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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 스님, 소신공양으로 4대강 사업 반대 등 외쳐

조계종의 한 스님이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에 저항하기 위해 소신공양하는 사태가 발생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조계종 소속 문수 스님은 5월 31일 경북 군위군 사직리 유천잠수교 제방에서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 중지", "부정부패 척결", "재벌, 부자위주 정책 폐기" 등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휘발유를 끼얹고 분신 자결했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오마이뉴스>나 <한겨레>, <경향> 등 몇몇 언론사를 제외하고 방송 3사를 비롯한 주요 언론들은 단신으로 다루거나 보도를 아예 하지 않고 있다. 경찰 측도 시신이 뼈만 남을 정도로 사인이 명백함에도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밝히겠다고 주장해 빈축을 사고 있다. 스님 주변에서는 사인이 명백함에도 국과수로 옮기겠다는 것은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악영향을 우려한 현 정권이 사태를 조용히 마무리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틱광둑스님 1963년 6월 베트남의 고승이었던 틱광둑(Thich Quang Duc)스님이 소신공양하고 있다. 그는 고딘디엠 정권의 무자비한 인권탄압과 불교 차별정책에 저항하기 위해 호지민시(전 사이공시)중심가 분신자결했다.이때 스님은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결가부좌 그대로 열반함으로써 지켜보던 사람들을 숙연케 했다.
틱광둑스님1963년 6월 베트남의 고승이었던 틱광둑(Thich Quang Duc)스님이 소신공양하고 있다. 그는 고딘디엠 정권의 무자비한 인권탄압과 불교 차별정책에 저항하기 위해 호지민시(전 사이공시)중심가 분신자결했다.이때 스님은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결가부좌 그대로 열반함으로써 지켜보던 사람들을 숙연케 했다. ⓒ 베트남 전쟁기념관

이번 문수 스님의 분신자결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틱광둑(Thich Quang Duc) 스님의 소신공양에 견줄 수 있는 놀라운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틱광둑 스님은 1963년 6월 호지민시(당시 사이공) 중심가에서 고딘디엠 정권의 무자비한 인권탄압과 불교 차별정책에 저항하기 위해 소신공양했다.

틱광둑 스님은 소신공양 때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결가부좌 그대로 열반함으로써 지켜보던 사람들을 숙연케 했다. 이 장면은 말콤 브라운이라는 사진작가에 의해 전 세계 언론에 타전되면서 월남전 당사자인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틱광둑 스님의 분신이 미국사회에 전해진 직후 당시 인권운동가이자 목사였던 마르틴 루터 킹 목사조차 기독교적 관점에서 자살로 이해했으나 틱광둑 스님의 제자인 틱낫한 스님은 서신을 보내 틱광둑 스님의 소신공양이 가진 의미를 설명했다.

이 편지에서 틱낫한 스님은 베트남 스님의 소신공양은 서구 기독교의 도덕 관념과는 전혀 다른 불교적 생사관에 의한 것으로서 무자비한 인권탄압과 종교차별에 자행하는 정권책임자들의 마음에 경종을 울리고 부도덕한 전쟁으로 참화로 고통 받는 베트남 민중의 상황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틱광둑 스님의 소신공양 이후 다른 베트남 스님들도 분신자결에 동참하자 대다수의 국민이 불교신자였던 베트남에서 소요가 계속되었고 미국의 베트남 정책에 대한 비판여론이 국내외적으로 확산되었다.

이 당시 고딘디엠 동생의 부인은 스님들의 소신공양을 '바비큐파티'라고 조롱해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반전여론과 베트남 민중의 저항이 거세지자 고딘디엠 정권의 배후였던 미국의 케네디 정권은 1963년 11월 1일  군부를 사주해 쿠데타를 일으키고 고딘디엠 대통령을 암살했다.

종교인 저항 무시하면 MB정권 비참해질 가능성 높아

이번 문수스님의 소신공양도 비록 홀로 진행되었지만 틱광둑 스님의 분신자결처럼 남을 전혀 해치지 않고 완고하고 무정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 위한 넓은 자비심에서 나온 것이다. 즉 국민 대다수 반대여론을 무시하고 4대강 사업을 통해 무자비하게 국토를 유린하고 뭇생명들을 죽이는 이명박 정권과 오로지 개발 이익에 눈이 멀어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계 언론인 <불교닷컴>(bulkyo21.com)에 따르면 문수스님은 자신이 수행하던 지보사에서 용맹정진을 하다가 "내가 소신해야 4대강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다"는 말을 도반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수스님이 1998년 불교정화운동에 나서는 등 평소 사회정의와 불교개혁에 앞장섰던 인물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소신공양은 한 승려의 돌출적이고 충동적 행동이 전혀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수스님의 결단은 우리 사회의 마지막 보루인 불교, 천주교, 개신교 성직자들까지 대거 나서는 상황에서도 4대강을 밀어붙이는 현 정권에게 주는 매우 큰 경고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고딘디엠 정권이 군과 경찰력으로 베트남 민중들을 탄압했으나 결국 스님들의 소신공양이 이어지면서 쿠데타가 일어나고 고딘디엠 자신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것을 감안하면 이명박 정권이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현 정권은 반성보다는 천안함사태를 악용해 막무가내 식으로 지방선거 승리에 골몰하고 스님의 결단을 조용히 수습하려고 획책하고 있고 주류 언론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문수소님이 소속한 조계종조차 파문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해 애도논평에서 문수 스님이 남긴 유지를 한 줄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음은 조계종 총무원의 애도논평 전문이다.   

"우리 종단은 생명평화를 염원하며 5월 31일 소신(燒身)한 문수스님의 입적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 스님은 중앙승가대학교 학생회장을 지낸 경력으로 보듯 종단에 헌신적이었고 선원에서 여러 철에 걸쳐 안거를 성만하는 등 수행자로서 공부에 철저한 눈 푸른 납자였습니다. 스님의 입적에 우리 종단 사부대중 모두의 마음을 모아 애도합니다. 이번 생에서의 정진은 비록 다하였으나, 스님이 발원한 정토세계를 모든 중생들이 함께 이뤄가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최근 봉은사 명진 스님 사태에서 보여주듯 정권의 외압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조계종 총무원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수준 이하의 논평이라고 할 수 있다. 총무원 측의 실망스러운 행보와는 달리 불교청년회는 이명박 정권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불교환경연대와 참여불교재가연대 등은 1일 서울조계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수스님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본격적인 활동을 벌이기로 결의했다. 

문수 스님의 결단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남은 자들의 몫이 되었다. 이명박 정권은 스님의 결단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을 접지 않을 것이다. 고딘디엠 정권이 생각했던 것처럼 '바비큐 파티' 쯤으로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

이 상황에서 4대강 사업을 저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문수스님은 4대강 사업을 막고자 한다면 지금까지의 관성과 폼으로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크고 과감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스님의 죽음이 헛되이 않게 되기를 기원한다.


#문수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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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모.함석헌 선생을 기리는 씨알재단에서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씨알정신을 선양하고 시민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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