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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수정 :  1일 오후 3시 40분]

 

4대강 사업이 기어이 죽음을 부르고야 말았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지보사에서 문밖을 나서지 않는 이른바 무문관식의 용맹정진을 해오던 문수 스님이 31일 4대강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소신공양을 단행했습니다.

대다수 국민들의 반대여론과 천주교 불교 기독교 등의 '4대강사업 철회'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한 MB정권의 오만과 독선을 꾸짖고 소통부재의 잘못을 바로잡고자 제 몸에 불을 댕긴 것입니다.

문수 스님이 제 몸을 불태워 부처에게 바치기 직전 작성한 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폐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블교계가 종단 차원에서 4대강 저지에 나서고 있는 와중에 발생한 충격적 소식을, 그러나 이 나라의 주류언론들은 매몰차게 외면했습니다. 6·2지방선거를 앞두고 혹 MB정권에 해가 될까봐 그런 걸까요?

 

 5월 31일자 <뉴스데스크> 화면 캡쳐
5월 31일자 <뉴스데스크> 화면 캡쳐 ⓒ 문성


방송3사 가운데 문수 스님의 소신공약을 단신으로나마 전한 곳은 MBC가 유일합니다. MBC는 31일자 <뉴스데스크> 시간에 17번째 꼭지로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문수 스님의 얼굴 사진과 유언내용 등을 보도했습니다. 반면, SBS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KBS는 짧게 언급만 했습니다.  


활자매체들도 소극적이기는 마찬가지. 조중동 가운데 이 소식을 지면에 실어 내보낸 곳은 중앙일보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이 기사를 사회면 '브리핑'으로 대신하고, 또한 문수 스님의 법명도 밝히지 않은 채 "모 사찰 소속 Y스님(47)이 불에 타 숨져 있는 것을 행인 이모(47)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는 식으로 단순 변사체처럼 묘사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조선일보는 31일자 인터넷판을 통해 <조계종 스님 분신… "4대강 반대" 유서 발견> 사실을 전했지만 정작 지면에는 올리지 않았고, 동아일보는 온·오프를 불문하고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하는 남다른 뚝심을 과시했습니다.

만약 이 같은 일이 김대중·노무현 정권 하에서 일어났다면 어땠을까요? 그때도 이들 언론들이 이처럼 쉬쉬하며 눈치보기로 대응했을까요? 판단은 독자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 두겠습니다.


#문수 스님#소신공양#4대강 반대#MB 언론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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