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선거 하루 전날 후보자의 쟁점공약을 정반대로 기재하는 중대 실수를 저질러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중앙일보>는 1일자 23면에 '6.2 교육감선거, 우리 아이 미래 좌우한다'라는 도표 기사를 통해 이번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전국의 후보 74명에게 쟁점공약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 가운데 전북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김승환 후보의 쟁점공약이 잘못 보도됐다.
서울과 수도권, 인터넷에는 정상 보도됐지만, 유독 전북 지역에 배포된 <중앙일보>에는 김 후보의 지론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보도된 것이다.
김 후보는 평소 전교조 등 교원단체 명단공개를 '반대'해왔고, 교원평가 인사-급여 연계와 자율고-특목고 확대에 '반대',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찬성'해왔는데, 이 내용이 모두 사실과 다르게 보도됐다.
<중앙일보>는 김 후보가 전교조 등 교원단체 명단 공개에 '찬성', 교원평가 인사-급여 연계에 '찬성', 자율고-특목고 확대 '찬성', 무상급식 전면 실시 '중간' 입장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 잘못된 보도가 나가자 먼저 전북지역에서 김승환 후보를 지지해왔던 사람들이 발끈했다. 지지자들은 1일 아침 선거대책본부에 전화를 걸어 "김승환이 조전혁이냐"며 항의했다.
"김승환이 조전혁이냐?"그렇지만 김승환 선거대책본부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 이들은 이날 오전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중앙일보>에 항의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줄기차게 '친환경 무상급식' 도입을 주장해왔는데 찬성도 반대도 아닌 '중간'으로 기재되면서 태도가 불분명한 후보가 됐다고 탄식했다.
최두현 김승환선거대책본부 상황실장은 "지금 지지자들로부터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중앙일보>가 의도한 목적이 있든 단순 실수이든 중차대한 잘못을 저지른 만큼 이에 대해서는 명백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중앙일보> 편집국 내셔널팀 김상우 차장(23면 편집 책임자)은 "전북뿐 아니라 충청, 강원 일부 지역에도 잘못된 내용이 배달된 것에 대해 우선 당사자에게 사과하고 '바로잡습니다'를 내일 아침신문에 내보낼 계획"이라며 "의도된 것은 아니고 제작상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김 차장은 "전북, 충북-강원 일부 지역에 배달되는 신문을 제일 먼저 찍는다"며 "전날 밤 11시경 교열부에서 이 같은 실수를 잡아내고 그 다음 지역에 배달되는 신문부터는 제대로찍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차장은 "편집국에서 출고는 정상적으로 했으나 조판하는 과정에서 오퍼레이터의 실수로 잘못된 내용이 보도됐다"며 "나는 김승환 후보가 과거에 무엇을 하던 분인지조차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전북지역 교육감 후보에 관한 정보를 취합해 보도한 장대석 <중앙일보> 전북 주재기자도 "조판팀 오퍼레이터가 도표에서 같은 줄에 있는 김상만(울산) 공약을 잘못 붙인 것 같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측 "바로잡고 사과할 계획"이와 관련, 박민 전북민언련 정책실장은 "이것은 후보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일 뿐만 아니라 선거 막판 유권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언론이 제대로 된 사회적 공기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며 "의도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한편, <중앙일보>는 이번 기사에서 전북지역의 오근량-고영호 후보의 순서까지 뒤바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2면(칼라면)에 파란색 띠로 '* 후보자 이름은 투표용지 게재 순'이라고 밝혀놓고도 고영호-오근량 순서를 바꾼 것.
최두현 상황실장은 "전북은 지역의 특성상 1번보다는 '2번 프리미엄'이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이 또한 소홀히 넘길 수 없는 부분"이라며 "선거 막판 <중앙일보>가 특정 후보를 밀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 측은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착오"라며 "이 또한 내일 조간에서 바로잡고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이 보도와 관련, 내일(2일) 아침 신문 사회면에 김승환 후보의 쟁점공약 1번과 2번, 3번에 대해 각각 바로잡고 이게 왜 잘못 보도됐는지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금 보도된 것보다 1.5배 큰 크기로 보도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