 이에 대해 이들 단체는 "한나라당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목청을 돋우는 백한기 회장이야말로 마산을 '썩어문드러진 도시'로 만든 당사자 중 한 사람이 아닌지 스스로 반성하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기념사업회 이사회 역시 그동안 기념사업회의 각종 지원과 관련하여 한나라당 지역 의원들과 정치권력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기념사업회가 관변단체화하는 것을 막지 못하고 묵인해온 책임을 통감하고, 기념사업회를 지방선거에 이용하는 한나라당에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설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동근 열린사회희망연대 공동대표는 "기념사업회 안에도 양식있는 사람들이 있고 백 회장 사퇴 요구가 있을 것"이라며 "지켜보고 난 뒤 사퇴하지 않으면 이후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선거 개입이라며 공동성명 거부하더니"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도 연달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피로 쓴 3․15 마산정신을 정치정략으로 팔아먹는가"라는 제목의 회견문을 발표했다. 회원들은 "3.15 영령 앞에 부끄럽지 않은가"와 "3.15 영령이 지켜보고 있다"고 쓴 피켓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이달곤 후보는 창원에 고 박정희 대통령의 동상을 건립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에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박정희 대통령 동상 건립 반대' 성명을 냈다. 백한기 3․15의거기념사업회장은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의 '공동성명' 제안에 대해 '선거개입'이라며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3․15의거기념사업회 회장직을 위해 특정 정당 임원직도 버렸다는 사람이, 그리고 최근 특정 후보의 박정희 동상 건립 공약에 대한 공동성명서 제안에 대해 선거 개입이라고 거부했던 사람이, 뒤돌아서서는 아예 내놓고 특정 정당 지지 유세에 합류했다니, 이것이야말로 '썩어문드러진 마산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스스로 짓밟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3․15의거기념사업회 백한기 회장 체제와는 모든 공식적 연대 관계를 중단하고, '3․15의거 5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 공동대표직도 사퇴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민주성지 마산의 마지막 자존심을 짓밟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백한기 회장은 마산시민과 경남도민 앞에 사죄하고 즉각 회장직을 사퇴할 것"과 "3․15의거기념사업회 대표까지 선거판에 동원하여 3․15정신을 유린한 집권당의 도당은 마산시민과 경남도민 앞에 공개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는 이번 회견문에서 '한나라당'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집권당' 등으로 표현했는데, 정성기 회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어떤 정당 지지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참여정부나 국민의정부 때도 유착관계를 갖지 않고 객관적인 입장을 갖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백한기 회장 "시민 개인 차원에서 한 것"
백한기 회장은 31일 언론사에 배포한 해명자료를 통해 '개인 차원'의 연설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 장소가 적절치 못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결코 특정 정당이나 후보 개인을 지지하거나 선거에 개입할 차원으로 한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본인은 평소 김두관 후보에 대해서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할 뜻은 없었다"면서 "특정인 지지나 선거 개입 차원이 아니었음에도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하여는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어디까지나 시민 개인의 차원에서 한 것이지 3․15의거기념사업회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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